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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기관 "현지조사 연기" 요청→조사거부 판단 '행정처분'
1심처럼 고법도 "조사관들 정확한 사유 확인 없이 섣불리 단정, 부당한 조치"
[ 2020년 02월 11일 12시 15분 ]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아프다는 이유로 현지조사를 미뤄달라는 요청이 있었음에도 '조사 거부'로 간주하고 의료기관에 업무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등법원 3행정부(재판장 문용선)는 한의사 A씨가 보건복지부를 상대로 제기한 업무정지처분 취소청구 항소심에서 1심과 같이 A씨 청구를 받아들였다고 11일 밝혔다.
 

2017년 보건복지부는 약제비 과다청구를 의심하며 A씨가 운영하는 한의원에 대한 현지조사를 실시했다.
 

현지조사단은 이틀에 걸쳐 A씨에게 조사에 응할 것을 요구했지만, 당시 출근하지 않았던 A씨는 안면마비 및 요통증상 등 건강상의 이유를 들며 조사 연기를 요청했다.
 

조사원들은 A씨와 수 차례 통화하며 의원에 나올 것을 요구했다. 이어 천재지변과 같이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서 현지조사에 응하지 않으면 조사 거부, 방해 등으로 업무정지 및 벌금 처분을 받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튿날 오전 A씨는 "내일 오시면 어떨지요. 제가 일어날 수 없네요. 죄송합니다. 조사는 성실히 받겠습니다"는 취지의 문자메세지를 조사관에게 발송했다.
 

하지만 조사관은 "선정사유, 대상기간, 위반내용, 금액 등을 이미 파악한 상태에서 오늘이라도 조사를 받았으면 했다. 복지부에 보고했고, 조사를 못받는다 의견을 조사거부로 보아 종료하겠다"는 취지로 답했다.
 

그리고 현지조사단은 A씨가 운영하는 한의원 직원들의 협조를 받아 원내 컴퓨터에서 일부 비용이 과다 청구된 사실을 확인했다.
 

복지부는 이후 2018년 현지조사를 거부·방해 또는 기피했다는 처분사유로 1년의 의료급여기관 업무정지처분을 했다.
 

이에 A씨는 "현지조사 연기를 요청했을 뿐으로 복지부 처분이 부당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이 같은 A씨 주장을 받아들였다.
 

우선 재판부는 조사거부가 인정되는 경우로 ▲명시적으로 조사거부 의사를 밝힘 ▲정당한 이유 없이 요양기관 출입을 막음 ▲협박 등 위력을 가해 조사자를 압박 ▲관계서류를 의도적으로 지연 제출하는 경우 등을 제시하며 A씨는 이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봤다.
 

또한 A씨가 문자메세지나 전화통화에서 지속적으로 조사 의지를 표했다는 점도 인정된다고 했다. 이 밖에도 A씨가 건강상 문제가 있었음을 증명하기 위해 증명서류로 제출한 진료 기록 등도 참고했다.
 

재판부는 "조사관들은 A씨가 현지조사 연기를 요청함에도 연기사유가 존재하는지에 대해 아무런 확인을 하지 않은 채 조사에 응할 것을 반복적으로 요구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상자가 질병이나 장기출장 등으로 조사가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행정조사 연기를 기관장에게 요청할 수 있다"며 A씨 행위가 부적절하다고 보지 않았다.
 

재판부는 "조사관들은 적법한 절차를 통한 현지조사 연기가 가능한지 검토하지 않은 채 거부·회피하는 것으로 섣불리 단정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1심과 마찬가지로 A씨 청구를 받아들였다.

mu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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