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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의심 환자, 적극적 검사 권유 안한 의사·병원 책임"
쇼트트랙 노진규 유족, 의사·병원 상대 손배소 일부 승소
[ 2020년 06월 10일 19시 09분 ]
(의정부=연합뉴스) 김도윤 기자 = 종양이 악성으로 의심되는 환자에게 적극적인 검사 방법을 제대로 설명·권유하지 않았다면 의사와 병원에 일부 책임이 있다는 판결이 나왔다.


의정부지법 민사합의13부(최규연 부장판사)는 골육종으로 숨진 쇼트트랙 선수 노진규 씨의 유족 3명이 A의사와 B병원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10일 밝혔다.
 

노 선수의 부모와 누나는 치료비와 위자료로 각 2천만∼1억5천만원을 A의사와 B병원에게 청구했으나 재판부는 문제를 제기한 3차례 진단 중 1차례에 대해서만 과실을 인정, 위자료로 각 500만∼2천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법원에 따르면 노씨는 2013년 9월 개인병원에 갔다가 왼쪽 어깨뼈에 종양을 확인했다. 양성인 거대세포종 의심 진단을 받았으나 악성인 골육종일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을 들었다.

같은 해 10월 A의사는 1차 진료에서 MRI 영상 판독 결과와 동료 의사들의 소견을 종합, 악성일 가능성을 낮게 보고 노씨에게 "내년 2월 동계올림픽이 끝난 뒤 종양을 제거하자"고 했다.
 

당시 노씨는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계주에 출전할 예정이었다.
 

한 달 뒤 국제대회 출전 후 통증이 심해지자 개인병원에 갔다가 종양이 커진 것을 확인, A의사를 다시 찾았으나 2차 진료에서도 "조직 검사상 악성은 아니지만 올림픽 후 수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노씨는 의사 말을 믿고 같은 해 12월 동계유니버시아드대회에 출전했으나 어깨가 부으면서 통증이 계속되고 기침까지 나왔다. B병원을 찾아 종양이 급격히 커진 것으로 확인했으나 A의사는 3차 진료에서도 거대세포종으로 진단했다.
 

노씨는 2014년 1월 훈련 중 왼쪽 팔꿈치가 부러져 B병원 응급실을 찾았다가 종양이 급격히 증가한 것을 확인, C병원으로 옮겨 수술을 받았다.
 

C병원 의료진은 종양 제거 수술 중 골육종을 확인, 노씨의 어깨뼈 일부를 제거했다. 노씨는 C병원에 입원해 항암 치료를 받던 중 암이 폐로 전이됐다는 진단을 받고 같은 해 5월 다시 수술을 받았다.
 

이후에도 수차례 더 수술을 받고 항암 치료를 병행했으나 노씨는 2016년 4월 3일 만 24세 나이에 숨졌다. 직접 사인은 골육종이었다.
 

골육종은 나이에 따라 차이가 있으나 5년 생존율이 50∼75%로 알려졌으며 전이를 차단하기 위해 조기 진단과 항암치료, 광범위한 절제술 등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노씨의 유족들은 "A의사가 의료상 주의 의무를 위반해 아들이 골육종 조기 진단과 치료받을 기회를 놓쳤고 제대로 설명하지 않아 진단·치료 방법을 선택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이 때문에 아들의 생존 기간이 단축됐다며 A의사와 B병원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1∼2차 진료의 경우 당시 검사 방법의 진단 정확도가 84%에 달하고 MRI 영상 판독 결과와 동료 의사들의 소견이 일치해 A의사의 과실을 인정할 근거가 없다고 봤다.
 

그러나 3차 진료에 대해서는 종양 크기가 급격히 커진 것을 확인한 만큼 골육종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정확도가 더 높은 조직 검사를 시행하는 등 충분한 주의를 기울였어야 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의사는 더 적극적인 방법으로 골육종 여부를 진단하는 데 초점을 맞춰 노씨에게 설명하고 권유해야 했을 것으로 보인다"며 "진단과 치료가 적절했다면 노씨가 다소나마 더 생존했을 여지도 있었을 것"이라고 판시했다.
 

이어 "A의사는 종양이 악성일 가능성을 인식하고 있었는데도 정확한 진단과 치료보다 노씨가 올림픽에 출전하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적극적인 조직 검사와 치료로 나아가지 않았다고 볼 여지도 있다"고 덧붙였다.
 

다만 재판부는 "A의사의 과실과 노씨의 사망 사이에 상당한 인과 관계가 있다고 보기 어렵고 골육종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 폐 전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며 "치료비 역시 A의사의 과실에 관계된 손해로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kyo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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