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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짐짓 학생들은 냉철한 이성과 뜨거운 지성, 그리고 다양한 미래관을 가진 세대다. 때문에 이들의 목소리는 늘 우리 사회에 진중한 울림을 던졌다. 3·15 부정선거 규탄시위, 4.19 의거, 3선 개헌 반대운동, 5·18광주민중항쟁, 6‧10항쟁의 원천은 학생들이었다. 이러한 학생들의 힘이 ‘깨어있는 국민’을 만들었고, 결국 국민들의 역량이 결집해 촛불혁명을 이뤘다. 최근 전국 의과대학 학생들이 거리로 나서고 있다. 정부의 의과대학 정원 확대 등에 격분한 학생들이 동시다발로 봉기하며 의과대학 교육시계는 멈춰버렸다. 수업거부는 물론 동맹휴학, 의사국시 거부에 이르기까지 수위는 점차 높아가고 있다. 상위 0.01% 서울의대 학생들 역시 강의실 대신 투쟁현장으로 향하고 있다. 최근 서울대병원 본관 앞에서 1인 피켓시위를 진행하던 서울의대 본과 3학년 류OO 학생으로부터 전해들은 의대생들 정서는 위정자들의 상상 이상이었다. (개인 요청으로 인터뷰는 익명으로 진행됐음을 알립니다.)
의대 정원 확대, 첩약 급여화 등 준비되지 않은 포퓰리즘 정책이 국민건강에 장기적으로 미칠 영향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미래 의사로서 국민 건강을 지키기 위해 책상 앞을 벗어나 거리로 나왔다. ‘Do no harm, Do right’. 환자에게 해(害)를 끼치지 않아야 하며, 환자 최선의 이익을 위해 행동하는 게 의학교육의 기본이자 불변의 진리다. 지난번 전공의 총파업과, 대한의사협회 총파업을 겪으면서 선배님들의 용기와 결의에 힘을 보태야겠다고 생각했다. 최근 정부가 여전히 제대로 된 협의를 거부하고, 대화의 장에서도 의료계에 일방적인 양보와 희생만을 강요하고 있는 모습을 보며 더욱 시위에 나서게 됐다.
Q. 의대생들 내부 정서는 어떠한가
현 사태에 대해 동기 및 선후배들이 안타까움을 금치 못하고 있다. 이에 서울의대 의학과(본과) 3학년 일동은 이번 주 나흘 간의 단체행동을 선언하고, 수업 및 실습거부, 성명문 발표, 릴레이 1인시위, 릴레이 헌혈 등의 활동을 통해 우리나라 의료 미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표명했다. 현재 혼란스러운 와중에서도 1학기를 마친 상태며 이후 이어질 동맹휴학을 차분하게 준비하고 있다.
Q. 수업거부에 이어 동맹휴학도 계획 중인가
그렇다. 현재 40개 의과대학이 함께 진행 중이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도 본과, 예과 모두 동맹휴학 신청을 받고 있다. 아직 취합하는 중이라 정확한 수치는 나오지 않았지만 많은 인원이 동참하고 있다. 본과 4학년 선배들은 이미 국가고시 취소 접수를 마친 상태로, 사실상 전 학년이 동맹휴학에 적극 동참하는 중이다. 학생회에서 8월25일에 휴학서류를 모두 취합해 학교 측에 제출할 예정이다.
"준비 안된 포퓰리즘 의료정책이 국민건강에 심각한 위해(危害) 끼치기 때문에 투쟁 나섰다"
"대다수 서울대 의대생, 8월25일 휴학서류 학교에 제출 예정"
"4학년 선배들 의사국시 거부, 상상 이상의 부담이지만 단순히 학생들 이익만 생각하면 실행 못해"
"전문가 양심을 걸고 절규하는 목소리를 국민들이 귀 기울여 줬으면 하는 바람"
Q. 의사국시 거부 결정도 내려졌는데 우려는 없나
당장 2주 앞으로 다가온 국가고시를 거부한다는 게 얼마나 부담스러울지 상상조차 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부분의 선배들이 국가고시를 거부할 만큼 심각한 상황이다. 단순히 우리 이득을 최우선으로 생각했다면, 절대 내릴 수 없는 결정이었을 것이다. 포퓰리즘 정책으로부터 국민 건강과 의료시스템을 지키기 위한 본과 4학년의 결단이 현 사태의 심각성을 대변하는 것이다.
Q. 교수님들과는 어떤 대화를 나누고 있나
담당교수, 학장단과 학생회가 계속 소통하면서 학생들의 목소리를 들어주고 있다. 최근에는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에서 의대생들의 단체행동을 적극로 지지한다는 성명문을 발표했고, 이에 큰 힘을 얻었다. 학생들의 단체행동 영향력이 다양한 곳에서 힘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Q. 코로나19 상황에서 단체행동이나 시위가 조심스러울텐데···
우선 코로나19가 재확산 되고 있는 현 시점에 이렇게 교실 밖으로 나오게 돼 국민들에게 죄송할 따름이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제대로 소통하지 않고 있는 정부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 이런 힘든 상황 속에서도 우리가 왜 이곳으로 나오게 됐는지, 많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주길 바란다. 현재 서울의대 단체행동의 모든 활동은 방역 수칙을 철저히 지키면서 진행하고 있다. 1인시위 때에도 KF-94 마스크를 의무 착용하고 있으며 성명서 발표 및 SNS 활동 등 비대면으로 단체 집회활동을 대신하고 있다.
Q. 14일 집회 참석자 대부분은 젊은의사 위주였다. 선배의사들의 참여가 저조하다는 지적도 있는데
교수님, 전임의 선생님들이 병원에 남은 덕에 전공의 선생님들과 의대생들이 주도적으로 목소리를 낼 수 있었던 것이다. 개원가에서도 여건에 따라 연대하고 있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많은 분들이 함께 목소리를 내고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국민 건강이며, 이를 위해 각자 위치에서 최선을 다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단체행동에 나선 모든 선배의사와 의대생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자리를 지키는 선배의사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의대생부터 전공의, 전임의, 교수님, 개원가 선생님들까지 모두가 함께 정부 정책 철회를 요구하고 있다.
Q. 국민들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여러모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의과대학 학생들까지 염려를 끼치는 것 같아 죄송하다. 하지만 그럼에도 왜 학업을 중단하고 이 자리에 나올 수밖에 없었는지 꼭 알아줬으면 좋겠다. 행정가가 아닌 전문가의, 전문가로서의 양심에 따라 내는 목소리에 먼저 귀기울여 주기를 간곡히 호소한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