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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약품 불법 제조와 식약처 사후약방문 조치
양보혜기자
[ 2021년 05월 03일 04시 52분 ]
[
수첩
] 바이넥스, 비보존제약에서 촉발된 의약품 불법 임의 제조 사건이 일파만파 확대되면서 국내 제약업계에 적잖은 충격을 안기고 있다.
이들 제약사는 변경허가 없이 첨가제를 임의로 사용해 의약품을 제조했고, 제조기록서를 거짓 또는 이중작성 후 폐기했으며 제조방법 변경, 원료 사용량 임의 증감 등 약사법을 위반했다.
중소제약사는 물론 대형제약사까지 제조품질관리기준(GMP) 규정 위반 사실이 확인되면서 국내 제조 의약품 품질관리에 대한 전반적인 신뢰도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모습이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대형제약사까지 GMP 규정을 위반한 것은 솔직히 충격이었다. 보통 허가사항대로 의약품을 만드는 것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순서만 달라져도 불량이 속출한다"고 말했다.
업계는 일부 제약사의 일탈이라고 선을 긋고 있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불시 점검을 지속할 방침이어서 좀 더 사태 추이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중론이다.
이번 사건과 관련해 공동 생동성시험 등 여러 쟁점들이 제기되고 있지만 의약품 제조공정을 비롯해 품질관리를 모니터링하고 솎아내는 공적 시스템이 부실하다는 점도 짚어볼 문제다.
비보존제약은 자진신고했지만 바이넥스는 식약처에 민원이 제기되면서 위법 사실이 드러났다. 달리 말하면 민원인이 해당 사실을 고발하지 않았다면 지금까지도 의약품 임의 제조가 이뤄졌을 것이란 얘기다.
통상 의약품 품질관리 책임은 제조사에 있다. 그러나 이들을 둘러싼 시장 환경이 나날히 치열해지면서 제약사들은 가격으로 승부를 거는 경우가 많다.
이 과정에서 비용 절감을 위해 외부업체에 의약품 제조를 맡기거나 제조공정에서 벌어지는 실수를 덮고 넘어가는 일들이 발생한 것으로 업계는 추정했다. 수탁업체들도 마찬가지다.
위법한 일이지만 관행처럼 굳어져 누군가 휘슬을 불 때까지 관성처럼 이어져 온 셈이다. 그런데 이런 문제를 방지하기 위해 식약처가 내놓은 해법은 동일하다. 민원이 들어오면 조사하고, 처벌은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의약품 제조·품질 불법행위 클린 신고센터를 가동해 제조소 관련 위반 사례를 수집·확인한다. 과징금도 기존 업체 연간 생산액 5%에서 품목의 연간 생산액 2배로 높이고, 위반시 바로 GMP 적합판정 취소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이러한 사후약방문식 대응이 바이넥스 사태 재발에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의약품 관리·감독 이슈가 터질 때마다 식약처는 백화점식 대책 꾸러미를 내놓지만 자세히 속을 들여다 보면 대동소이하다.
이에 대해 식약처는 "현행 인력으로 수 많은 업체들을 일일히 감시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깝다"며 "이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신뢰를 기반으로 제도를 운영할 수 밖에 없다"고 토로한다.
이해는 되지만 식약처 해명대로라면 국민들은 믿는 도끼가 언제 발등을 찍을지 몰라 전전긍긍해야 한다. 더욱이 생사와 직결된 약이 잘못된 공정과정을 거쳐 나온 제품이란 걸 선의의 고발자가 등장할 때까지 기다려야 하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유행으로 국내 제약산업에 대한 기대감이 그 어느 때보다 높아진 시점에 터진 이번 사건을 계기로 규제도 능동적으로 변화해야 한다. 땜질식 치료보다 예방 중심 의약품 품질관리 방안을 모색해야 할 때가 아닌가 싶다.
bohe@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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