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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명적인 '전이암 씨앗', 종양 중심부 많이 생긴다
가장자리보다 산소·혈액 부족, '생존 적응' 압박 커져
[ 2021년 05월 28일 05시 20분 ]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크게 봐서 암은 전이암과 비 전이암 두 종류로 구분한다. 한자리에 머무는 비 전이암은 외과적 절제 수술이나 방사선 치료, 화학치료 등으로 효과를 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부위로 옮겨가는 전이암은 사실상 치료가 어렵다. 암 사망자도 대부분 전이암에서 나온다.

영국과 스페인 과학자들이 암 종양 내에서 전이암의 씨앗이 생기는 위치를 정확히 확인하는 데 성공했다. 종양 가장자리보다 중심부의 암세포가 더 공격적이고 전이 가능성도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연구는 영국의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 로열 마스든 병원, 유니버시티 칼리지 런던(UCL)과 스페인의 크루세스 대학병원(Cruces University Hospital) 과학자들이 함께 수행했다. 관련 논문은 저널 '네이처 에콜로지 & 에볼루션(Nature Ecology and Evolution)'에 최근 실렸다.
 

27일 미국 과학진흥협회(AAAS) 사이트(www.eurekalert.org)에 공개된 논문 개요 등에 따르면 가장 큰 성과는 암 종양의 어느 부위에서 전이암 씨앗이 생기는지 알아낸 것이다.
 

암의 전이는, 어떤 부위에 발생한 원발 암에서 한 무리의 암세포가 떨어져 나와 혈액으로 타고 다른 부위로 옮겨가는 걸 말한다.
 

암세포가 포도송이처럼 뭉친 이 암세포 무리, 일명 '순환 종양세포 클러스터(CTCs)'는 전이암의 씨앗과 같다.


공동 연구팀은 'TRACERx 신장 연구' 프로그램에서 756개의 생검 종양 표본을 받아 분석했다. 이들 샘플은 종양 내의 서로 다른 부위에서 채취됐다.
 

종양 중심부에 위치한 암세포는 유전체 안정성이 떨어져 다른 부위로 전이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달리 종양 가장자리의 암세포는 성장이 부진한데다 유전자 손상도 적어 전이 가능성이 작았다.
 

논문의 교신저자인 UCL 암 연구소의 케빈 리치필드 박사는 "혈액과 산소 공급이 부족한 종양 중심부의 암세포는 더 강하고 공격적으로 생존 적응을 해야 한다"라면서 "이는 멀리 떨어진 다른 기관으로 옮겨가 뿌리를 내리는 (전이성) 암세포로 진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하나의 종양 내에서 자라는 암세포 무리의 유전자 구성이 서로 어떻게 다른지도 분석했다.


대부분의 종양은 암세포 무리가 각각 다른 영역에서 성장하는 패턴을 따랐다. 그런데 특정 암세포 무리가 종양 내의 다른 무리로 훌쩍 뛰어 건너가는 듯한 '도약 패턴(jumping pattern)' 사례도 두 건 발견했다.
 

이번 연구의 중요한 시사점은, 종양 중심부의 가혹한 환경 조건을 표적으로 치료제를 개발해야 가장 공격적인 전이암 세포를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암 종양 내 위치에 따라 암세포의 유전자 구성이 다르다는 건 'TRACERS 신장 연구'에서도 이미 밝혀졌다.


그런 유전자 구성의 차이가, 전이암의 씨앗이 이탈하는 종양 내 위치와 어떻게 연관돼 있는지가 이번 연구에서 확인됐다. 

프랜시스 크릭 연구소의 종양학자인 삼라 투라일릭(Samra Turajlic) 박사는 "유전적 혼돈(genetic chaos)으로 인해 전이성 암세포 무리가 종양에서 떨어지는 위치를 정확히 확인했다"면서 "암세포가 이렇게 공격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종양 주변의 환경 조건을 밝혀낸 것도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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