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양보혜 기자]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국내 제약·바이오업체들의 수출 전략 변화가 필요하다. 미국, 유럽, 동남아 등의 국가들이 의약품 공급망 재편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6월29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와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가 공동으로 ‘글로벌 가치사슬(GVC) 재편 대응 제약·바이오 설명회’를 개최했다.
여기서 '가치사슬'이란 의약품 연구개발 및 생산, 유통 등의 가치를 창출하는 전(全) 과정을 일컫는다.
지금까지 미국, 유럽 등의 제약사들은 처방의약품의 90%를 차지하는 제네릭 의약품을 개도국에서 위탁 생산했다. 저렴한 인건비, 생산비 등을 이유로 해외로 공장을 옮기는 오프쇼어링(off-shoring) 전략을 펼쳐온 것.
그런데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면서 개도국들이 국민 보호를 위해 자국에서 생산되는 원료의약품, 완제의약품의 수출 금지에 나섰다. 갑작스럽게 빗장을 걸어잠그자 미국과 유럽은 충격에 빠졌다.
필수의약품마저 부족한 국가들이 생겨났기 때문이다. 이에 코로나19를 기점으로 제3국에 원료 수급 및 제조를 위탁해온 의약품 공급체인 방식을 재편하게 됐다. 재편 방향은 리쇼어링과 공급 채널 다변화로 분석된다.
실제 미국의 경우 바이든 행정부가 지난 2월 24일 행정명령을 내려 국가안보 보호를 위해 의약품 등의 공급망 을 근본적으로 개혁하고, 필수의약품 생산 역량 재건과 비축, 동맹국을 활용한 공급 다변화 정책을 발표했다.
프랑크 투쌍 바이오공급망연맹(BSMA) 유럽지부 공동설립자는 "코로나 팬데믹으로 의약품 공급망 확보를 비용 이 아닌 위기관리 차원에서 보고 해외 진출 기업들을 국내로 복귀시키는 리쇼어링(reshoring)을 선택지로 삼았다"고 설명했다.
그는 "사노피의 경우 6개 유럽 생산공장 중 일부에서 API를 제조할 계획이며, 노바티스는 작년 7월 오스트리아 정부와 자회사를 통해 항생제 제조 프로젝트를 가동했다"며 "그러나 리쇼어링은 추진하는데 한계가 있어 의약품 공급망을 다변화하는 방향을 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자국 내 제약사들에게 의약품 생산시설을 내재화하도록 유도하는 인센티브를 제공하기 쉽지 않아 파트너를 다양하게 확보하는 쪽으로 간다는 것이다.
"해외 국가들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는 국내 기업에 기회 "
이는 국내 제약·바이오기업들에게 기회로 작용한다. 그동안 우리가 진출하지 못했던 국가들과 파트너가 될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게다가 국내 제네릭은 품질과 가격 측면에서 경쟁력이 상당하다.
장우순 제약바이오협회 본부장은 "80조의 거대시장을 가진 미국 정부가 제네릭 의약품 공급망 다변화를 선언했으며, 공급 부족 의약품 가운데 우리나라에서 허가된 의약품이 396개 품목이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선진국뿐만 아니라 멕시코, 베트남, 사우디, 브라질, 러시아 등 신흥거점시장도 기회가 많다"며 "최근 멕시코는 항암제 부족현상이 심각해 국제입찰을 통해 공급망 다각화에 나섰고, 브라질과 러시아는 약제비 절감을 위해 제네릭 처방 확대에 나설 계획을 발표했다"고 덧붙였다.
국내 기업들의 새로운 활로 모색을 위해 정부 차원의 지원도 중요하다. 제조 원가를 위협하는 수준의 일괄 약가인하 정책과 지나친 입찰 경쟁을 지양하는 제도 정비가 필요하다.
장우순 본부장은 "국공립병원의 의약품 입찰 과정에서 '1원 낙찰'이 이뤄지는 일을 제도적으로 막아야 한다"며 "제조원가를 위협하는 약가제도도 개선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이와 함께 원료의약품 개발 및 생산을 통한 새로운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데도 지원해야 한다. 이미 에스티팜, SK팜테코 등은 CMO 사업을 통해 원료 의약품 수출에 나서고 있다.
장 본부장은 "원료의약품 개발 생산 전문기업의 글로벌 시장 공략의 기회도 될 수 있다"며 "에스티팜은 원료의약품인 올라고뉴클레오티드의 글로벌 상위 3위 CDMO이며, 국내와 미국 내 mRNA 완제 제조업체에 원료를 공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SK팜테코도 미국 보건부가 추진하는 1조원 규모 필수의약품 확보사업에 컨소시엄으로 참여하는 등 성과를 내고 있다"며 "차바이오텍은 한 단계 나아가 발주기업이 원하는 의약품 생산 기획, 개발, 상용화에 따른 대량생산까지 원스톱으로 제공하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이어 그는 "달라지는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 변화를 파악하고, 그 안에서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민관이 협력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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