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백신 폐기가 잇따르자 정부가 백신 연령 제한을 50세 이상에서 30세 이상으로 다시 완화했다. 정부가 아스트라제네카와 얀센 백신 물량이 추가 공급됨에 따라 긴급히 결정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는 이번 결정을 놓고 서로 엇갈린 시선을 보냈다.
지난 8월13일 코로나19 예방접종대응추진단은 "이날부터 위탁의료기관, 보건소, 요양병원‧시설 등에서 30세 이상 희망자에게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백신을 허용한다"고 밝혔다.
현행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연령제한은 만 50세 이상이다.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 중 하나인 혈소판 감소성 혈전증(TTS)에 대한 우려로 7월 연령제한을 30세에서 50세로 상한 조정했다.
이후 미접종한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백신이 발생할 때마다 ‘폐기’ 문제가 불거졌다. 연령제한이 50세로 상향 조정되면서 30~40대 접종 희망자들이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백신을 접종받고 싶어도 불가능해진 까닭이다.
실제로 이날 발표 직전까지 네이버 및 카카오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잔여백신 물량 대부분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었다.
접종기관 상당수가 잔여백신량이 ‘0’으로 나타난 가운데, 잔여백신이 있는 일부 접종기관을 확인한 결과, 대다수 백신이 아스트라제네카 제품이었다.
일부 병원의 경우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이 한 도스(10회분)의 절반인 5회분이 남아있기도 했다. 반면 화이자‧모더나 잔여백신은 찾기 어려웠다.
이에 예방접종전문위원회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접종 권고연령은 50세 이상으로 유지하되, 방역 상황 및 잔여백신 폐기 최소화를 위해 30세 이상 접종자가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희망하는 경우 접종 기회를 부여하기로 결정했다. 접종연령을 상한한 지 약 한 달여만의 일이다.
50세 미만 접종자가 아스트라제네카 잔여백신을 접종받을 경우 2차 접종 예약일은 8주로 조정된다. 다만 특별한 사정이 있는 경우 4~12주 범위 내에서 2차 접종일을 조정할 수 있다.
또 50세 미만 아스트라제네카 잔여 백신 접종자는 2차 접종 시 화이자 백신 교차접종으로 배정받고, 희망 시 2차에도 아스트라제네카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다.
의료계는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연령제한 하향조정을 놓고 찬반 의견이 오갔다. 백신 접종 속도가 우선이라는 긍정론과 함께 부작용 우려 및 잦은 정책변경에 대한 부정론이 제기됐다.
H대병원 감염내과 L 교수는 “이번 결정에서 중요한 점은 ‘교차 접종’으로 한다는 것”이라며 “교차접종이 항체 형성 효과가 뛰어나다는 연구 결과가 나오고 있어, 백신 접종에 대한 유인 효과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또 교차접종만 하더라도 화이자‧모더나 사용량을 절반으로 줄일 수 있어 향후 화이자‧모더나 물량 확보까지 시간을 벌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물량 분산을 통해 10~20대의 화이자 접종분에 여유를 확보할 수도 있고, 선택권을 주면서 잔여백신 폐기 최소화 및 백신 접종속도 향상 등 측면도 기대할 수 있다”며 “우리나라의 경우 혈전증 발생률이 적게 나타나는 편이다. 부작용보다는 기대효과가 훨씬 클 것”이라고 예측했다.
반면 K대병원 감염내과 K 교수는 “정부가 불과 한 달 전에 부작용에 대한 우려를 근거로 백신 연령제한을 높였다”며 “잔여백신이 나온다는 이유로 정책을 손바닥 뒤집듯 하면 국민이 어떻게 정부를 믿고 백신을 맞겠는가. 최근 백신 10부제 접수율이 60%대로 저조한 이유는 일관되지 못한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른 불신의 결과”라고 주장했다.
이어 “최근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 의학저널에 게재된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에 따르면, 아스트라제네카 백신 부작용은 30~40대뿐만 아니라 50대에서 더 많이 나타난다”며 “과학적으로 따지면 오히려 연령 제한을 높여야 한다. 연령을 낮췄다가 부작용 발생이 늘어나면 어찌 대처할 것인가. 지금 백신 부작용 추정 사망사례가 아스트라제네카뿐만 아니라 다른 백신에서도 나오고 있다. 자칫하면 걷잡을 수 없는 불신으로 이어질까 우려스럽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