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야민 리스트(왼쪽)와 데이비드 맥밀런 교수./사진제공=노벨위원회
[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올해 노벨화학상도 지난해에 이어 제약바이오 관련 연구 결과가 선정됐다. 의약품 제조과정에서 순도를 높이는 핵심 기술인 ‘유기촉매’가 수상의 영예를 안게 되면서, 유기촉매 기술을 통해 개발된 대표적인 약물들인 둘록세틴, 프레가발린, 시타글립틴 등이 재조명받고 있다.
스웨던 왕립위원회는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벤야민 리스트 독일 막스플랑크연구소 교수와 데이비드 맥밀런 미국 프린스턴대 교수가 선정됐다고 6일(현지시간) 발표했다. 이들은 금속이나 무기물이 아닌 유기물을 이용해 촉매 반응을 활성화하는 ‘비대칭성 유기촉매’를 최초로 개발한 공로를 인정받았다.
비대칭성 유기촉매는 특히 거울상이성질체 정제에 효과적이다. 거울상이성질체란 두 분자가 왼손과 오른손처럼 거울 대칭을 이루는 관계를 말한다. 분자를 구성하는 원소와 작용기 종류와 갯수가 같아 물리적, 화학적 성질이 동일하지만, 입체구조가 다른 까닭에 광학적 성질과 생물학적 활성에서는 다르게 작용한다.
거울상이성질체는 물리적, 화학적으로는 성질이 동일하지만 생물학적으로 서로 다르게 작용, 제약업계의 오랜 숙제로 남아있었다.
일반적으로 특정 약제를 생산할 때는 거울상이성질체가 혼합된 라세미 형태로 생산이 되는데, 일부 약제에서는 이를 분리해 필요로 하는 특정 이성질체를 분리하는 것이 매우 중요한 공정 중 하나다.
거울상이성질체 정제의 중요성을 알린 대표적인 예로는 탈리도마이드 사태가 있다. 탈리도마이드는 1950년대 쓰이던 입덧 치료제였다. 하지만 이를 복용한 임신부의 기형아 출산이 속출하면서 퇴출됐다. 이후 탈리도마이드 거울상이성질체 중 한쪽은 입덧 진정작용을 보이지만, 다른 한쪽은 혈관 생성을 억제해 태아의 정상적인 발달을 방해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하지만 비대칭성 유기촉매는 물질 제조 공정에서 거울상이성질체가 한쪽으로만 생성되도록 유도할 수 있다. 라세미혼합물 형태로 생산하는 대신, 억제해 순수한 거울상이성질체 약물을 생산할 수 있다는 뜻이다.
유기촉매를 통해 생산된 대표적인 약품들로는 우울증 치료제 둘록세틴과 항경련제 프레가발린, 당뇨병 치료제 시타글립틴 등이 있다. 이들 약제는 모두 생산 공정에서 특정 이성질체가 필요하다는 공통점이 있다.
둘록세틴의 경우 미국 일라이릴리에서 개발해 심발타로 널리 알려진 장용성 항우울제다. 우울증 외에도 섬유근육통 및 과민성 대장, 과민성 방광 등에도 처방 가능하다. 2014년 릴리의 특허권이 만료돼 국내에서는 환인제약이 듀로셉툴, 명인제약 드록틴 등이 출시된 바 있다.
프레가발린은 화이자가 개발한 항경련제로 시중에서는 리리카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신경병증성 통증 및 섬유근육통, 뇌전증(간질), 부분발작 등에 처방 가능하다.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기준 약 650억 원으로 전체 신경병증 치료제 시장의 3분의 1가량을 차지하고 있다.
프레가발린 역시 2017년 특허권이 만료됐다. 현재 국내에서 100개 이상의 제약사가 프레가발린 관련 제네릭을 생산 중이다.
시타글립틴은 다국적제약사 MSD(머크)가 개발한 DPP-4 억제 기전 당뇨병 치료제로, 자누비아라는 상품명으로 알려져 있다. 시타글립틴의 경우 아직 특허권이 만료되지 않은 까닭에 국내 정식 출시된 제네릭은 없지만, 2023년 특허권 만료를 앞두고 여러 제약사가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시타글립틴 제네릭을 허가받으면서 시장 진입을 예고했다.
특히 개시 순서에 따라 약가가 낮아지는 계단식 약가를 적용하는 새 약가제도 시행에도 인기가 식지 않았다는 점을 주목할 만하다. 국내 시장만 연간 수천억 원 규모인 까닭이다. 7일 기준 시타글립틴 단일제만 70여 개 제약사, 230여 개 제품이 식약처 허가를 받은 상황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