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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역발상 면역치료법, 죽어가는 암세포로 암 잡는다
탈진 T세포 활동 재개→흑색종 생쥐 40% 종양 완전 제거
[ 2021년 10월 21일 05시 33분 ]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항암 면역치료는 환자 본인의 면역계를 자극해 종양 세포를 파괴하는 것이다.

처음 등장했을 땐 아주 유망한 암 치료법이 될 거로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그런데 나중에 보니 결정적인 약점이 있었다. 실제로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암 유형이 아주 제한적이라는 것이다.
 

미국 MIT(매사추세츠공대) 과학자들이 기존 면역치료보다 효능 범위가 훨씬 넓은 획기적인 암 면역치료법을 개발했다.
 

이 치료법은 종양에서 떼어낸 암세포에 화학 치료제를 쓴 뒤 T세포를 활성화하는 '면역 관문 억제제'와 함께 다시 원래 종양에 주입하는 것이다.

DNA 손상된 암세포 주입, 면역계에 '위험 신호' 발생 유도
 

화학치료로 DNA 등이 손상된 암세포가 여기서 핵심 역할을 했다. 이런 암세포를 종양에 집어넣으면 '위험 신호(distress signal)'의 발생을 유도해 T세포 활성화를 자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MIT 암 의학센터의 소장인 마이클 야프(Michael Yaffe)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19일(현지 시각) 저널 '사이언스 시그널링(Science Signaling)'에 논문으로 실렸다. 그는 MIT 산하 코흐 통합 암 연구소 일원이기도 하다.
 

논문의 공동 수석저자를 맡은 야프 교수는 "DNA가 손상되고도 죽지 않는 암세포를 만들어내면, 면역계의 잠을 깨우는 신호를 보낼 수 있다"라고 말했다.
 

'면역 관문 억제제(checkpoint blockade inhibitors)'는 현재 암 치료에 많이 쓰이는 약이다. 쉽게 말해 이 약은 탈진 상태에 빠져 암세포를 공격할 힘이 없는 T세포의 브레이크를 풀어 활동을 재개하게 한다.
 

이 면역 치료제는 기발한 발상으로 개발된 것이지만, 지금까진 일부 유형의 암에만 효과를 보인다.


이번 연구는 면역 관문 억제제의 효능을 개선하려는 시도로 시작됐다. 연구팀은 세포 독성을 가진 화학 치료제와 함께 투여하면 면역계를 자극해 더 많은 암세포를 공격할 거로 기대했다.
 

이런 복합 치료법은 '면역원성 세포 사멸(immunogenic cell death)'이라는 현상을 기반으로 하는 것이다. 이미 죽거나 죽어가는 중인 종양 세포가 면역계의 주의를 끄는 신호를 내보내는 걸 말한다.
 

현재 이런 접근에 관한 임상 시험이 몇 건 진행되곤 있지만, 어떻게 하는 게 가장 이상적인지에 대해선 지금까지 밝혀진 게 거의 없다.
 

야프 교수팀은 종양에서 분리한 암세포를 여러 개의 실험 접시(Petri dish)에 나눠 놓고 여러 종류의 화학 치료제를 각각 다른 용량으로 투여했다.
 

그러고 나서 24시간 간격으로 수지상세포(dendritic cells)와 T세포를 순차적으로 각 접시에 추가한 뒤 T세포의 암세포 제거 능력을 측정했다.
 

놀랍게도 대부분의 화학 치료제는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그나마 도움이 된 것도 암세포를 많이 죽이지 못하는 저용량에서 가장 큰 효과를 보였다. 나중에 드러났지만, 면역계를 자극하는 건 죽은 종양세포가 아니었다. 화학 치료제의 작용으로 DNA가 손상되고도 살아 남은 암세포가 핵심 요인으로 작용했다.
 

야프 교수는 "암 치료를 위한 면역원성 세포 사멸이 아니라 면역원성 세포 손상이라는 새로운 개념이 등장했다"라면서 "실험 접시에서 화학 치료제가 적용된 암세포를, 면역관문 억제제와 함께 원래 종양에 다시 주입하면 손상된 암세포가 면역계의 잠을 깨운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이런 치료에 가장 잘 듣는 건 암세포의 DNA를 손상하는 화학치료제였다. 종양세포의 DNA가 손상되면 스트레스에 반응하는 세포 경로가 활성화되고, T세포의 활동 재개를 자극하는 '위험 신호'가 이 경로에서 나갔다.
 

이렇게 잠에서 깬 T세포는, 화학치료로 손상돼 위험 신호를 보낸 암세포는 물론이고 그 주변의 암세포까지 모조리 파괴했다. 흑색종에 걸린 생쥐 모델에 이 치료법을 써 봤더니 약 40%에서 종양이 완전히 제거됐다.
 

몇 달 뒤 같은 생쥐에 암세포를 주입하자 이를 식별한 T세포가 새로운 종양으로 커지기 전에 제거했다.
 

그러나 암세포의 DNA를 손상하는 화학 치료제를 곧바로 생쥐 몸 안의 종양에 주입하면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약물이 T세포 뿐 아니라 종양 주변의 다른 면역세포에도 해를 미치기 때문이다.
 

면역관문 억제제는 빼고 손상된 암세포만 주입할 경우도 거의 효과가 없었다.
 

야프 교수팀은 면역치료에 반응하지 않는 암 환자에게 이 치료법을 시험하게 되기를 희망한다.
 

하지만 다양한 유형의 종양에 어떤 약을 어느 정도로 써야 최상의 효과를 내는지 확인하려면 아직 많은 연구가 필요한 상황이다.
 

종양에 주입된 DNA 손상 암세포가 어떻게 강한 T세포 반응을 끌어내는지도 향후 연구 목표에 들어 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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