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덕철 보건복지부 장관(오른쪽)과 정은경 질병관리청장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보건복지위원회의 국정감사를 준비하고 있다. /사진제공=연합뉴스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비(非) 정신건강의학전문의인 의사가 내릴 수 있는 처방일수가 60일로 제한된 SSRI(선택적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 규정이 국회 종합감사에서 또 다시 언급됐다.
20일 열린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종합감사에서 의사 출신 신현영 의원(더불어민주당)은 현행 처방 제한에 대해 “우리나라에만 있는 급여 제한으로 합리적인 개선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신 의원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 전원하는 과정서 환자들이 우울증 등 치료 중단"
신 의원은 “60일 이후 지속 처방을 위해선 정신건강의학과와 협진을 해야 하는데, 이를 위해 전원하는 과정에서 환자들은 발길을 끊게 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권덕철 복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지난 7일 복지부 국정감사에서 처방 제한에 대한 문제를 유관학회와 논의하겠다고 했다”며 향후 구체적인 계획을 물었다.
이에 권 장관은 “학회 간 입장이 대립하는 상황”이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보였다. 그러면서 “자살률과의 연관성 및 우울증에 대한 치료 효과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SSRI 처방제한을 둘러싼 논의는 이번 국감에서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특히 의료인 출신 국회의원을 중심으로 연달아 문제가 제기되는 모습이다.
앞서 지난 7일 열린 복지부 국정감사에선 간호사 출신 최연숙 의원(국민의당)이 홍승봉 대한신경과학회 이사장을 증인으로 신청해 이 사안에 대해 물었다.
홍 이사장은 가장 먼저 ‘환자 접근성’을 언급하며 처방제한 철폐 필요성을 피력했다.
그는 “SSRI는 최소 6개월 이상 복용해야 하는 약물인데, 현재는 정신건강의학과에서만 장기처방이 가능해 환자들의 의료기관 선택권이 축소됐다”며 “약에 대한 우울증 환자들의 접근성이 떨어지면서 자살률 증가에도 적잖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말했다.
또 우리나라만 유일하게 진료과에 따른 항우울제 처방 제한규정을 두고 있다고도 강조했다. 국제 의료계에서 그 필요성이 인정된 규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밖에 SSRI보다 위험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약물에 대해 처방제한 규정이 없다는 사실도 꼬집었다.
홍 이사장은 “항우울제보다 위험성이 높다고 여겨지는 약물에 대해선 처방제한 규정이 없다”며 “안전성 관점에서도 현행 규정은 설득력을 얻지 못한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날 국감에서도 복지부는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지 않았다.
권 장관은 “SSRI 항우울제 처방 제한을 풀면 자살률이 크게 감소할 것이라는 주장은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며 “자살률 저하 대책은 기본적으로 종합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실제 신경정신의학계의 경우 신경과와는 의견이 다르다”며 “대한의학회 등 유관단체가 모두 논의할 수 있는 공론의 장(場)을 열고 해결책을 찾겠다”고 덧붙였다.
그는 학회 간 입장차 외에도 "건강보험 재정적인 부분에 대한 검토도 필요하다"고 밝혔다.
이에 최연숙 의원은 권 장관에게 "처방제한 철폐에 대한 답변을 한 달 내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그동안 SSRI 처방제한 철폐를 두고 대립해온 대한신경과학회와 대한신경정신의학회의 현 이사장 임기는 연말까지다. 오랫동안 사안을 살펴온 학회 수장이 있는 동안 문제를 마무리 해보자는 의도로 풀이된다.
그러나 권 장관은 “한 달 내로 해결은 어려운 문제이며 유관 학회와 충분한 시간을 갖고 종합적으로 협의해 나가겠다”며 당장 결론 짓는 것은 어렵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