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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성 치매, 아밀로이드 플라크 자체가 원인 아니다"
타우 이성질체→플라크 침적ㆍ신경섬유 엉킴→치매 유발
[ 2021년 12월 02일 19시 22분 ]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노인성 치매의 원인 질환인 알츠하이머병은 연구하기가 매우 어렵다. 뚜렷한 증상 없이 수십 년 잠복 진행하는 경우가 많고, 100% 확실한 진단은 사후 뇌 조직 검사를 해야 가능하다.
 

그래서 의사들은 환자 뇌에 두 가지 이상 증상이 동시에 나타나면 일단 알츠하이머병이 왔다고 상정한다. 바로 아밀로이드 플라크(amyloid plaques)와 신경원섬유 엉킴(neurofibrillary tangles)이다.
 

플라크(신경반)는 아밀로이드 펩타이드가 침적해서, 신경섬유 엉킴은 변형된 타우 단백질이 뒤엉겨 생긴다. 그런데 뇌에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침적해도 5명 중 1명꼴은 치매 증상을 보이지 않는다. 아밀로이드 플라크 자체가 곧바로 치매를 유발하지는 않는다는 걸 시사한다.

노후 단백질 제거하는 자가포식 저하 '근본 원인' 지목
 

미국 리버사이드 캘리포니아대(UC 리버사이드) 과학자들이 뇌세포의 자정(自淨) 기능 저하를 알츠하이머병의 근본 원인으로 지목하는 연구 결과를 내놨다.
 

요지는 타우 단백질의 화학적 형태 차이가 이런 기능 저하를 가져와 치매 증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UC 리버사이드의 라이언 줄리언 교수 연구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달 24일(현지 시각) 미국 화학학회(ACS)가 발행하는 '프로테옴 연구 저널(Journal of Proteome Research)'에 논문으로 실렸다. 프로테옴(proteome)은 단백질체, 즉 단백질 유전 정보를 말한다.
 

줄리언 교수팀은 단일 분자가 취할 수 있는 이성질체(isomer)의 차이에서 발견의 실마리를 찾았다. 화학에서 이성질체는 분자식이 같지만, 치환기(置換基) 위치가 다른 분자를 의미한다.
 

줄리언 교수는 이성질체를 사람의 양손에 비유해 설명했다. 오른손과 왼손은 서로 '거울 이미지'이지만, 똑같지는 않고 어느 쪽이든 잘 쓰는 손이 있다. 이처럼 분자의 이성체도 '잘 사용하는 쪽(handedness)'이 정해져 있다는 것이다.
 

단백질을 만드는 아미노산은 이론적으로 오른손잡이일 수도 있고, 왼손잡이일 수도 있다. 그런데 생물체의 단백질은 대개 왼손잡이 아미노산으로 구성된다고 한다.
 

연구팀은 기증된 뇌 조직의 타우 단백질을 검사해 이성질체의 치매 연관성을 확인했다.
 

타우 단백질이 정상이면, 다시 말해 왼손잡이 아미노산으로 구성돼 있으면 아밀로이드 플라크가 침적해도 치매 증상이 나타나지 않았다.
 

치매와 함께 아밀로이드 플라크와 타우 신경섬유 엉킴이 관찰되는 경우엔 타우 단백질이 오른손잡이 아미노산으로 돼 있었다.
 

줄리언 교수는 "오른손 장갑을 왼손에 끼려고 하면 잘 들어가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라면서 "생물학에선 이런 경우 분자가 원래 하게 돼 있는 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라고 말했다.
 

몸 안에 있는 단백질의 반감기는 대개 48시간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그러나 단백질이 너무 오래되면 아미노산이 다른 쪽 손을 쓰는 이성체로 바뀔 수 있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한다. 노후 단백질이 제때 폐기되지 않는 게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65세 이상 고령자의 뇌세포에선 이런 '폐기물 적체'가 자주 관찰된다. 오래 쓴 노후 단백질을 세포에서 제거하는 이른바 오토파지(autophagy), 즉 자가포식 기능이 급격히 둔화하기 때문이다.
 

줄리언 교수팀은 왜 이런 일이 생기는지 밝히는 걸 후속 연구 과제로 정했다. 다행히 자가포식을 강화하는 후보 약물이 이미 개발돼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개중에는 심혈관질환 등의 치료제로 이미 승인된 약물도 포함된다. 이런 후보 약물은 자가포식 개선제로 '용도 변경' 허가를 받는 과정이 단축될 수 있다.
 

인간의 세포는 단백질 섭취가 부족하면 자가포식 시스템을 돌려 세포 안에 있는 단백질을 재활용한다고 과학자들은 말한다. 단식이나 운동을 하면 자가포식이 촉진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줄리언 교수는 "자가포식의 둔화가 (알츠하이머병의) 근본 원인이라면 반대로 자가포식을 증진하는 건 이로운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강조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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