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일리메디 박대진 기자] 반신반의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이 직접 연자로 나선 유튜브 채널. 변화 순응이라는 기대와 무리한 시도라는 우려가 교차했다.
바야흐로 동영상 시대에 보수적인 서울의대가 움직였다는 점에서는 긍정이었다. 역으로 건강정보의 홍수 속에서 차별점 없는 컨텐츠로 전락할 수 있다는 부정도 공존했다.
산고(産苦) 끝에 2020년 12월 ‘서울의대 열린 강의실’이 첫 선을 보였다. 그로부터 어느 덧 1년. ‘열린 강의실’은 무서운 돌풍을 이어가며 일각의 우려를 말끔히 불식시켰다.
‘의학(醫學)’ 안팎을 조망하는 강의 시리즈 ‘열린 강의실’은 서울의대 교수들이 연구와 경험을 통해 쌓은 식견을 바탕으로 다양한 주제를 다루는 온라인 강의다.
의학 전공자가 아니더라도 이해할 수 있는 강의를 사회에 제공해 의과대학 교수들의 공익적 책무를 실천하기 위한 차원에서 기획됐다.
의대교수들은 ‘교육’을 통해 좋은 의사를 양성하고, ‘연구’를 통해 환자들에게 더 좋은 치료법을 제공하는 게 삶의 명제이자 지향점이다. 물론 임상의사들은 ‘진료’까지 수행한다.
이러한 3가지 역할 외에 요구되는 덕목 중 하나가 바로 ‘봉사’다. 소외계층, 무의촌 등에서 이뤄지던 무료진료가 통상이었다.
하지만 서울의대는 단편적 의료봉사 외에 ‘지식공유’라는 한 차원 다른 봉사를 전개하고자 했고, ‘열린 강의실’에서 그 답을 찾았다.
이를 기획한 서울의대 내과학교실 임재준 교수는 “그동안 의대교수들은 학교에서 학생들, 학회에서 동료의사들과 지식을 공유했지만 국민들에 다가가는 경우는 드물었다”고 말했다.
이어 “단편적 의료봉사 보다는 지식을 공유하고 공감을 키워보자는 취지에서 열린 강의실을 기획했다”며 “기존 봉사의 틀을 과감히 깬 시도였다”고 덧붙였다.
내용도 파격이었다. 여느 의사 유튜브 강사들처럼 단순한 의학상식이나 건강정보, 질환정보 등을 다루지 않았다. 철저히 ‘의학’이란 학문을 일상 생활에 투영시킨 내용이 주를 이뤘다.
자칫 딱딱하고 어렵고, 지루할 수도 있었다. 때문에 기획자나 연출자, 강연자의 공동과제는 쉽고, 짧고, 재밌고였다.
각 질환 분야에서는 최고 권위자들이지만 ‘영상’에서는 비전문가인 만큼 제작진의 의견을 적극 수용했다. 분량, 형식, 편집 등 모든 부분은 전문가에게 맡겼다.
1년 간 9편 동영상 강연 업로드, 시즌2는 다양한 형식 도전 계획
KBS ‘명견만리’ 비견되는 완성도 주목
연자들은 오롯이 강의 준비에만 몰두했다. 평균 20분짜리 영상을 위해 교수들은 일주일을 투자했다.
한 분야에서 20~30년씩 연구하고 진료하고 강의한 베테랑들이지만 본인들의 통찰을 일반인들에게 보다 쉽게 전달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였다.
첫 강의는 프로그램을 기획한 임재준 교수가 맡았다. 영상에 대한 부담감을 감안해 기획자가 먼저 총대를 메기로 했다.
임재준 교수는 ‘의학은 어떻게 검증되는가’라는 제하의 강연을 통해 현대 의학이 눈부시게 발전할 수 있었던 ‘임상시험’에 대해 얘기를 풀어갔다.
그는 대조군, 위약효과, 눈가림법 등에 대한 설명과 실례를 통해 치료법에 대한 과학적 검증의 원리를 알기쉽게 설명했다.
뒤를 이어 전주홍(생리학)·허대석(내과)·권준수(정신건강의학과)·전상훈(흉부외과)·유성호(법의학)·조영민(내과)‧김나영(내과)‧신좌섭(의학교육학과) 등 쟁쟁한 교수들이 연자로 나섰다.
이들은 “지식공유를 통한 사회봉사라는 취지에 공감해 동참했다”고 입을 모았다.
서울의대 교수들이 너무나 쉽고 편하게 전하는 ‘의학 이야기’는 호평 일색이었다. 내용과 구성의 완성도는 KBS ‘명견만리’에 비견된다는 평가들이 주를 이뤘다.
이러한 호평에 힘입어 ‘서울의대 열린 강의실’ 영상들은 조회수 2만회를 넘기며 순항 중이다. 무엇보다 ‘구독’과 ‘좋아요’가 꾸준하게 늘고 있는 점이 고무적이다.
인기에 연연하는 예능이 아닌 의학지식을 통해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시대를 들여다 볼 수 있는 양질의 영상 컨텐츠이길 바랬던 진정성이 이뤄낸 결과물이었다.
일단 ‘서울의대 열린 강의실’은 9편의 강연을 끝으로 시즌1 막을 내렸다. 의학지식을 통해 사회에 기여하고자 했던 취지 만큼의 효과는 충분했다는 평가다.
시즌1 성공을 기반으로 시즌2 준비에 들어간다. 현재 내부적으로 형식이나 분량 등을 논의 중이다.
영어 자막을 넣어 전 세계인들과 공유하는 방식부터 일방향적 강연을 탈피해 교수들끼리 대담이나 토론을 하는 형식 등 다양한 변화를 시도할 계획이다.
서울의대 관계자는 “시즌1을 통해 가능성을 확인한 만큼 시즌2에서는 보다 진화된 내용과 방식으로 일반인들과 호흡할 수 있도록 열심히 준비할 것”이라고 말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