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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이 이례적으로 학회에서 직접 강연에 나섰다. 규제기관으로서 향후 식약처의 방향성을 제시하고, 규제과학 역량 강화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마련한 자리였다. 다만 제약바이오 산업 활성화 의도로 규제에 대한 벽을 낮출 생각는 없다고 선을 그었다.
김강립 식약처장은 21일 전북대에서 열린 대한약학회 추계국제학술대회에 연자로 참여해 “바이오헬스 산업 발전을 위해 규제를 완화하거나 소홀이하는 것은 옳지 않다”며 “식약처는 앞으로 규제당국으로서 벽과 디딤돌을 동시에 높여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식약처 역할은 연구 개발자 그리고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어떻게 규제를 통과할 수 있는지 방향성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허가에 대한 규제심사는 더욱 철저히 하되, 연구자와 기업들이 이 규제를 어떻게 하면 통과할 수 있다는 구체적인 가이드라인도 함께 제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규제과학 발전이 필수적”이라고 역설했다.
김강립 처장은 오랜 기간 보건의료계 공직자로 일한 경력을 바탕으로, 바이오 헬스케어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처장은 “우리나라 R&D 투자비용은 다른 어느 나라와 비교해도 적은 비중이 아니다. 그중에서도 특히 바이오산업에 대한 R&D 투자는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올해만 1조6200만원이 투입됐고, 내년에는 2000억 이상 늘어나 1조9000억원에 가까운 예산이 들어간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 R&D 사업 예산 중 식약처에만 0.5%가 투입된다. 단일 부처로서는 매우 큰 폭”이라며 “식약처 R&D 예산은 꾸준히 늘어나고 있다. 최근 5년 동안 25% 증가했고, 내년에는 올해와 비교하면 13%가 늘어난다. 정부의 의지를 볼 수 있는 예산 배정”이라고 했다.
그는 또 “바이오헬스 산업의 성장은 노무현 정부 이후 진보와 보수를 가리지 않고 집권 이후 공통적으로 국가 미래 성장 잠재력으로 꼽혔다”며 “이번 정부 역시 마찬가지다. 다음 정부에서도 어떤 정부가 들어서든 마찬가지일 것이다. 바이오 분야에 대한 성장 및 투자는 필수적”이라고 덧붙였다.
김 처장은 이날 강연에서 제약바이오산업의 허가업무를 맡은 기관장으로서 기관 역할 변화 필요성과 함께 규제과학 중요성을 함께 천명했다.
김 처장은 “식약처는 앞으로 바이오헬스 산업에서 ‘게이트 키퍼’(gatekeeper‧수문장) 역할이 아닌 ‘인에이블러’(enabler‧조력자)로서 기능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규제과학에 근거한 판단 능력을 보다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 규제과학 역량이 있어야 정책 효율성 및 의약품 허가가 미칠 사회적 영향 등을 보다 정확히 측정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또한 “이에 대한 고민은 비단 우리나라만의 것이 아니다”라며 “미국과 유럽은 이미 수년 전부터 규제과학에 대한 고민을 진행했다. 과학적 근거판단에 관한 규범을 제공하지 못한다는 반성 및 혁신 필요성에 대한 인식으로, 규제과학 발전전략에 관한 5개년 계획을 수립해 이를 추진 중에 있다”고 설명했다.
이날 김 처장에 따르면 식약처는 그동안 ▲세계 최초 인공지능(AI) 기반 의료기기 가이드라인 마련 ▲가상현실(VR)-증강현실(AR) 의료기기 품목신설 ▲AI 기반 영상진단기기 등 혁신의료기기 우선 심사 등 규제기관으로서 선도적 대응을 위한 새로운 기준을 도입해왔다.
또 코로나19 팬데믹 사태에 적극 대응하고자 국내 백신‧치료제 개발 기업과 소통을 통해 비교임상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를 조성했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의 경우 비교임상을 통한 임상3상을 진행 중이다.
김 처장은 “식약처는 기술‧규제 진단 및 규제 서비스 강화와 신기술 혁신제품 개발에 대한 선제적 대응, 규제과학 생태계 조성, 민‧관, 부처간 협력 강화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며 “기획 단계부터 기술-규제의 정합성을 제고해, 앞으로 제약바이오기업들의 연구개발이 규제로 인해 좌초하는 일이 없도록 지원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전임 식약처장이었던 이의경 성균관대 약대 교수도 최근 우리나라 규제과학 발전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재직 당시 인보사, 리아백스 허가를 취소한 경험을 토대로, 규제과학 발전이 이 같은 사태의 재발을 막을 수 있다는 논지였다.
이의경 교수는 지난 11월 열린 한국FDC규제과학회 추계학술대회에서 “기존 식약처가 옥석을 가릴 역량이 있었고 산업에서도 역량을 갖췄다면 (인보사, 리아백스 등) 신약 허가 취소는 발생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결국 약을 먹은 국민들이 피해를 봤다.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과학 기반 규제역량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