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매년 정부기관장들이 의원들 질책을 받는 흔한 광경이 연출된다. 그런데 사실 국회 국정감사에서 정부를 지적하는 내용 가운데는 법률 개정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는 사안이 종종 있다.
특사경 논란에 목소리 높인 건보공단
특히 올해 보건복지위원회 국정감사에서는 사무장병원에 대한 논의가 이어졌다.
국감에서 이종성 의원(국민의힘)이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제출받아 2016년~2020년 ‘사무장병원 행정 재판 현황 자료’에 따르면 항소 취소, 각하 판결 등 건보공단이 사실상 패소한 건수가 전체 168건 중 137(81.5%)건에 달하며 패소한 부당금액 규모는 5541억이다.
이종성 의원은 “건보공단은 사무장병원 적발시 부당금액을 환수하는데 무죄로 결정이 된 경우에는 징수한 금액을 요양기관에 돌려준다”며 “이렇게 환급된 금액이 그간 270억에 달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건보공단의 사무장병원 전담인원은 2015년 4명에서 현재 126명까지 늘어났다”며 “건보공단이 전담인력을 대폭 확충하면서 제대로 된 조사없이 무리하게 적발하고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있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도 “사무장병원 등의 부당이득금에 대한 환수율이 4.7%에 불과해 재정누수가 심각하다”며 “행정조사에서 나아가 특사경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같은 고질적인 문제와 함께 사무장병원이 이슈가 된 것은 당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후보의 장모 최씨가 사무장병원을 개설·운영하며 요양급여를 부당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던 것이 도마 위에 올랐기 때문이다.
남인순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해당 사무장병원의 부당청구액 환수가 가능한가”라고 질의하자 김용익 이사장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 이사장은 “사무장병원들은 재산 은닉을 하는 경우가 많고, 금융정보를 들여다 볼 수 있는 권한이 공단에 없다”며 “우리로서도 환수를 꼭 하고 싶으나 그렇게 되지 못하고 있는 게 현실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이어 “이에 관련한 돌파구로 특별사법경찰 권한을 갖기 위한 작업을 추진 중이나 여의치가 않다”고 덧붙였다.
공단 국감 당시에는 여야 의원들 간 설전으로 감사가 중지되기도 했다.
이 같은 고질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공단은 특별사법경찰(특사경) 도입을 요구하고 있으나 이는 몇 년째 법제사법위원회 법안소위에 계류 중이다.
이에 이번 국감에서 공단 김용익 이사장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고민정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사무장병원에 대한 법적 조치가 엄중해져야 한다. 윤 후보의 장모 최씨 사건이 계속 거론되는 이유는 사무장병원이 여러 권력형 비리들의 창구가 되는 것 아닌가 하는 국민들의 불안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에 김용익 이사장은 “사무장병원은 비윤리적인 범죄이며 환자 생명을 담보로 사기행위를 하는 인권과 관련된 문제다”며 “이렇게 중요한 문제를 검찰은 왜 수사하지 않느냐. 경찰은 무엇을 하고 있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몇년 째 특사경 법안이 좀처럼 진전을 보이고 있지 않은 상황에서 집중 포화를 당한 것과 관련해서 부당함을 표현한 것으로 보인다.
김 이사장은 “사무장병원은 애초 범법을 작정한 이들이 운영하는 것이다. 공단은 수사권이 없고, 금융자료를 볼 수 있는 권한도 없어 특사경 권한이라도 주면 문제를 풀어보겠다고 하는 것”이라며 격양된 어조로 호소했다.
그는 또한 “사무장병원에 대해 막상 수사권이 있는 곳에서는 이를 외면하고 경시하고 있지만, 작은 문제가 절대로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건보재정 왜 부족” 국고지원 비율은 묵묵부답
건강보험 재정에 대한 지적도 마찬가지다. 건강보험 재정 문제는 올해뿐만 아니라 특히 문재인 케어 시행 이후 거의 매년 국정감사 때마다 지적돼 왔다.
올해도 이는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최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박형수 의원(국민의힘)이 공개한 예산정책처 추계 자료를 보면 2030년에는 건강보험 재정 지출이 160조5000억원까지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건강보험 보장성 강화 정책에 따라 보장률이 70%를 달성할 때를 전제하고 계산한 것이기는 하지만 현재 지출이 80조에 달하는 것을 고려하면 약 2배에 달하는 수치다.
문케어 시행에 따라 재정 씀씀이가 커지면서 늘어나는 적자 폭을 단번에 줄이는 것은 쉽지 않게 됐다. 과잉진료 단속이나 사무장병원 환수를 제안하는 목소리도 있지만 이는 전체 적자 폭에 비하면 사실상 재정 기여에서는 큰 비율을 차지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게다가 건강보험은 코로나19에 따른 백신접종비용 등도 지출하고 있다. 이에 공단 내부에서는 국고지원 비율을 확대해야 한다는 요구가 지속됐다.
이는 법안 개정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실제로 정춘숙 의원이 관련 개정안을 발의한 바 있다.
이는 현행법상 국고지원금을 ‘해당 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의 100분의 14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규정한 것을 ‘전전년도 결산 상 보험료 수입액의 100분의 17에 해당하는 금액’으로 보다 명확히 규정토록 했다.
또한 해당 법안을 한시법으로 규정한 부칙규정을 삭제, 건강보험에 대한 안정적 재정지원을 가능케 했다.
그러나 현재 이 법안도 지난해 복지위에 상정된 이후에는 특별한 진전이 없다.
재정 부족 문제만 지적되고 있을 뿐, 관련 움직임의 변화는 찾아보기 힘든 것이다.올해 비슷한 법안이 또 한 차례 발의됐다.
최근 이종성 의원이 건강보험재정에 대한 정부지원을 강화하는 국민건강보험법과 국민건강증진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발의했다.
이 의원은 “현행법은 ‘예산 범위 내에서 해당연도 보험료 예상수입액 14%에 상당하는 금액’으로 규정하고 있어 정부가 재량껏 매년 법정지원율보다 낮은 금액을 지원하는 문제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문재인 정부 들어 급격한 보험료 인상으로 가입자의 보험료 부담은 늘고 있는 반면 정부 지원 비율은 거꾸로 낮아지고 있어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문케어 시행으로 건강보험 재정의 의료비 지출이 크게 증가했고 비급여 풍선효과·과잉진료 등 정책 부작용을 효과적으로 통제하지 못해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적자로 돌아선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개정안은 건강보험 지속가능성을 강화하고 불확실한 정부지원 규모를 최소화하기 위해 정부지원액 편성시 ‘당해년도 예상수입액’에서 ‘전전년도 건강보험 지출액’을 기준으로 지원금을 정하도록 했다.
더불어 지원액 규모에 대한 정부 편의적 재량을 없애기 위해 ‘상당하는 금액’을 ‘해당하는 금액’으로 바꾸고, ‘예산의 범위내’를 삭제했고 2022년까지 한시적으로 지원하도록 한 부칙의 일몰규정을 삭제, 정부의 건강보험 재정지원을 확대한다.
이종성 의원은 “사실상 실패한 문케어로 인해 건강보험 재정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건강보험제도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해야 한다”며 “가입자 부담만 늘리면서 지원규정의 모호함에 기대 법정지원 비율을 지키지 않는 문제점부터 바로 잡겠다”고 밝혔다.
국감에서는 보건복지부 산하 공공기관에게 보건복지부가 책임지고 있는 것에 대해 책망하기도 하고, 법률 개정이 필요한 사안에 대해 반대로 정부에게 개선을 주문하는 일이 벌어지곤 한다.
심지어 지난해 국감에서는 ‘건보공단 직영 요양원 운영을 중단하고 공단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것’이라는 요구와 ‘건보공단 직영 요양원이 건립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논의에 참여할 것’이라는 국회 요구가 동시에 발생하기도 했다.
이에 공단은 요양원 운영을 중단하라는 요구에는 ‘보험자 직영 장기요양기관은 테스트베드 역할 수행을 통해 적정수가 산출, 원가 검증체계 구축, 신 급여제공 모형 개발, 장기요양기관의 서비스 표준화 등 서비스 질적 수준 향상에 기여하고 있다’는 답을 내놨다.
또 직영 요양병원 건립 요구에는 ‘장기요양보험의 현 재정상황을 고려할 때 신규 공단 직영시설 건립은 장기계획으로 검토 중이다’라고 답했다.
때로 정부기관의 소극 행정은 이 같은 모순된 요구가 낳은 것이 아닐까 한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송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