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콕콕 쑤시는 편두통, 근원 치료 가능해졌다
축삭돌기 신호 도약 돕는 슈반세포, '통증의 뿌리'로 확인
[ 2022년 02월 08일 18시 17분 ]

(서울=연합뉴스) 한기천 기자 = 편두통은 가볍게 볼 수 없는 고질병이다. 생명을 위협하지는 않지만, 일상생활과 업무에 지장을 줄 만큼 통증이 심하고 잘 낫지도 않는다.
 

미국 등 서구 국가에선 편두통 유병률(인구 대비 환자 수 비율)이 15%를 넘나든다. 국내 유병률도 6.5% 정도로 추정된다. 대략 국민 15명 중 1명꼴이니 결코 적다고 할 수 없다. 


편두통은 특히 젊은 여성에게 많이 생기는 경향이 있다. 전체 환자 수를 봐도 여성이 남성의 약 3배다. 게다가 편두통은 아직 확실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다. 증상을 완화하는 건 가능하나 근원 치료는 안 된다는 의미다.
 

이런 편두통의 통증 신호가 말초신경계의 슈반세포(Schwann cells)에서 발생한다는 주목할 만한 연구 결과가 나왔다.
 

신경교세포 일종인 슈반세포는 미엘린 초(Myelin sheath)를 형성해 신경세포(뉴런)의 축삭돌기를 감싼다. 일종의 절연체 기능을 하는 미엘린 초의 도움으로 뇌의 활동전위는 축삭돌기의 둔덕부터 말단까지 빠르게 전달되는데 이를 도약전도라고 한다.
 

연구팀은 슈반세포 내부에서 발생한 통증 신호가 인접 세포로 전달되는 메커니즘과 함께 신호 전달을 차단하는 방법까지 알아냈다.
 

미국 뉴욕대 치과대의 나이절 버넷 교수팀이 수행한 이 연구 결과는 지난 3일(현지 시각) 저널 '네이처 커뮤니케이션'(Nature Communications)에 논문으로 실렸다.
 

칼시토닌 유전자 관련 펩타이드(CGRP)와 그 수용체를 표적으로 하는 단일클론 항체 치료법이 이번 연구의 실마리가 됐다. 이 항체 치료법은 최근 편두통 증상 개선에 상당한 효과를 보인 것으로 보고됐다. 하지만 CGRP가 어떻게 통증을 유발하는지를 놓고는 논란이 있다.
 

버넷 교수팀은 CGRP 표적 항체치료제와 관련, 항체가 뇌의 혈뇌장벽(blood brain barrier)을 통과하기 어렵다는 점에 주목했다.
 

논문의 공동 교신저자인 버넷 교수는 "이는 CGRP가 뇌 안이 아닌 말초 신경계에 통증을 일으킨다는 걸 시사한다"라고 지적했다. 현직 분자 병리학과장인 그는 뉴욕대 통증 연구 센터의 연구 교수이기도 하다.
 

신호 전달 메커니즘 규명했으며 통증 차단 동물실험도 성공

 

연구팀의 관심은 자연스럽게 말초 신경계에 많이 분포하는 슈반세포로 쏠렸다. 슈반세포의 CGRP 수용체가 제 기능을 못 하게 조작한 생쥐모델에 실험해 보니, 고장 난 CGRP는 통증을 일으키지 못했다.
 

이런 생쥐는 캡사이신을 투여해도 편두통과 유사한 통증이 생기지 않았다. 보통 캡사이신은 CGRP를 분비하는 이온 채널(TRPV1)을 자극해 통증을 일으킨다. 이와 달리 정상 생쥐에게 CGRP를 적용하면 '안면 부위'가 매우 민감해졌다. 이는 편두통의 통증과 유사한 반응이다.
 

이런 결과는 편두통 발생 과정에서 슈반세포의 CGRP 수용체가 핵심 역할을 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과학자들은 설명했다.
 

연구팀은 통증 신호가 발생할 때 인간의 슈반세포 내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도 밝혀냈다. 슈반세포 내 수용체에 CGRP가 결합하면 그 수용체는 엔도솜(endosome) 안으로 이동해 장기간 통증 신호를 방출했다. 

이 신호는 통증 매개 물질인 산화질소가 슈반세포 안에 생성되게 자극했고, 이렇게 만들어진 산화질소가 인접 세포의 TRPA1 이온 채널과 상호작용하면 통증 신호가 전달됐다. 막으로 둘러싸인 엔도솜은 세포 원형질막과 골지체(또는 리소좀) 간 물질 이동에 관여한다.
 

연구팀은 이 발견을 통해 편두통을 치료하는 두 가지 아이디어를 갖게 됐다. 
 

하나는 CGRP 수용체가 엔도솜에 들어가는 걸 막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엔도솜에 진입한 CGRP 수용체가 제 기능을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연구팀은 먼저 물질의 세포 진입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두 가지 단백질, 즉 클라트린(clathrin)과 다이나민(dynamin)을 억제하면 통증이 줄어든다는 걸 동물실험에서 확인했다.
 

엔도솜 안에 들어간 CGRP 수용체를 차단하는 덴 저분자 약물을 캡슐로 싼 나노입자를 사용했는데 이 방법 역시 CGRP 유발 통증을 막는 데 효과를 보였다.

세포 표면까지만 가는 대부분의 다른 약과 달리 이 나노입자는 엔도솜 내부 목표 지점에 도달해 약을 내보내게 디자인된 것이다.
 

나노입자는 생각한 대로 슈반세포 엔도솜 안까지 약을 전달해 CGRP 수용체 발현을 막았고, 이는 편두통을 강하게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버넷 교수는 "CGRP가 편두통에 관여한다는 건 알려졌지만, 슈반세포가 밀접히 연관됐다는 건 처음 밝혀냈다"라면서 "엔도솜 내부에서 통증 신호가 나오는 메커니즘도 깊이 이해함으로써 새로운 편두통 치료법을 개발할 가능성이 열렸다"고 말했다.

 

che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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