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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메디 신용수 기자] 3월 23일 남대문 생활치료센터에서 맞는 첫 아침이 밝았다. 임상시험 시작일이다. 오전 9시경 흉부 방사선 촬영을 진행했다. 촬영은 입소 당시 보였던 컨테이너에서 진행됐다.
생활치료센터에서는 검사 시간을 제외하면 밖으로 나설 수 없다. 배식을 제외하면 문도 열 수 없다. 다만 임상 참가자는 검사를 위해 문밖을 나설 기회가 조금 허락된다.
흉부 방사선 촬영 후 숙소로 돌아가 1시간 가량 기다렸다. 이후 임상 담당 간호사가 “지금 내려오면 된다”고 알렸다. 드디어 임상시험이 시작된다.
하루 2차례 스마트폰 앱 통해 건강상태 보고
임상시험 컨테이너 내부 사진./촬영=신용수 기자
임상시험을 위해 마련된 컨테이너에 들어서자 보호복을 갖춰입은 간호사들과 검체 보관용 냉장고 등이 보였다. 책상 위에는 각종 서류들이 놓여 있었다.
간호사는 우선 혈액검사와 유전자증폭(PCR) 검사가 필요하다고 안내했다. 혈액검사는 참가자가 임상시험에 참여 가능한 상태인지를 확인한다. 혈액검사 결과가 나온 뒤부터 약을 복용할 수 있다.
PCR 검사는 치료제 효과를 확인하기 위한 지표다. 일반적으로 제약사들은 코로나19 치료제 임상에서 ‘PCR 검사로 확인한 바이러스 음전율’을 1차 평가변수로 확인한다.
간호사 안내에 따라 PCR 검체 채취와 채혈을 마쳤다. 비강에 면봉을 찔러넣는 것은 PCR 검사와 자가진단키트로 익숙해져 있었다. 처음엔 고통스러웠지만 이제는 그러려니 할 수준이다.
검사를 마친 뒤 임상시험 동의서 및 인체유래물 사용확인서 등 각종 서류에 서명을 했다. 인적사항과 건강상태 등을 비롯해 다양한 개인정보를 제공해야 하는 까닭이다.
이후 임상시험 과정 전반을 안내받았다. 다기관 임상으로 남대문 생활치료센터를 맡고 있는 경희대병원을 비롯해 총 24개 기관이 참여한다. 기자가 입소한 센터의 임상시험은 경희대병원 감염내과 이미숙 교수가 총괄했다.
약은 총 5일간 복용한다. 첫날에는 2종류를 3정씩 총 6정을 한번에 복용한다. 다음날부터는 4일 동안 점심식사 이후 2종류를 1정씩 하루 한번 복용한다.
퇴소 이후에는 일주일에 1번씩 경희대병원을 방문해 몸 상태와 이상반응 유무 등을 확인한다.
약 복용 이후에는 매일 스마트폰으로 일지를 작성한다. 생활치료센터에서 보내주는 기록지와는 별개로,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 ‘트라이얼맥스’(trailsmax)를 통해 자신의 몸 상태와 산소포화도, 체온 등을 기록해야 한다.
간호사는 산소포화도 측정기, 체온계 등을 제공했다. 이는 퇴소 이후에도 계속 사용하게 된다. 약 복용 시점부터 10일간은 하루 2차례씩, 이후에도 마지막 방문일까지 하루 한 차례씩 앱을 통해 일지를 작성해야 한다.
이중맹검, 참가자도 의료진도 위약 여부 알 수 없어
임상시험용 동의서(왼쪽)와 임상시험용 의약품./촬영=신용수 기자
모든 안내가 끝난 뒤 임상시험용 의약품을 제공받았다. 약품은 총 5개 종이상자에 들어 있었다. 큰 종이상자에는 첫날 복용해야 하는 6정, 나머지 작은 종이상자 4개에는 다음날부터 먹어야 할 약이 2정씩 들어있었다.
상자 겉면에는 제조번호와 사용기한, 보관 주의사항, 제조사인 일동제약 정보 등이 적혀 있었고, 간호사가 수기로 작성한 제공 일자도 기재돼 있었다.
상자에 적힌 약품명은 ‘S-217622 또는 위약’이었다. 일반적으로 치료제 임상은 ‘이중맹검법’(Double-blind)이 적용된다.
'이중맹검'이란 약을 복용하는 참가자뿐만 아니라 의료진 또한 약의 종류를 모르는 방식이다. 약을 먹었다는 심리적 안정만으로도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는 ‘위약 효과’(placebo)를 배제할 수 있도록 하는 장치다.
또한 이중맹검은 약을 배분하는 의료진도 약 종류를 알 수 없도록 해 연구결과의 공정성을 담보한다. 해당 약이 실제 치료제 후보인지 위약인지는 약을 제공한 제약사만이 알 수 있다.
약을 받은 뒤 방으로 복귀해 검사 결과를 기다렸다. 오후 5시경 간호사는 “혈액검사 결과 큰 문제는 없었다. 약을 드시라”고 말했다. 이제 국산 코로나19 경구치료제를 대면할 시간이다.
큰 종이상자를 개봉하자 1정씩 소포장된 6정의 알약이 보였다. 제형은 모두 정제로, 2종류인 만큼 생김새도 2가지였다. 한가지는 길쭉한 타원형이었고 하나는 작은 원형이었다.
S-217622는 코로나19 경구치료제로 국내 최초 승인받은 화이자 팍스로비드와 동일한 기전으로 작동한다.
팍스로비드는 니르마트렐비르와 리토나비르를 함께 복용하는 방식의 치료제다. 일동제약 치료제 또한 같은 기전인 까닭에 서로 다른 2종류의 약이 포함된 것으로 보인다.
다만 실제로 치료제 성분이 들어있을 지는 알 수 없다. 위약 또한 생김새 등으로는 분간할 수 없도록 제작된다. 복용하는 약에 실제 치료제 성분이 들어있는지는 제약사만이 알 수 있다.
첫날 약이 들어있는 상자(왼쪽)와 복용할 약을 손에 든 기자./촬영=신용수 기자.
이제 약을 복용해야 하는 순간이다. 치료 효과에 대한 기대감과 위약일 수도 있다는 생각,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한 걱정까지 만감이 뒤섞였다. 눈을 질끈 감고 약을 털어넣었다.
당연한 말이지만 치료제를 복용했다고 해서 바로 효과가 나타나지는 않는다. 사실 기계로 측정 가능한 지표들의 경우 줄곧 정상을 유지해왔다.
입소 전에는 약간의 열이 있었지만 입소 후에는 그마저도 없었다. 체온이나 산소포화도로는 호전 여부을 확인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물론 의료진은 PCR 검사를 통해 바이러스 여부를 확인한다. PCR 검사는 약을 받은 23일과 24일, 26일, 퇴소일인 28일까지 총 4차례 진행됐다. 26일을 제외한 날에는 채혈 검사도 함께 진행됐다.
하지만 PCR 검사 결과를 참가자에게 알려주지는 않는다. 체온이나 산소포화도 등에 문제가 없었던 만큼 몸 상태가 나아지고 있는지 확인할 방법은 인후통과 기침, 가래 등 몸으로 나타나는 증상들뿐이다.
격리 상황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더 이상 없었다. 고열이나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발현하는 것도 아니었고, 임상시험 중인 까닭에 다른 약을 먹기도 사실상 불가능했다. 증상이 나아지길 기다리는 수 밖에 없었다.
증상은 호전됐지만 치료제 효과는 불투명
임상시험용 어플 트라이얼맥스 캡처/제공=신용수 기자
약 복용 이후 매일 증상을 기록하면서 몸 상태를 점검했다.
생활치료센터 의료진도 하루 두 차례씩 모바일 메신저로 평가서를 받고, 이를 토대로 몸상태를 전화 문진했다.
임상시험 의료진 또한 간간히 전화로 확인했다.
치명률이 낮은 오미크론이라 방심했으나 초기 증상은 예상보다 심했다. 목구멍을 사포로 비비는듯한 고통이 이어졌다. 기침 가래도 멈추지 않아 목소리는 걸걸이 쉬어버렸다.
입소 이후 이틀은 기침과 가래 인후통이 심했다. 약 복용 다음날에는 기침과 가래는 다소 줄었지만 인후통은 여전했다.
이틀 후에는 인후통도 다소 감소했고, 약간의 가래와 기침이 남아있는 수준이었다.
퇴소 전날의 경우 기침으로 쉬어버린 목을 제외하면 별다른 증상이 남아있지 않았다.
전반적으로는 무난한 회복세를 보였다.
다만 증상이 완화됐다고 해서 치료제가 꼭 효과를 봤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임상 특성상 위약을 복용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었다.
실제 효과가 있었는지는 많은 참가자들의 데이터가 쌓여야 분석할 수 있다.
기자는 격리해제 이후 증상이 심해지기도 했다. 인후통이나 기침, 가래는 없었지만, 부비동염(축농증)이 있는 것처럼 콧속에서 악취가 느껴졌다.
해당 증상을 퇴소 이후 경희대병원 첫 방문일이었던 30일 의료진에게 설명했다.
병원에서는 혈압을 재고 퇴소 이후 증상이나 이상반응이 있었는지를 확인한 뒤 PCR 검사를 진행한다.
의료진은 “악취감 등 후각이상은 잘 알려진 코로나19 후유증 중 하나”라며 “특별한 약이 없다. 코가 막힌 상황이라면 항히스타민제를 쓰겠는데 악취감에는 큰 효과가 없다”고 말했다.
임상시험에 참가하면서 기자가 느낀 주관적인 의견은 치료제가 실제로 효과가 있는지는 판단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효과가 없다는 뜻이 아니다. 정확하게 판정할 근거가 없었다.
회복했지만 치료제가 결정적이었는지 알 수 없고, 치료제가 위약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사실은 치료제의 효과를 확인하려면 더 많은 사람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개개인의 데이터는 근거가 될 수 없지만, 데이터가 모이면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그리고 이 경향성의 발견은 어쩌면 새로운 치료제의 탄생으로 이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