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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 암치료 전달체계 개선, 국가적 고민 필요"
허수영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 "첨단기술 기반, 산학협력 지원 등 성과 가시화"
[ 2022년 04월 11일 05시 06분 ]
최근 국내 암 치료 환경에 많은 변화가 일고 있다. 정밀의학 발전으로 보다 세밀한 암종 진단이 가능해졌고, ‘꿈의 암 치료기’라 불리는 초고가 장비가 속속 등장하면서 암 정복에 대한 희망을 높이고 있다. 암 치료 발전 속도가 빨라지면서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암 환자를 치료하는 빅5 암병원장들 역시 분주해졌다. 발전된 암 치료법이 국내 실정에 알맞게 뿌리내릴 수 있도록 표준을 제시하는 게 이들의 임무 중 하나다. 코로나19 사태로 혼란스러웠던 병원 현장도 안정을 되찾고 있는 상황에서 데일리메디는 빅5 암병원장들에게 향후 국내 암 치료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물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⓵ 이우용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장
⓶ 양한광 서울대병원 암병원장
⓷ 허수영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
⓸ 김태원 서울아산병원 암병원장
⓹ 금기창 연세의료원 연세암병원장  ※ 병원명 가나다 順 
 
[데일리메디 한해진 기자] 출발은 1978년 가톨릭중앙의료원 암진료 클리닉이었다.
 
이후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은 국내 최초 형제간 동종 조혈모세포이식, 국내 최초 자가 조혈모세포 이식 등 혈액암 분야에서 독보적 성과를 거두며 착실히 발전해 왔다. 
 
최근에는 첨단 방사선 암치료기 트루빔(Truebeam), 전립선암 국소치료 '나노나이프' 치료법 및 디지털 병리 솔루션 도입 등 암 치료에 최신 의료기술을 접목하는데도 힘쓰는 중이다.
 
허수영 서울성모병원 암병원장은 “빅5 암병원 중 병상과 인력 수는 적지만 첨단복합의료센터와 양성자 치료기 도입 등을 통해 질적 성장을 거듭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코로나19 사태에도 암환자 치료공백 최소화 노력”
 
코로나19 장기화로 어려웠던 점은 비확진 환자의 치료공백이었다. 특히 면역력이 낮은 암환자들이 항암치료를 받는 동안 발생하기 쉬운 감염질환에 대처하기 위해 노력했다.
 
허수영 암병원장은 “코로나19 대응을 위해 의료 역량을 조절할 수 밖에 없었고, 암환자의 경우 초진에 비해 재진환자 접근성이 떨어질 우려가 있었다”고 술회했다.
 
이어 “암환자 대기시간이 지나치게 길어지거나 모니터링이 필요한 재진환자 치료공백이 생기는 것을 최소화하는 데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병상 확보’에 대한 어려움도 털어놨다.
 
허수영 암병원장은 “매일 중환자실 운용을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응급수술이 필요한 환자가 있는데, 중환자실에 남은 자리가 없으니 수술하지 말라고 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반면 “오전에 병상이 남아 있었으니 오후에 중증 확진자를 받을 수 있겠다는 식으로 계산할 수도 없는 환경”이라고 토로했다.
 
그는 “중환자실은 단순히 자리의 문제가 아니라 가용 인력까지 고려해야 하기 때문에 확진자 대응을 위한 병상 확보 측면에서 애로사항이 많았다”고 말했다.
 
감염병으로 인한 의료체계 위기는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발생할 수 있는 문제인 만큼 국가 차원의 시설 확충과 인력 양성이 요구된다는 제안이다.
 
그는 “항암치료 과정에서 백혈구 수치가 떨어지거나 발열이 생겨도 환자들이 내원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며 “향후 감염병 사태시 보다 세심한 암환자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공공병원이 감염병 사태에 주도적으로 대응토록 하고, 희귀질환자와 고위험 암환자를 권역 상급종합병원 등이 담당하는 방식으로 체계적 분업이 이뤄졌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무너진 의료전달체계, 상급종합병원 쏠림 고민 심화
 
설립 초기에는 선진국의 병원들을 롤모델로 삼았던 국내 상급종합병원들은 이제 해외 의료진이 찾아와 벤치마킹하는 단계까지 발전했다.
 
허수영 암병원장은 “일본, 중동, 아‧태지역 등 다양한 곳에서 의료진이 연수를 받으러 온다”며 “술기를 비롯해 우리나라 의사들의 실력은 이미 최고 수준”이라고 평했다.
 
이어 “그러나 빅5 병원이 모든 암환자를 점유하는 형태가 의료체계 완성은 아니다”라며 “연구 수준을 향상시키고 희귀질환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는 질적 성장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관점에서 상급종합병원 쏠림 현상에 대한 문제 의식도 존재한다.
 
그는 “어려운 수술을 위해 외국에 나갈 필요가 없어진 것은 긍정적이지만 각 지역 환자들이 권역의 좋은 병원을 두고 수도권으로 오는 게 문제”라고 진단했다.
 
이어 “그렇다고 자유로운 병원 선택에 익숙해진 환자들을 강제로 1-2-3차 병원으로 분류하면 사회적 정서가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특히 “훼손된 의료전달체계 재정비는 병원이 독자적으로 나설 수 없는 문제인 만큼 정부에서도 같은 고민을 했으면 한다”고 제안했다.

고가 항암제 확장세, 치료 효과 등 실효성 확보 필요
 
최근 표적항암제와 면역항암제 등 고가의 약제가 연이어 등장하고 있다. 하지만 워낙 높은 가격 탓에 혜택을 받을 수 있는 환자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허수영 암병원장은 “최근 차세대염기서열분석(NGS) 발전으로 암 종류에 따라 효과가 좋은 약제, 적절한 약제를 찾아 치료할 수 있는 환경이 많이 발전했다”고 전했다.
 
이어 “건강보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약제가 많지 않아 병원에서도 임상시험 등을 통한 접근성에 신경을 쓰고 있고 항암연구도 지속적으로 추진 중”이라고 덧붙였다.
 
검사 비용 자체도 높은 편이다. 
 
그는 “정밀의학이 발전하고 있지만 그 혜택을 받는 프로세스는 아직 원활치 않다”며 “유전체 검사 비용이 수 백만원에 달해 맞춤치료를 받겠다는 환자는 생각보다 적다”고 밝혔다.
 
이어 “보험에서 이런 부분을 배려해 주면 좋겠지만 한편으로 고가의 최신 약제에만 보험이 집중될 수도 없는 노릇”이라고 안타까움을 표했다.
 
국내서도 암은 여전히 주요 사망원인 중 하나다. 서울성모병원 암병원도 다학제 진료 활성화와 신속대응팀 등을 통해 치료 역량을 발전시켰다.
 
허수영 암병원장은 “다학제 시스템 발전은 의미 있는 성과”라며 “긴급상황시 빠른 대응을 할 수 있는 팀 체계가 효율적으로 작동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신약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 및 의료기술 협업에도 힘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는 “기초 분야 연구와 함께 임상시험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신약은 아직 개발 초기 단계지만 인프라 형성 측면에서 보면 많은 발전을 거듭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서울성모병원 기술지주회사인 바이젠셀의 경우 백혈병 면역세포치료제 플랫폼 기술을 보유한 유망 기업으로 성장했다.
 
급성골수성 백혈병 분야에서 연구 성과를 보이고 있으며 지난해 상장을 거쳐 현재 각 플랫폼에 대한 임상시험이 진행 중이다. 
 
허수영 암병원장은 “빅데이터, 바이오마커 등 첨단기술 분야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산학협력을 통한 프로세스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고 강조했다.
hjha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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