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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 가족 둔 의사, 집에서 졸피뎀 전달···"면허정지 1개월"
법원 "행정처분 적법" 판결, '비도덕적 진료행위' 여부 등 쟁점·의사 항소
[ 2022년 05월 03일 05시 46분 ]
[데일리메디 박정연 기자] 불면 증상을 호소하는 가족에게 집에서 불면증 치료제인 졸피뎀을 건넨 의사에 대해 법원이 면허정지 처분이 적법하다고 판단했다.
 
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5부는 정형외과 전문의 A씨가 보건복지부 장관을 상대로 낸 의사면허 자격정지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앞서 지난 2018년 A씨는 자택에서 처남인 B씨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사업 준비로 잠을 이룰 수 없다는 이야기를 듣고 B씨에게 향정신성 의약품인 ‘졸피뎀’ 7정을 건네줬다. 해당 의약품은 A씨가 처방받아 보관하고 있었다.
 
복지부는 이러한 A씨 행위가 의료법 및 의료법시행령에 따른 면허정지처분 사유가 된다며 2021년 1개월의 정지 처분을 내렸다.
 
현행 관련법은 마약류취급의료업자가 처방전에 따르지 않고 마약 또는 향정신성의약품을 투약하거나 투약하기 위해 제공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또 예외적인 경우를 제외하면 의료기관이 아닌 곳에서 진찰 등 행위를 하는 것 역시 허락되지 않는다.
 
하지만 처분에 불복한 A씨는 소송을 제기했다. 
 
A씨는 먼저 ‘진료행위’를 했다는 처분사유에 대해 “처남 B씨 증상을 적극적으로 살피면서 병명을 진단하지 않았다”며 “가족 중 일방 당사자에게 보관하고 있던 약을 나눠준 행위만으로 ‘진료행위’ 내지 ‘의료행위’를 했다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이어 ‘비도덕적 행위’라는 처분 사유에 대해서 “가족 간 일방 당사자가 이미 처방받아 복용 중이던 약을 일부 나눠준 것에 불과한 행위를 사회통념상 비난가능성 있는 행위라 볼 수도 없다”고 항변했다.
 
그는 이러한 행위가 대한의사협회 정관 및 중앙윤리위원회 규정이 정하는 ‘의사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라 보기도 어렵다고 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의료법 시행령은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진료행위의 예시로 ‘학문적으로 인정되지 않는 진료행위’와 ‘불필요한 검사·투약·수술 등 지나친 진료행위를 하는 경우’를 들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즉, 의료인의 품위를 손상시키는 ‘진료행위’에는 의학적 전문지식을 기초로 의료인이 직접 행하지 않을 경우 보건위생상 위해가 생길 우려가 있는 행위가 널리 포함되는 개념”이라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비록 원고가 1회적으로 문진을 행했거나 약물을 제공한 것에 불과하다고 하더라도, 이는 진찰 및 처방으로 의료행위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또한 “가족이란 이유만으로 위험성을 가진 졸피뎀을 별다른 복약방법이나 투약용량, 부작용 등 필요한 사항에 대한 지도·설명조차 없이 교부했다는 사정 자체가 의사에게 요구되는 선량한 주의의무를 다했다고 평가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어 ‘의료인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지 않았다’란 주장에 대해선 “의협 중윤위가 심의와 의결을 거쳐 복지부 장관에게 자격정지를 비롯한 행정처분을 의뢰할 수 있다는 사정만으로 고유의 의료인에 대한 면허 자격정지 권한에 어떠한 제한이 된다고 볼 수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의사의 임무와 사명, 권한과 책임 등을 고려할 때, 의사에게는 환자에게 적정한 의료행위를 할 수 있는 전문성과 함께 환자로 하여금 그 의사를 신뢰하게 할 수 있는 도덕성과 직업윤리가 요구된다고 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마약류관리법에 따라 향정신성 의약품으로 분류되는 졸피뎀은 특성상 건강과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으며, 의료질서를 훼손하므로 이는 의사의 품위를 ‘심하게’ 손상시키는 행위로서 엄격히 제재할 필요가 있다”고 못박았다.
 
그러면서 “이 사건 처분으로 달성하고자 하는 환자의 생명과 건강 보호, 의료질서의 확립, 의료인의 윤리의식과 책임감의 확보라는 공익이 원고가 입게 될 불이익에 비해 크다고 할 수 있다”며 원고 청구를 기각했다.

이 같은 판단에 불복한 A씨는 항소했다.

한편, 판결문에 따르면 이 사건에 앞서 A씨는 그의 부인인 C씨에게 상해를 입혀 1천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은 전력이 있었다.

당시 A씨는 C씨가 모임에 참석한 후 귀가시간이 늦어졌다는 이유로 말다툼을 하다가 주먹으로 머리를 수차례 때려 손가락 염좌 등의 상해를 가했다. 이 사건 며칠 뒤 C씨는 차량 안에서 졸피뎀을 복용한 채 착화탄을 피워 극단적 선택을 했다.
mut@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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