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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점]
의사·간호사는 '톰과 제리'인가
[ 2004년 02월 02일 10시 38분 ]
최근 지방의 한 국립대병원에서 전공의가 간호사를 폭행하자 이에 항의하는 과정에서 노조간부가 전공의를 폭행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또 작년 9월에는 서울의 한 병원에서 전공의가 간호사를 폭행, 보건의료노조가 해당 전공의의 해임을 촉구하는 등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이처럼 병원 내에서 환자 진료의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는 의사와 간호사 등 전문직종간 폭언·폭행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어 대책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의사·간호사등 병원 내 폭언·폭행 어디까지=
지금까지 국내 의료기관에서 의사와 간호사 양 전문직종간에 벌어진 폭언·폭행 사태는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다.
특히 대형병원에서 근무하는 인턴, 레지던트 등의 전공의와 간호사간 갈등은 상당히 위험한 수준에 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건의료노조가 지난해 전국 36개 병원에 근무하는 간호사 등 여성근로자 155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병원 내 폭언·폭행 및 성희롱에 관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여성 근로자의 39.8%가 폭언·폭행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폭언·폭행 가해자로는 환자 또는 보호자가 41.2%로 가장 많았고, 다음으로 의사(33.7%)나 부서 내 상사(11%), 직원 또는 동료(9.3%) 등의 순이었다.
또 지방의 C병원 노조가 여성 조합원 2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서도 응답자 (225명)의 45.3%가 상사나 전공의, 교수 등으로부터 폭언이나 폭행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이 조사에 따르면 여직원에게 폭언이나 폭행을 가한 가해자의 비율이 전공의가 45%로 가장 많았다는 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병원 내에서 일반적으로 의사와 간호사가 수직적인 상하관계로 인식되고 있고, 또 전공의의 경우 남자 비율이 높은 반면 간호사는 거의 대부분이 여성이기 때문에 간호사가 의사에게 폭언·폭행을 가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전공의협에 따르면 원내에서 전공의에게 폭언·폭행을 가하는 당사자는 주로 환자나 보호자에 의한 경우가 상당수에 달했고, 수련과정에서 선배 의사나 지도교수가 폭언·폭행의 당사자인 경우도 빈번했다.
그러나 병원 내 노조가 의사를 폭행하는 일도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대표적인 것이 2001년 서울 Y병원 노사협상 과정에서 이 병원 의사가 노조간부에게 폭행을 당해 코뼈가 내려앉는 부상을 당했다.
최근 발생한 노조간부의 전공의 폭행 사건처럼 간호사가 의사에게 맞았을 경우 이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쌍방간 폭언·폭행이 발생하기도 한다.
◆왜 의사·간호사간 폭언·폭행이 일어나나=
의사와 간호사는 각각 전문직종이면서 병원 내에서는 철저하게 수직적인 상하관계로 인식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의사가 오더를 내리고 간호사가 이를 수행하는 업무 수행이 철저하게 지켜진다.
전국보건의료노조의 한 관계자는 "의사나 간호사는 평소 업무 수행에 있어서 철저하게 수직적인 관계"라며 "이 때문에 대부분의 의사들은 전문직종으로서 간호사를 인정하려 들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남자의사들은 가부장적인 권위를 앞세워 간호사들에게 일상적으로 반말을 하거나 간호사들을 비하하는 발언도 서슴치 않는다"며 "이 같은 반말과 폭언이 폭행이나 성희롱으로 이어지기도 한다"고 지적했다.
의사가 간호사에게 반말을 하거나 폭언을 하는 것과 반대로 근무 경력이 오래된 고참급 간호사가 인턴처럼 나이 어린 전공의에게 반말을 하는 경우도 없지 않다.
서울 지역 대학병원의 한 전공의는 "인턴 때에는 고참 간호사에게 반말을 듣기도 한다"며 "이러한 일이 반복되면 결국 나중에는 갈등이 불거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의사와 간호사간 전통적인 업무 수행 관계뿐만 아니라 병원 내 인력부족으로 인한 과중한 업무에서 오는 스트레스도 양 전문직종간 갈등을 유발하는 주요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실제로 상당수 병원에서 만성적인 간호인력의 부족으로 의사의 진료보조 요구를 제때 들어주지 못하는 데서 폭언·폭행이 발생하고 있다.
전공의들 역시 엄청난 업무량에 허덕이면서 이 때문에 간호사들에게 폭언·폭행을 가하기도 한다.
지방 대학병원의 내과 2년차인 한 전공의는 "응급실에서 정신없이 환자를 살피면서 간호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만 자기 일이 아니라고 외면할 때는 어절 수 없이 감정이 격해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외과 4년차인 또다른 대학병원 전공의는 "의사들은 일반적으로 간호사들을 보조스텝으로 생각하고 있다"며 "그러나 간호사들은 전문인으로서 자신들의 일자체를 중요시하기 때문에 갈등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병원 내에서 의사와 간호사간 커뮤니케이션을 할 수 있는 통로가 없다는 점도 문제다.
전문직종간 역할 구분이 명확한데다 의사와 간호사간 수직적인 상하관계가 철저히 지켜져 왔기 때문에 폭언 폭행이 발생하더라도 이를 논의할 수 있는 대화의 창구가 전무한 실정이다.
게다가 근본적으로 이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 병원이 쉬쉬하며 덮고 넘어가려는 분위기이기 때문에 양 직종간 갈등이 속으로 곪을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보건의료노조 관계자는 "병원 차원에서 매년 한차례 실시하는 직장내 방지 교육때 폭언·폭행에 대한 교육도 함께 실시해야 한다"며 "나아가 남녀고용평등법등 관련법 개정을 통해 직장내 성희롱은 물론 폭언·폭행을 엄격하게 다루는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상기기자 bus19@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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