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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여의도 집회서 만난 老 교수
[ 2004년 02월 23일 02시 08분 ]
휴일인 22일 여의도에는 전국 각지서 약 3만여명에 달하는 의료계 종사자들이 집결했다. 빗줄기가 전날보다는 다소 약해졌지만 세찬 강바람은 기세가 꺽일 줄 몰랐다. 집회 참석자들의 체감온도는 예상보다 훨씬 춥게 느껴졌다.

이 날 여의도 고수부지는 그치질 않고 뿌려댄 비바람에 진흙 뻘로 변했다. 물이 차지 않도록 신발을 비닐봉지로 싸맨 모습이 아수라장을 방불케 하는 어지러운 현장에서 그 나마 웃음짓게 했다. 차가 밀리다보니 참석자들이 길게 늘어져 도보로 이동하는 모습은 낯익은 광경이 돼버릴 정도였다.

이 날 집회에는 전국 각지서 행사 주체인 의사를 비롯 가족과, 간호사 등이 자리를 함께 했다. 전공의들과 교수협의회 간부들도 일부나마 참석했다.

기자는 이날 행사장을 두세 차례 돌면서 안면이 있는 의사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들 추위에 아랑 곳 하지 않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그 중 기자는 의외의 老 교수를 만났다. 경희의대 부속병원장과 얼마 전까지 의료원장을 역임한 유명철 교수였다. 귀를 가릴 수 있는 벙거지 모자를 썼지만 구두는 흙탕물이 잔뜩 묻어 있었다.

이런 곳에서 老 교수를 만나리라고 예상치 못한 기자는 "어떻게 오셨느냐"는 질문으로 인사를 대신했다. 그는 "선약이 있었지만 취소하고 나왔다"며 "나 같은 사람이라도 한 사람 나와서 자리를 차지해야 의료계를 위해 힘이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이어진 대화는 사적으로 편한 내용이었지만 잘못돼 가는 의료제도에 대한 안타까움이 깊게 드리워져 있는 老 교수의 고뇌를 엿볼 수 있었다. 그는 "우리가 이렇게 해도 환자들이 잘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그는 "의사들이 왜 이러는지 모든 병원에 홍보물을 비치하고 환자들한테 체계적으로 알려야 한다"며 홍보의 중요성을 역설했고 "의료제도가 이대로 가서는 안된다"고 거듭 강조했다.

주변 상황으로 인해 짧은 시간으로 끝났지만 노 교수와의 만남은 의외였다. 강제로 동원한 것도 아니고 일반 교수도 아닌 대학병원장을 지낸 국내 의료계의 대가가 비바람이 몰아치는 의사들 집회에 손수 참석한 모습에 기자는 여러 상념이 떠올랐다.

그러면서도 과연 老 교수의 바람처럼 그의 정년 이전에 의사들이 생각하는 아니 정말 국민을 이롭게 하는 의료제도가 정착될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선뜻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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