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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명분없는 44일간 파업의 상처들
[ 2004년 07월 25일 14시 15분 ]
올 최장기 서울대병원 노사파업이 그 막(幕)을 내렸다. 병원은 '산별협약 근거'라는 명분을, 노조는 '공공성 강화'로 44일의 정당성을 부여했다.

하지만 굳이 승패를 가른다면 명분에 있어 노조는 완패(完敗)나 다름없다.

서울대병원 파업은 산별협약을 뛰어넘는 '온전한 주5일제 쟁취'와 '산별협약 10조 2항 폐기','생리휴가 보상 차등화 폐지' 에서 시작됐다. "산별협약은 최저기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 파업의 이유다.

하지만 상급단체인 보건노조의 산별협약 준수 원칙 고수와 이를 수용하지 않을 경우 '전면지원 불가 방침'이 전해지면서 서울대병원 노조는 설 땅을 잃었다.

보건노조의 '산별협약 노조 찬반 투표'도 병원 노조를 압박했다. 이미 대부분의 병원이 산별협약에 근거해 파업을 타결지은 상황에서 찬성이 압도적일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자 노조는 초기의 산별협약 무용론을 어느새 슬그머니 뒷춤에 감췄다. '산별협약 준수 원칙'으로 노조와 강하게 대립하던 병원이 이를 놓칠리 없었다. 노조의 '공공성 강화' 라는 명분을 세워준 협상 카드를 던졌으며 노조는 결국 이를 받아들였다.

그러나 병실에 아예 TV를 없애는 것이 추세인 병원계에서 TV유료화 폐지가 공공의료 확충에 얼마만큼 기여할지는 의문이다. 그나마 단기병상제 폐지와 2등급 병실료 인하는 추후 논의다.

EMR 구축에 대한 노조 참여 여부도 모호하다. 단지 환자 개인정보를 보호하고 병원 설립목적외에는 사전 허락없이 사용하지 않는다는 너무도 당연한 내용에 대한 합의를 이끌어 낸 것이 고작이다.

노조가 얻어낸 그 어떤 공공성 강화 결실도 44일간 환자 진료권 박탈과 이에 대한 원성들을 보상하기에는 턱없이 부족하다.

단지 무노동무임금이라는 노조의 부담과 병원의 이미지 실추, 120억원이라는 병원의 막대한 손실에 勞-勞 갈등이라는 치명적 흠집만이 남아 있을뿐이다. 명분없는 44일간 파업의 잔해들이자 상처라고 규정한다면 지나칠까.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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