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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 의료, 국가-국민 역할 조화 '건강'
[ 2004년 08월 13일 13시 44분 ]
영리법인 허용, 내국인 진료, 민간의료보험 도입, 의료 허브 등등…. 싱가포르 의료하면 떠오르는 말이면서 최근 국내 의료계에 빈번히 회자되는 단어들이기도 하다. 이런 열풍을 반영하듯 싱가포르를 찾는 국내 의료인들이 눈에 띄게 늘고 있다.
[편집자주]
싱가포르 진출을 염두해 뒀거나 의료시장 개방에 대비해서 의료허브를 직접 체험해보기 위한 목적일 수도 있다. 최근 국내의 한 병원은 처음으로 싱가포르 병원에 한국 클리닉을 개설하기로 결정했다. 싱가포르 패키지 여행 코스까지 가미됐다.
같은 이유로 싱가포르를 찾은 미래 의사들도 있다. 팀장인 가톨릭의대 본과 2학년 문민영 학생과 박명하, 백기봉, 장민옥 학생 팀. 이들은 최근 가톨릭의대가 학생들에게 해외 견문을 넓히고 국제적 감각을 익힐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실시한 ‘2004 해외문화탐방' (Global Explorer Program)프로그램에 참여했다.
여러 팀이 후보로 올랐으나 이들이 최종 선정된 배경은 다름 아닌‘아시아의 의료 허브 전쟁, 싱가포르에서 배운다’의 주제 발표문이었다. 이들도 처음에는 민간 부문이 발달한 아시아의 의료허브를 담아내기 위해 프로그램에 참가했으며 출국길에서도 이들은 의료시장 개방과 치열해지는 의료부문 경쟁속에서 국내 의료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이 무엇인지를 고민했다.
기대하지 못했던 의외의 만남 '싱가포르 공공의료'
그러나 이들 팀은 싱가포르에서 기대하지 못했던 분야를 보게 됐다. 바로 그동안 국내 의료계에 크게 부각돼지 않았던 공공의료 부문이다.
문민영 팀장은 “샴쌍둥이 분리수술시부터 부각되기 시작한 래플즈 병원과 파크웨이 병원들보다 공공의료분야에 관심이 많은 분들을 만나게 됐다”며 “2, 3차 입원치료의 80%가 공공부문에서 이뤄질 만큼 사실상 싱가포르 의료환경의 중심은 공공의료였다”고 전했다.
탐방팀은 싱가포르의 의료 환경을 이렇게 설명한다.
“공공의료에 국내의 60배 이상의 지원금을 쏟아붓고 있으며 병원 의료비의 80%까지도 국가가 지원해주는 국가 중심의 의료시스템이다”
또 공공병원의 경우 투약비를 포함한 외래 진료비는 65세 이상이나 18세 미만의 경우 25%, 그 외는 50%까지만 지원된다. 그러면서도 정부세출 중 보건의료예산은 우리나라의 5.6%에 비해 현저히 낮은 0.5%다. 이는 국내총생산의 3.2%로 국내의 8%에 비해서도 절반도 안되는 수준이다.
중증 환자로 의료비를 많이 지출해야 하는 국민들을 위해서는 ‘메디실드’가, 극빈자를 위해서는‘메디펀드’가 제공된다. 그렇기 때문에 돈이 없어 공공병원에서 쫓겨나는 사람도, 중증 질환에 걸려 가산을 모두 소진해버리는 일은 일어나지 않는다.
문 팀장은 “국내에서 그렇게 기대하던 싱가포르 민간 병원의 서비스 수준은 국내 유수의 병원들과 별 차이가 없었다”며 “싱가포르의 민간 의료가 활발하게 육성될 수 있었던 그 바탕에는 차등화된 병실과 무관하게 누구도 소외되지 않고 동일한 진료를 받을 수 있는 탄탄한 공공의료의 뒷받침 덕분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건보재정난과 의료 모럴해저드' 대안을 보다
그렇다면 싱가포르는 공공의료에 막대한 의료비를 지원하면서도 어떻게 정부 세출 중에서는 이렇게 작은 부문만을 소요시킬 수 있는 것일까? 건보재정을 탓하며 저수가와 삭감 등에 시달리는 국내 의료계에서는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세계 어느 나라를 막론하고 의료에 있어 오랜 딜레마일 수 밖에 없는, "아픈 사람이 없도록 하기 위해 의사가 됐지만 살기 위해 환자를 만들 수 밖에 없다"는 모럴 해저드.
결코 별개로 생각할 수 없는 이 두 가지 숙제의 해답을 미래 의사들은 싱가포르의 메디세이브(Medisave·의료저축제) 제도에서 발견해냈다.
탐방팀에 의하면 메디세이브는 국내의 국민건강보험과 유사한듯 하면서도 크게 다르다. 국민이 여기에 적립하는 소득의 6% 이상은 중앙후생기금에 모여 의료보험 급여로 쓰이지만 적립금액은 개인 계좌로 등록되는 자산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국민들은 자산을 꼭 필요할 때 중증질환에 걸렸을 경우 사용하기 위해 저축하게 된다. 사소한 증세에는 당연히 병원을 찾지 않게 된다. 특히 이 메디세이브를 1차 개인의원에서는 사용할 수 없게 했다. 의료비 절감과 연결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나라 보건 당국이 하는 "경증질환자는 병원에 오지 말라"는 캠페인의 의도와 같지만 좀 더 합리적이고 반대급부를 심어줄 수 있는 제도다.
건보재정이 부족하지 않으면 의사들에 대한 과도한 삭감을 줄이게 될 것이고, 수가 인상폭도 늘릴 수 있다. 적어도 건보재정난으로 인한 의사들의 경영난과 과잉진료 등의 폐해는 방지할 수 있게 된다는 말이다.
문 팀장은 “최근 얼마동안 건보재정이 흑자로 전환됐다고는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과도한 삭감과 지나치게 낮은 저수가 등으로 인해 가능했던 일”이라며 “이렇게 되면 경영난에 시달리는 의사들은 모럴해저드의 딜레마에 빠질 수 밖에 없고 결국 국내 의료계는 점차 낙후되게 된다. 건보재정 안정과 이에 따른 공공의료에 대한 국고 지원 등이 국내 의료계가 배워야 할 점”이라고 지적했다.
고령화 시대 예방 중심의료…장기적 건보재정난도 해소
하지만 이러한 메디세이브가 건실하게 운영되고 싱가포르 의료 발전에 큰 몫을 해내고 있다고 해도 싱가포르는 점차 고령화돼 가고 있는 사회다. 돈을 벌어서 메디세이브에 저축을 하는 사람들보다는 이를 활용하는 사람들이 더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이다.
그렇게 되면 결국 아무리 탄탄한 재정 시스템을 갖춘 싱가포르라고 해도 재정이 고갈되는 것은 시간 문제다. 국내 의료계에서도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 중 하나로 자리잡고 있다.
그래서 싱가포르의 건강정책은 예방의학이다. 싱가포르는 예방을 통해 건강한 인구층을 넓히고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도록 강조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의료비 지출을 사전에 막겠다는 의도다. 국내는 물론 전 세계가 나아가야 할 방향도 같을 것이다.
탐방팀은 “국내의 보건소 개념처럼 1차의료 시스템이 변화하고 있었다”며 “1차 의료가 치료의 기능 보다는 교육하고 검진하는 등 예방의 기능에 더욱 중점을 맞추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싱가포르는 공공건강교육 프로그램과 건강검진 프로그램 등을 통해 암이나 심장질환, 고혈압 및 당뇨 등의 질환을 조기검진하고 있으며 노동현장 건강 프로그램 등을 통해 노동자들에게 운동과 건강한 식생활을 할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문 팀장은 “국민들이 건강해지고 의료가 예방 중심으로 가게 된다면 그 체계야 말로 선진 의료시스템이 될 수 있을 것”이라며 “현지에 가서도 많은 국내 의료계 인사들을 만났지만 국내에서 싱가포르에 대해 많은 부분을 놓치고 있는 것에 대해 안타까워하는 모습들이었다”고 전했다.
김현정기자 hjkim@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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