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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의협-동생 병협, '돈' 앞에서 깨지나
[ 2004년 11월 15일 12시 55분 ]
유태전 회장 취임을 기점으로 그동안의 불편한 관계를 청산하고 공조체제를 강화하던 대한병원협회와 대한의사협회의 관계가 수가협상 과정에서 이익단체의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병협 유태전 회장은 지난 5월 취임 직후 의협을 방문해 "나는 20여년간 의협 대의원으로 열심히 활동했다. 의협에서 잘 자라 병협 회장이 된 느낌이며 의협이 형님이면 병협은 동생”이라며 강력한 공조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이후 의협과 병협은 약대 6년제 추진을 포함해 수가협상에서도 공동특위를 구성해 공조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수가협상에서 공단이 의원급 2.46% 인상, 종합병원급 4.1%인하 등을 포함한 환산지수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종별계약을 주장하고 나서면서 양 단체는 차츰 입장차이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종별계약을 할 경우 최대 7%의 수가인상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는 의협이 병협을 포함한 요양급여비용협의회의 비판을 감수하면서 공단의 입장을 적극 지지하고 나선 것이 발단이 됐다.
종별계약은 종합병원의 수가인하뿐 아니라 병원과 종합병원 등 다양한 구성원으로 이뤄진 병협의 존립 자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의협의 행동은 병협의 심기를 건드리기에 충분했다는 것이 일반적인 분석이다.
이 시점에서부터 의료계에서는 의협이 종별계약을 통해 지난 2002년 입원료 인상-진찰료 인하 수확을 올린 병협에 대해 회심의 일격을 가하는 게 아니냐는 추측이 나돌았다.
지난 2003년 수가결정 당시 복지부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는 고평가된 진찰료를 8.3% 인하하는 대신 저평가된 입원료를 24.4% 인상하는 '빅딜'을 단행한 바 있다.
실제로 종별계약을 요구하는 의협 내부에서는 "우리는 지난 2002년 병협이 한 일을 알고 있다"면서 "이번에는 병협이 양보할 차례"라는 주장이 흘러나왔으며 병협에서도 "의협이 2002년의 기억 때문에 병협을 배신하려고 한다"는 불만이 제기됐다.
의협의 독자노선에 대한 병협의 불편한 심기는 유태전 회장으로부터 가장 강력하게 전달됐다.
유 회장은 지난 11일 수가협상과 관련한 긴급 상임이사회에서 "의협과의 공조체제는 유지하겠다"면서도 "종별계약을 주장하는 의협이 공단과 담합한 의혹이 있다"며 거침없는 비판을 마다하지 않았다.
유 회장의 발언은 외부적으로는 공조를 유지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독자노선을 선택한 의협에 대해 일종의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현상은 수가협상 막판까지 이어져 당초 강한 반발을 보일 것으로 예상됐던 의협은 별다른 의사 표명없이 협상에 임했지만 병협은 공단 이사장의 협상권 등을 문제삼으며 강력히 반발했다.
의협 핵심관계자는 협상과정에서 "좀 더 지켜봐야 하지 않겠느냐"며 관망하는 자세를 보인 반면 병협은 "공단 이사장은 재정운영위의 의결 사항을 떠나 자신의 뜻을 밝히라"고 요구하는 등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이처럼 수가협상을 통해 공조체제를 더욱 강화할 것으로 기대됐던 양 단체가 수가계약 방법 등에 대한 이견으로 인해 반목하는 모습을 보이면서 보건의료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다.
병협 관계자는 "각 단체간 결집력을 약화시키기 위한 공단의 협상전략이 일정부분은 주효했던 것 같다"며 "의료계를 이끌어 가는 양 협회의 반목은 향후 건정심 등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한 보건의료계 관계자 역시 "의협과 병협 모두 이익단체라는 점에서 회원들의 목소리를 무시해가면서까지 공조를 유지할 수는 없을 것"이라며 "결국 형님, 동생도 수가계약 앞에서 무너진 꼴"이라고 꼬집었다.
박동준기자 pdj28@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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