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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한의계 "아젠다 선점" 충돌 불가피
[ 2005년 03월 03일 02시 47분 ]
내과를 필두로 각과 개원의사협의회와 한의계의 정면 충돌이 갈수록 격해지면서 법적 분쟁으로 이어질 듯한 추세다. 양쪽 모두 회피할 수 없고 회피하지도 않겠다는 각오를 다지며 일전불사의 결연한 모습이다. 가히 총성 없는 전쟁이 펼쳐지고 있다.

여기서 중요한 점이 있다. 바로 의료계와 한의계 개원의 단체들이 양측간 대립의 종착지를 어디로 지향하고 있는가 하는 측면이다.

단순한 개원가 단체간의 영역 다툼에서 야기된 묻지마 식(式) 싸움이 확대된 것일까. 아니면 의료계와 한의계가 고도의 전략과 복선을 깐 가운데 의료일원화와 의료이원화라는 자신들의 패러다임을 완성하기 위한 정지작업의 일환에서 나온 것일까.

진행과정에 따라서는 한쪽이 치명타를 입을 수 있고 승부를 가리지 못할지도 모른다. 완패든 판정승이든 무승부든, 아니면 공존을 위한 절충과 타협의 카드가 예상되는 상황서 끝을 봐야한다는 양쪽 단체, 특히 집행부는 총력을 기울일 것이다.

이 같은 상황서 의협이나 의료계 인사들의 발언을 청취하면 의료계와 한의계간 대립은 앞으로 상당기간 지속되는 지난한 과제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우선 이번 두 직역간 충돌이 의협과 한의협을 배제한 산하 단체간 다툼으로 끝날 것인가 하는 부분이다. 현재로서는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의 과정을 살펴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 사안이 사안인 만큼 의협이 나서는 것이 의료계 종주단체로서 당연한 역할이겠지만 현재로서는 산하 단체가 총대를 멨다.

하지만 잠시 시간이 흐르면서 한 발 뺀듯한 모양새를 취했던 의협이 측면 지원에 나섰다. "양방은 정체불명의 용어입니다. 그러니 사용하지 말아주세요"라는 공문을 청와대를 비롯 정부기관, 각 정당, 시민단체와 언론에 전달하는 등 공세에 나섰다.

의료법상 양방이라는 용어는 없고 한방도 한방의료라는 것이 공문의 요지. 소위 '양방과 한방', '양한방'은 한의계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하고 한방을 양방과 동일한 선상에 올려놓기 위해 만들어낸 '조합어'라는 것이 의협측 주장이다. "김재정 회장도 수시로 이를 각인시키고 있다"고 의협 관계자는 전했다.

한발 더 나아가 의협은 의료일원화 태스크 포스팀(TF)도 구성했다. 지난해 의료일원화 범의료계대책위원회를 발족한 뒤 이를 실무적인 차원서 지원하기 위한 성격이지만 명칭 자체만으로도 의협의 긴박한 상황을 감지할 수 있다.

의협이 전체적인 여론과 전략이라는 틀에서의 고민을 안고 사안의 중요성을 긴박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다만 각론적인 대립과 충돌은 지켜보고 때론 지원하면서 총체적인 의료일원화 전략을 마련하되 이번 기회에 거침없이 진격하는 한의계에 제동을 걸겠다는 것이다.

의협 고위관계자는 "전세계적으로 의료일원화는 추세다. 선점을 하기 위해서라도 논쟁이 되는 것은 불가피한 측면"이라며 "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든다"고 예견된 사태임을 시사했다.

그는 또한 "하지만 문제는 한국사회와 국민건강에 도움이 되는 쪽으로 논의가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시작은 개원가에서 했기 때문에 지켜보고 있지만 언젠가는 공이 넘어올 것이기 때문에 준비는 해야 한다"고 때를 기다리고 있음을 피력했다.

그렇다면 의협의 최근 양방 용어 자제 요청 및 의료일원화 범대책위원회와 같은 활동이 결실을 맺어 최소한 절반의 승리라는 과실을 얻을 수 있을까.

이에 대해서는 현실적으로 넘어야 할 산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의료계 내부의 의견정리와 의료와 한방의료간 협진을 펼치는 대형병원이 회원인 병협과의 관계, 일반 국민들의 한방의료에 대한 관심과 신뢰(?), 정부의 한의학 발전 추진 의지 등이 의료계의 일원화를 가로막는 장애물들이다.

상대편인 한의계의 만만치 않은 투쟁력도 싸움을 힘들게 하는 요인이다. 배수진을 치고 의료계의 공세를 막아내겠다는 의지가 곳곳에서 보여진다. 승자없는 싸움이 예상되는 것도 이런 측면에서 연유한다.

이와 관련, 의료계의 고위 인사는 "어차피 이번 싸움은 진흙탕일 수 밖에 없다. 국민들이 손가락질을 해도 어쩔 수 없다"며 "무엇이 옳고 그른지를 평가할 수 있는 토대와 툴만 마련된다면 의료계가 주장하는 일리있는 측면에 대해 국민들이 이해할 것이며 그정도라도 얻는다면 승부는 해볼만 하다"고 강조했다.
안순범기자 sbahn@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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