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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
'붕어빵 진료'와 '자판기 판결'
[ 2005년 09월 19일 21시 58분 ]
검찰 조서의 증거능력 배제를 둘러싸고 한동안 갈등을 빚어왔던 검찰과 법원이 최근들어 양형기준법 제정을 둘러싸고 또 한차례 마찰을 겪고 있다.
법무부와 검찰쪽에서 범죄 관련 데이터를 컴퓨터에 입력하면 형량이 계산돼 나오는 일명, 자판기 판결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이에 법원과 재야 법조계가 피고인의 상황을 고려한 선처나 반대로 엄중처벌이 필요할 때도 일괄적인 잣대로 이를 못하게 막는 것은 판사의 재량권을 부당하게 제한하는 것이라며 반대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즉, 양형기준법 제정은 판사들에게 자판기에서 음료수 뽑 듯이 양형기준표를 만들어 사건기록 넣고 형량을 계산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며, 직업 자체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것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물론 유전무죄, 무전유죄라는 말이 우리사회의 엄연한 현실이듯이 그동안 우리나라 형벌체계가 서민들에게 불합리하게 적용되어 왔기 때문에 양형기준법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십분 공감하는 부분이다.
하지만 피고인의 범행동기, 뉘우침, 피고인이 구속됐을 때 고려해야 할 주위환경 등은 계량화된 잣대로는 반영될 수 없다. 더욱이 양형기준제 하에서 판사의 재량권은 대폭 축소된다.
이 같은 판사들의 반발은 일면, 의사들의 붕어빵 진료와 매우 흡사하다.
의사들은 실제 임상에서 각종 변수들이 발생할 수 있는 의료란 특성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획일화된 심사기준과 잣대로 인해 진료의 재량권에 많은 제약을 받으면서 붕어빵 진료를 하고 있다.
의료계는 붕어빵 진료의 틀을 탈피하고 의사란 직업의 가치를 회복하기 위해 지금도 정부와의 투쟁에 가까운 대립을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의사와 판사는 물론 다른 직업이다. 하지만 의사들에게 붕어빵 진료를 제도화시킴으로써 나타난 국민들의 고통과 사회적인 마찰은 이미 공공연한 선례로 남아있다.
따라서 정부는 이를 타산지석(他山之石) 삼아 판사들의 자판기 판결이 몰고 올 사회적 파고를 미리 감안하여 양형기준법 제정도 신중한 검토가 필요할 듯 싶다.
박재붕기자 parkjb@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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