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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산부인과 과장이라면?
[ 2005년 12월 09일 22시 54분 ]
"전공의가 턱없이 부족한 상황인데다 수련 중에 그만두는 레지던트도 생기다보니 그들을 나무라고 꾸짖는 것은 이곳 물정을(?) 모르는 것이나 다름없다"

짙은 안개 속에 산부인과의 활로를 열기 위한 의사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한양대학교 산부인과 과장인 김경태 교수는 "요즘은 속상하거나 고민이 있어도 오히려 속으로 삭히고 마는 게 편하다" 며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저출산의 여파가 몰고온 '찬바람'으로 최근 발표된 2006년 전공의 모집 결과, 산부인과의 경우 지원자가 뚝 떨어져 모집정원의 60%도 채우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힘들고 위험한 과목'은 기피하고 '쉽게 개원하고 안전하게 돈벌이가 되는 전공'을 선호하는 현상이 심화되면서 병원의 '맥박'으로 여겨져 왔던 산부인과의 인기가 예전만 못한 탓이다.

물론 여기에는 12시간이나 매달려 자연분만을 하고도 외국의 1/10 수준의 분만 비용만을 받는가 하면 의료 사고에 따른 보상액은 수억원을 넘어선다는 '가혹한' 현실이 작용하기도 한다.

때문에 우수한 인력을 양성해야 하는 교수로서 그들의 장래와 향후 진로 모색 또한 산부인과 의사들의 어깨를 더욱 무겁게 한다. 저출산 현상으로 직격탄을 맞은 개원 산부인과들이 최근 노화 방지, 성문제, 피부미용, 비만 클리닉 등으로 간판을 바꿔달고 있기에 그들의 한숨은 더 깊어가고 있다.

김 교수 역시 향후 전공의들이 개원이 용이하도록 교육 과정에 여성의학, 항노화, 내분비 등을 포함하는 방향까지 고려해봤다는 것. 그러나 그에게 돌아온 것은 후배 교수로부터 "그래도 우리는 '지킬 건 지켜야 한다'"는 핀잔이었다.

난마처럼 얽혀 있는 저출산과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율 0%. 이 문제를 극복하고 산부인과 발전을 위한 싹을 틔우기 위해 그는 '사명감(使命感)'을 강조했다.

정부정책과 관련해서는 그는 "출산 감소는 산모당 몇 만원씩 지급한다고 해서 간단히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며 "눈에 보이는 '단타' 위주의 정책보다 종합적인 대책을 정부에서 제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금의 세대들에게 녹아 있는 쉽고 '돈 되는' 일만을 좇아가는 요령주의와 무분별한 욕심을 마냥 안고 갈 수만은 없다.

'청년의사' 들이 각 분야에서 전문적 식견과 지혜를 발휘함으로써 막힌 곳은 뚫어 주고 굽은 곳은 펴 줄 수 있을 때라야 의료 분야의 모든 부분이 유기적으로 발전할 수 있게 된다.

의료인들의 사명감은 다수의 위력으로 대체될 수 없는 의료발전의 동력이기 때문이다. 지금 김 교수는 사명감을 뿌리로 삼고 불임에 대한 정책이 수립된다면 짧게는 5년, 길게는 10년 내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다시 살아날 것이라며 조심스럽게 장밋빛 미래를 예견하고 있다.
정숙경기자 jsk693@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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