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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서울병원 절도사건 용서한 형사반장
[ 2008년 02월 29일 01시 59분 ]
지난 27일 서울시 강남구 일원동의 삼성서울병원 병리과 검사실 앞. 초췌한 모습의 20대 후반 여성 편모씨가 주위를 두리번 거린다.

그리고는 곧장 검사실 앞에 놓인 모금함에서 나무젓가락을 이용해 만원짜리 지폐 2장을 꺼냈다. 그는 폐쇄회로(CCTV)를 통해 현장을 목격한 보완요원에게 붙잡혀 경찰에 넘겨졌다.

여기까지는 단순한 절도사건에 불과했다. 수서경찰서 백기종 경위(55세)가 취조를 시작하자 편모씨는 눈물만 흘렸다. 그리고 그의 기구한 인생 역정이 알려지자 상황이 달라졌다.

편모씨는 아버지의 폭력과 가족의 무관심속에 불우한 성장기를 보냈다. 고등학교 때는 아버지마저 여의고, 무작정 서울로 상경했다.

10여 년을 액세서리 점원과 편의점을 전전하던 그는 변변한 일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휴대폰과 연고도 없는 그를 받아주는 직장이 없었기 때문. 밤이면 고시원과 PC방을 전전하며 새우잠을 잤다.

심한 좌절감과 배고픔에 시달리던 그는 "너무 힘들어서 그랬다"며 고개를 떨궜다.

백기종 경위는 편모씨의 사정을 알게되자 비슷한 나이의 딸을 떠올렸다. 범죄를 저질렀지만 선한 눈빛을 가졌고, 초범인 점에 안타까움이 앞섰다.

백 경위는 곧장 강남에서 식당을 운영하는 친구 윤모(61세)씨에 전화를 걸었다. 딱한 사정을 전해들은 윤모씨는 "숙식 제공과 100만원의 월급을 주겠다"며 화답했다.

백기종 경위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취조 내내 눈물만 흘리던 편모씨를 보면서 딸을 떠올렸다. 어려운 환경속에서도 비교적 정직하게 살아온 처녀여서 더욱 안타까운 마음이 앞섰다"며 "딸 같은 그녀가 앞으로는 자리를 잡고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한편, 편모씨는 현재 불구속 상태로 검찰에서도 기소유예가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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