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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비행기내 응급환자 닥터콜
[ 2009년 10월 01일 07시 01분 ]
비행기 안에서 응급환자가 발생하면, 승무원들은 안내방송을 통해 의사나 간호사의 도움을 요청한다.

일반인은 의사가 이 같은 닥터 콜(Doctor Call)에 적극적으로 응해주길 기대하기 마련이다. 그러나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의사 중 상당수는 ‘닥터 콜은 회피하는 게 상책’이라고 답했다.

아픈 사람을 돕는 일이 직업인 의사가 기내 응급환자 돕기를 꺼려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몇몇 의사에게 물은 결과, “만약 환자가 잘못될 경우 지게 될 책임이 두렵다”고 했다. 심지어 “닥터 콜에 응하지 않았다가 나중에 의사인 게 알려지면 처벌을 받게 되느냐”고 묻는 경우도 있었다.

좋은 뜻으로 환자 돕기에 나섰다가 혹여 잘못돼 의료분쟁에 휘말리고 싶지 않기 때문이다.

이 상황에 적용될 수 있는 법이 있다. 지난해 6월 개정돼 12월 중순부터 시행하고 있는 응급의료에 관한 법률 제5조2항 ‘선의의 응급의료에 대한 면책’이다.

이는 생명이 위급한 응급환자에게 응급의료 또는 응급처치를 제공해 발생한 재산상 손해와 사상(死傷)에 대해, 고의 또는 중대한 과실이 없는 경우 해당 행위자는 민사 책임과 상해에 대한 형사 책임을 지지 않고 사망에 대한 형사 책임은 감면한다는 내용이다.

여기에는 응급의료종사자가 업무수행 중이 아닌 때 본인이 받은 면허 또는 자격의 범위 안에서 실시한 응급의료를 포함하고 있다.

성경에서 유래된 착한 사마리아인 법의 한국판 격으로, 취지는 선한 마음으로 응급상황에 처한 사람을 돕는 과정에서 일이 잘못됐을 경우 법적인 책임을 면해줘 위기에 처한 사람을 돕는 일을 활성화시키자는 뜻을 지닌다.

보건복지가족부 공공의료과 응급의료 담당관의 설명에 따르면, 이는 의료인만이 아닌 국민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것으로 병원 전 단계나 현장 목격, 발견의 단계에서 CPR이 일반화될 수 있길 염두하고 만든 법이다.

그렇다면 이 법은 기내 닥터 콜에 응했다가 발생한 의료분쟁에서 얼마만큼의 효력을 보일 수 있을까.

복지부 관계자는 “영리목적이 아닌 게 입증된 선의라고 해도 환자나 가족이 문제제기를 했을 경우, 의료사고로 인한 업무상 과실이 될 수 있다”며 “의료봉사나 신혼여행 등 업무 외 비행이었다고 하더라도 분쟁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착한 사마리아인 법을 적용하고 있는 나라 중 하나인 미국에서는 해당 법 적용에 있어서 의료인을 제외하고 있다. 의료인은 감염과 부작용 등에 대한 충분한 의학적 지식을 갖고 있기 때문에 일반인과 다르게 법적 보호를 받기보다 그에 대한 책임을 져야할 입장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공공의료과 응급의료 담당관은 “만약 법적 분쟁이 일어난다고 해도 의사가 선의의 의료행위를 입증한다면 재판부에서 이를 참작하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사실 ‘선의의 의료행위는 완벽한 법적 보호를 받으니, 좋은 의료를 많이 펼쳐 달라’는 메시지를 담고 싶었던 기자 입장에선 상당히 씁쓸한 답변이었다. 아무리 이 같은 법률이 신설됐다고 하더라도 의료분쟁의 두려움에 떨고 있는 의료인의 선의를 이끌기에는 불충분한 것 같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더구나 무사히 잘 치료된 경우에도 도움을 준 의사의 기분을 상하게 하는 일은 더 있는 듯 했다.

의료봉사차 해외를 자주 왕래하는 한 의사는 “승무원이 당신이 의사인 걸 어떻게 아냐며 증명해보라고 해서 참 난감한 적이 있었다”고 털어놨다.

취재 과정에서 들은 이야기들은 그 씁쓸함을 더했다. 더러 자그마한 선물을 건네는 항공사도 있지만, 의무기록 작성시 통역 등 아무런 도움을 주지 않는다거나 고맙다는 인사도 하지 않고 혹시 모를 분쟁에 대비해 의사의 인적사항만 받아두는 등 ‘이 정도면 선의를 베푼 게 후회될 수 있겠다’ 싶었다.

그럼에도 많은 사람들이 의사의 도움을 필요로 하고 있다. 앞서 밝힌 대로 의사는 아픈 사람을 도울 의무와 책임이 있다는 점을 아쉽게도 상기해야겠다. 부디 이런 곤란한 경우가 없길 바라며, 재판부에서 이 상황을 잘 판단해주길 바랄 뿐이다.
이주연기자 gold@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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