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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사들 의약분업 악몽 부추긴 '총액계약제'
[ 2010년 03월 28일 21시 30분 ]
국민건강보험공단 정형근 이사장發 총액계약제 발언 후폭풍이 굉장하다. 어느 정도일 줄은 알았지만 복지부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하다.

복지부는 "건강정책심의위원회 제도개선소위에서 거론될 일"이라며 명확한 입장 발표를 자제하면서도 동시에 반발 기류가 심상치 않으니 공단에는 '너무 앞서가서는 안될 것 같다'라는 언질(言質)을 준 것으로 전해졌다.

건강보험 재정의 파탄을 막기 위해 총액계약제를 포함, 진료비 지불제도 개편이 불가피하다는 원칙에는 변함이 없으나 당분간은 "분위기를 파악하고 속도 조절에 나서자"는 뜻으로 풀이된다.

보험자-정부와 공급자가 전면 대립하는 전례없는 대치 국면이 형성되고 있다는 얘기다.

이를 반증하듯 막바지에 다른 전국 시도의사회 정총에서는 공단은 물론, 정부를 성토하는 분위기가 순식간에 확산됐다.

그야말로 보따리처럼 쏟아지는 일련의 정책들을 두고 "의사 죽이기로 점철되고 있다"며 비분강개했으며 무엇보다 "지난 2000년 의약분업의 악몽이 재현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전북의사회 방인석 회장은 "총액계약제는 마치 군인에게 1조라는 돈을 주면서 전쟁을 끝내라는 거다. 총이 떨어지면 총과 칼을 직접 군인이 사서 전쟁에 나서야 한다. 총액계약제 시도를 원천적으로 막아야 한다"고 강경한 의지를 보였다.

불신이 그만큼 깊다는 얘기다. 급기야 총액계약제 도입 발언은 정형근 이사장의 '정치적 움직임' 논란으로 번지기도 했다.

경기도의사회 윤창겸 회장은 정총에서 "정형근 이사장은 정치적인 입지를 위해 정부 통제 사회주의 기획 경제에 부합하는 총액계약제라는 새로운 보험지불제도를 주창하고 있다"는 지적을 쏟아냈다.

경북의사회도 이번 정총에서 "의사들의 과잉진료를 운운한 정형근 이사장은 저수가에도 묵묵히 노력하는 의사들의 명예를 훼손했다"며 "또 정부는 잘못된 의약분업, 무분별한 보험급여 확대 등 보험재정을 악화시킨 점에 대해 먼저 사과해야 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의약품정책위원회 백승인 위원장은 "복제약값을 올려 보험재정을 파탄나게 한 정책 입안자들은 어디로 사라졌냐"며 "반드시 응분의 책임을 묻는 한편, 그 동안 올라간 약값도 의약분업 이전으로 환원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총액계약제 추진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분위기에 "앉아서 당할 수만은 없다"며 국민감사 청구 제안까지 나왔다.

울산시의사회 최덕종 회장은 "총액계약제는 결국 의료의 질을 저하시킬 뿐만 아니라 국민의 치료권 기회를 박탈할 것"이라며 "만약 공단이 의료계의 이 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강행한다면 국민감사 청구라도 하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최근 불거진 총액계약제와 리베이트 쌍벌죄 등을 둘러싼 갈등이 그 동안 상대적으로 초연했던 지역 의사회들을 투쟁의 대열로 돌려놓고 있는 모양새다.

충남의사회 송후빈 회장은 '울고 싶은데 뺨 때리는 격'이라고 허탈해했다. 영리법인 도입, 원격의료 진료, 총액계약제, 쌍벌제 등 다양한 정책을 의료선진화로 포장해 추진하고 있다는 것.

김영완 대의원의장도 "전문가의 의견이 법제화에 근간을 이뤄야 한다는 것은 맞지만 지금까지 의료계를 돌아보면 의사 역할이 철저히 배제돼 왔다"고 호소했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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