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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의료사고 더는 방치하면 안돼"
[ 2010년 07월 23일 03시 00분 ]
며칠 전 한 독자로부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삶의 끈을 놓고 싶다는 극단적인 내용이었다. 의사를 향한 적개심도 숨기지 않았다.
문자 메시지를 받고 적잖이 당황했지만 사정을 들여다 보니 이해가 갔다. 주의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우리들의 이야기였기 때문이다.
의료사고로 아들을 잃은 김모 씨는 생업을 팽개치고 재판에 매달렸다. 1심에서 집행유예 판결이 나오자 항소했다. 그리고 최근 항소심 재판에서도 비슷한 판결이 나왔다.
그는 크게 좌절했다. 20대 초반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아들 생각이 났다고 한다. 세상이 밉고 의료사고를 인정하지 않은 병원과 의료진이 야속했다고 했다.
의료사고 재판이 계란으로 바위 치기라는 사실을 알면서도 포기할 수 없었던 것은 아들 생각이 났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의료진의 잘못을 인정했지만 곪은 상처를 치유하기엔 부족했다.
김 씨를 분노하게 한 결정적인 이유는 냉혹한 태도로 일관했던 의사의 태도였다. 그는 입버릇처럼 "진료기록부 조작을 서슴치 않으면서도 나를 사기꾼 취급한 의료진을 도저히 용서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의료진이 잘못을 인정하면 최대한 선처를 베풀 생각이었다. 짧은 삶을 산 것도 아들의 운명이라고 믿고 싶었다.
실제 의료사고와 관련 있는 2명의 의사 중 1명은 잘못을 인정했다. 하지만 1명은 끝까지 차가운 태도로 일관했다. 아들의 죽음으로 금전적 이익을 얻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다고 울먹였다.
그가 간절히 원한 건 진심어린 사과였다. 몸이 아프면 병원을 찾겠지만 앞으로 의사를 믿을 자신이 없다고 힘없이 말했다. 법정에 선 의료진 역시 전과자라는 꼬리표를 달게 됐다.
이러한 갈등을 해소하고자 지난해 연말 의료분쟁법이 국회 보건복지위를 통과했다. 한 야당 의원은 자신의 발의한 법안이 크게 손질되자 눈물을 흘리며 법안 통과를 묵인했다.
복지위 통과로 탄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던 의료분쟁법은 지금 법제사법위원회에서 긴 잠을 자고 있다. 논란이 됐던 형사처벌특례 조항이 법무부 수용으로 일단락 됐지만 무과실보상 조항이 쟁점으로 떠올랐다.
국회가 정치적 부담을 이유로 의료분쟁법 논의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는 사이, 주의에는 또 다른 김 씨의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의료계를 불신하는 국민은 계속 생겨날 것이고 송사에 휘말린 의료진은 병원을 접어야 할지 모른다. 이러한 악순환을 끊으려면 법 제정이 필수적이다. 논란이 되는 조항은 여야가 결단을 내려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명백한 직무유기다.
의료계 역시 법 제정을 무작정 기다리지 말고 행동에 나서야 할 시점이다. 의료사고 발생 시 환자와의 갈등을 최소한으로 줄일 메뉴얼을 만들어 교육을 강화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해당 의료진은 향후 재판을 고려해 침묵으로 일관할 수밖에 없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국회 탓만 한다면 의사단체도 직무유기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음상준기자 esj1147@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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