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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전략적 사고 아쉬운 의료계
[ 2010년 11월 15일 21시 55분 ]
지난 국정감사에서 민주당 양승조 의원의 '마루타 발언'을 두고 의료계를 넘어 정치권까지 그 파장이 커지고 있다. 아니 커지게 하고 있다는 표현이 정확할 것이다.
'조선일보'에 광고를 내며 대국민 홍보전을 펼쳤던 전공의들은 민주당을 찾아가 해명을 촉구했다. 여기에 전국의사총연합도 가세, 노환규 대표의 1인 시위에 이어 '한겨레신문'에 4면에 걸쳐 광고를 게재하며 양승조 의원을 압박했다.
성난 의심(醫心)은 "유감이다, 미안한 마음을 전한다"는 정도의 사과로는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싶다. 의료계 일부에서는 '무지한', '무식한', '망언', '망발', '패가망신 시키겠다' 등 비이성적이고 감정에 치중한 모욕적 언사를 서슴치 않고 있다.
'진료의 안전'과 '의학발전에 필요한 수련교육' 이라는 두 가치가 충돌했던 당초 모습은 감정 싸움으로 치달으면서 본질마저 흐려졌다. 한 의원의 발언이 발단이지만 이에 감정적으로 대응, 논쟁을 키운 쪽은 의료계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
덕분에 양승조 의원을 향한 '포퓰리즘'이니 '한건주의'니 하는 류의 비판도 설득력을 잃었다. 오히려 의료계 일부 단체의 정치적 성장 기회로 역이용된 측면이 강하다는 의견이 공감을 얻고 있다.
사실 여부를 떠나 의사들의 주장은 명분도 약해 보인다. 역시 '정치인'이라는 생각이 들만큼 국민들에게 "환자·임산부 인권보호 조치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지속적으로 전달한 양승조 의원실과 달리 의료계는 "우리에게 사과하라"는 주장만 되뇌이고 있다.
사회 제 영역에 대해 어떤 형태로든 문제제기 권한을 지닌 국회와 국회의원을 압박한 끝에 선물(?)도 얻었다. 양승조 의원실은 조만간 의료법 제24조에 2항을 신설해 '환자 인권보호의 안'을 두고 '설명 후 사전동의'를 추진할 계획이다. 입법조사처를 통한 의견 수렴도 끝난 상태다.
사실 양승조 의원실은 산적한 현안에 밀려 이에 대한 구체적 논의를 다음으로 미루고 있었다. 하지만 감점싸움으로 번지면서 의원실조차 선택의 여지없이 이 법안이 우선 순위로 급부상했다.
환자의 선택권은 이미 수많은 법적·윤리적 장치 등을 통해 이중삼중으로 규제되고 있는 만큼 이 문제의 법제화는 필요치 않다는 것이 의료계의 입장이다. 하지만 이달 안으로 정책토론회까지 계획된 만큼 공론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지나친 것은 오히려 부족한 것만 못하다고 하지 않았던가. 한 의료계 인사는 "명분과 실리 어느 것 하나 취하지 못했다"며 "오히려 혹을 붙인 꼴이 된 의료계가 전방위 압박을 통해 얻고자 했던 것이 무엇인지 묻고 싶다"고 했다.
전략(strategy)이란 본래 전쟁에서 승리를 위해 여러 전투를 계획하고 조직을 만들어 수행하는 방책을 말한다. 하지만 요즘 전략이란 말은 아주 일상적인 언어가 돼 버렸다. 국정을 이끌어가는 국가전략부터 인맥관리전략, 글로벌전략, 성장전략, 대응전략, 입시전략까지 모든 일에 전략적 사고가 요구되는 시대다.
의료계의 '전략적 사고'가 아쉽다.
백성주기자 paeksj@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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