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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대담하고 교묘해지는 사무장병원 백태
[ 2011년 02월 18일 22시 14분 ]
사무장병원이 의료계의 골칫거리가 되고 있다.

사무장병원은 의료의 기본 윤리를 저버리는 엄연한 불법 행위이지만, 수법이 날로 대담하고 교묘해져 적발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경찰에선 의사들도 사무장병원인지 모르고 근무하다 적발되는 일도 있다고 언급한다.

적발과 처벌의 허술한 틈을 타 사무장병원은 더욱 기승을 부려 작년 5월 복지부가 총 99개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획 현지조사 결과, 조사 대상 중 무려 12곳(12%)이 사무장병원으로 밝혀졌다.

최근 연이틀 사무장병원 관련 행정조치가 이뤄졌다. 지난 16일 경찰이 동두천 상패동에서 사무장병원을 적발한 데 이어, 17일 서울중앙지법이 무자격자에게 의료기관을 설립하게 한 혐의로 기소된 의료브로커에게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동두천서 의사 5명 고용 간 큰 사무장

사무장병원의 규모가 점점 커지고 있다. 요즘 적발된 사무장병원들은 이익금을 높이기 위해 대규모 병원을 운영하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

경찰은 최근 동두천 상패동 지하 2층~지상 3층 건물에서 68병상 규모 노인요양병원으로 운영되고 있던 사무장병원을 적발했다. 이 병원의 사무장은 의사를 5명이나 고용하고 있던 것으로 밝혀졌다.

경찰 관계자는 “직원 11명에게 월급이 밀려 노동청에 고발됐다는 제보를 받고 수사에 착수했다. 병원장을 불러 조사했더니 혐의를 인정했다”고 밝혔다.

동두천 경찰서는 사무장병원을 운영한 무자격자 50대 여성 A씨와 그가 고용했던 의사 5명을 의료법과 국민건강보험법 위반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A씨가 고용한 의사 5명은 A씨로부터 월급 500만~1300만 원을 받고 불법인 줄 알면서도 이 사실을 묵인,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의료행위를 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조사 결과, 이번에 적발된 의사 5명 중 2명은 A씨에게 의사 자격증을 빌려준 뒤, 자신 명의로 국민건강보험으로부터 약 4억 3천만 원을 부당청구한 사실도 드러났다.

브로커 되거나 복지재단이란 명의 위장

사무장병원 운영 수법은 날로 교묘해져, 운영 실세인 사무장이 연합회나 다른 사무장 뒤로 숨는 경우도 생겨나고 있다. 복지재단이나 환우회 같은 자선단체로 법인을 출자하거나 브로커로 활동하는 수법이다.

자선단체로 법인을 출자한 사무장병원은 만성질환자에게 저렴한 비용으로 의료서비스를 제공한 뒤, 허위청구로 이익을 탐한다. 이들은 자신들의 신분을 감추고자 자선단체처럼 포장, 순수 봉사단체와 자매결연을 맺어 실체를 포장하기도 한다.

이 같은 불법의료기관은 만성질환인 신장병 환자가 주요 대상이다. 신장병 환자에게 본인부담금을 받지 않고 신장투석을 제공, 저렴한 치료비용으로 많은 환자를 유치하는 형태가 흔하다.

실제 복지단체를 위장한 사무장병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의사는 “환우회나 복지재단으로 위장한 사무장병원은 조직폭력배나 지역유지들과 밀접한 관계를 유지, 전국적인 유착을 이루기도 한다”고 귀띔한다.

사무장병원 운영으로 법적 처벌을 받았던 이들이 또 다른 무자격자를 사무장으로 내세워 병원 설립에 관여한다.

이들은 병원을 건립하고 의사를 고용하는 과정에서 브로커로 활동, 부당 이익을 취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12월 서울중앙지법엔 2009년 11월 의료사업단 명의로 병원을 개설, 무자격자 L씨가 병원을 운영하도록 한 혐의로 사단법인 의료사업단 단장 S씨와 의료브로커 Y씨, 병원을 불법 운영한 사무장 L씨가 기소된 바 있다.

L씨는 인천시에서 병동 8실, 병상 27개 규모의 병원을 운영해 월평균 4000만 원의 수입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17일 서울중앙지법은 "의료인이 아닌데도 의사 1명을 고용해 의료기관을 운영한 잘못이 있고, 불법 영업 과정에서 금전 수수행위가 개입된 데 대해 책임을 엄히 물을 필요가 있다"며 각각 징역 1년을 선고했다.

또 재판부는 병원 직원 G씨에게 징역 8개월 및 집행유예 2년과 사회봉사를, 범죄 사실을 알고도 해당 병원에 취업해 진료한 의사 B씨에겐 벌금 200만 원을 선고했다.

"행정처분 약해 범죄 근절 효과 적어" 지적

이처럼 사무장병원 관련 불법행위가 끊이지 않고 있지만, 적발되더라도 행정처분이 약해 사무장병원을 근절하는 효과는 미비하다는 지적이다.

현행 의료법에 따르면 사무장병원을 운영과 관련해 적발되면, 사무장은 5년 이하 징역 또는 2천만 원 벌금형(의료법 제87조), 사무장에 고용됐던 의사들은 3개월 자격정지 및 급여환수(의료법 제66조)와 3개월 이하 징역 또는 300백만 원 이하의 벌금형 행정처분을 받게 된다.

일선 병원 관계자는 “벌금 300만 원은 전문의 월급을 생각하면 부담스럽지 않은 액수이다. 의사가 돈이 급한 상태라면 불법인 줄 알면서도 높은 월급을 뿌리치기 쉽지 않을 것”이라며 “보다 강한 처벌이 있어야 그 두려움에 사무장병원은 쳐다보지도 않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동두천 사무장병원을 적발한 경찰 관계자도 “의료법을 위반하고 국민 건강권에 위협하는 사무장병원에 대한 처벌이 너무 좁다”면서 "최근 의료관련 불법행위가 적발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현행 의료법은 사무장병원을 발본색원하는 하는 게 아니라 오히려 사무장을 보호하는 역할을 한다는 주장도 있다.

대한의사협회 불법진료대책특별위원회 관계자는 "현행 의료법은 사무장을 단속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사무장을 보호해 의사들의 자진신고를 막는 역효과가 있다"면서 “의료법 위반에 관한 처벌은 물론 형법상 사기죄와 진료비 환수를 모두 의사가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조민경기자 jj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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