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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의 군(軍) 의료를 말한다
[ 2011년 07월 01일 03시 02분 ]
[기획 상]
군(軍) 의료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뇌수막염을 앓던 중 야간행군에 나섰다가 목숨을 잃거나 중이염 증세를 호소했지만 꾀병환자로 몰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훈련병. 우울증으로 오진(誤診)해 폐결핵균이 뇌로 침투, 결국 사망한 장병. 취침 중 호흡곤란 증세를 보이다 3시간 만에 숨진 현역 사병 등 최근 군내 사망사고가 잇따라 발생했다. 여론은 군 병원의 오진과 늑장 진료 때문에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쳐 병을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 국회서는 의료계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다시금 국방의학원 설립 법안이 발의됐다. 이에 데일리메디는 군(軍) 의료에 대한 전·현직 군의관들의 생생한 현장 경험 및 문제점과 개선 방향에 대해 들어봤다.
[편집자주]
[현역]
▲000(익명)
훈련소는 중위 군의관이 각 연대에 한 명씩 배치돼있다. 하룻밤 동안에 각 군의관은 약 250명의 사병들 진료를 본다. 현실적으로 진료 시간은 약 3시간. 모든 사병들의 진료를 꼼꼼히 본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 훈련소 안에 환자들은 열악한 시설에 노출돼있다. 모든 환자들을 치료는 해야 되기 때문에 진료 시간을 줄여서라도 약을 처방해야 한다.
그 환자가 열이 나는지 안나는지, 어디가 아픈지 정확히 판단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 근본적으로 사회처럼 정상적으로 진료를 볼 수 있는 환경이 아니다. 사회처럼 만들려면 엄청난 투자가 필요하다.
또한 사회에서는 어떤 질환에 걸리면 심적으로 충분히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 수 있다. 그러나 군대는 심적으로도 불안한 상황인 동시에 시간도 충분치 않다. 군 병원을 많이 만들고 아픈 사병을 군 훈련에서 장기간 제외시키면 환경이 좀 나아질까. 그게 아니라면 해결할 수 없는 문제다. 이러한 환경이라면 진료에 있어 의사가 놓칠 수 있는 부분들이 충분히 있을 수 있다.
▲000(익명)
모병제가 가장 큰 문제다. 군의관들을 모병으로 하기 때문에 정당한 월급과 직급을 인정해주면서 직업적인 자부심을 보장해주기 어렵다. 하지만 직업적인 자부심은 곧 성실성과 연결되는 조건이다. 누구나 다 군의관으로 오고 싶어 한다면 자연스럽게 많은 부분들이 좋아질 것이다.
"직업적 자부심 없게 만드는 군의관제도 개선 시급"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국가가 무엇보다 먼저 인적자원에 투자해야 한다. 그 다음에 시설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는데 지금은 거꾸로 되어 있다. 주인의식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해볼 수도 있다. 직업 군인들은 직업이니까 다른 병원에 가서 의료서비스를 받아도 된다.
그러나 징집돼 군에 온 병사들은 국가가 건강을 보장해줘야 한다. 젊은 나이에 군대에 온 이들에게 삼성, 아산병원이나 서울대병원 수준의 풀 서비스 의료를 제공해도 마땅하다. 그러나 북한과의 대립상황이기 때문에 현재 우리나라는 병사들이 건강보다 무기에 더 많이 투자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건강한 사람도 환경이 바뀌면 면역력이 떨어지기 마련이다. 사회에서 감기가 군 안에서는 폐렴으로 발전할 수 있는 것이다.
이제는 군 의료를 국가가 집중해서 지원해야 한다. 현재 군 의료의 많은 문제는 모병제가 해결되면 자연히 풀릴 것이다. 군 의료 문제는 어느 누가 게을러서 생긴 문제가 아니다. 구조적인 문제다. 사비 털어 진료하고 뛰어다니면서 진료하는 군의관도 있다. 자국을 위해 싸우는 군인들에 대한 예우와 대우가 확실해야 한다.
▲000(익명)
군대에서 근무하던 전투기 조종사들이 기업으로 많이 간다고 한다. 군 의료는 이보다 더 심각한 상황이다. 의료처럼 경쟁력이 있고 전문성이 있는 분야가 인력을 확보하려면, 인적 자원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문화가 중요하다.
"환경은 물론 대우 열악한 현실에서 비전 못 느껴"
그러나 우리나라는 장기 군의관들에 대한 소중함이 떨어진다. 수능성적 0.5%안에 드는 사람들이 의사가 되는데 그 사람들을 군대에서 근무케 하기에는 환경과 대우가 너무 열악하다. 군의관이란 직업에 대한 비전이 있어야 하고, 다양한 각도로 직업성을 키울 수 있어야 한다. 단기 군의관이 많아서 그런지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열심히 하려는 사람을 존중해주는 문화가 부족하다. 사람에게 소중한 것은 무엇보다 명예와 자존심이다.
그러나 현재 군은 이러한 가치에 대한 동기부여가 힘든 상태이다. 의료의 근간은 의사이다. 장기 군의관에 대한 소중함을 모른다. 전문성도 없고 현장에서 멀리 있는 정책 입안자들이 문제를 풀어가는 방법이 현명치 못하다. 결국은 직업성을 가진 의사들이 군의료 중심에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000(익명)
군의관 중 제일 힘든 직책인 GOP 부대 의무중대장을 하면서 어려움도 있었지만 나름 평생 겪을 수 없는 많은 경험을 했다고 생각된다. 하지만 현재 군의료에 대해 불거지고 있는 문제점을 보면서 개인적인 경험을 전하고자 한다.
내가 있었던 부대 옆 연대의 한 병사가 감기와 고열 증세로 대대 의무대에서 치료를 받다가 수액을 맞은 부위가 염증이 생기면서 결국 패혈증으로 사망하는 사건이 있었다.
이 사건으로 사단장 지시 하에 사단내 모든 군의관이 모이는 자리가 있었고 많은 얘기가 오고 갔다.
일반적으로 군의관들은 의무복무를 하기 위해 온 군대에서 자신의 모든 열정을 쏟으며 노력하는 모습은 보기 힘들다. 따라서 출퇴근 미 준수와 회의 미 참석 등에 대한 질책이 내려졌고 결국 사망한 환자의 책임은 이러한 불성실한 군의관의 몫이 되버렸다.
당연히 군의관들이 다른 직업 장교들에 비해 허술한 군복무를 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의무복무로 온 사병들과 마찬가지로 타의에 의한 군의관 복무도 그런 모습을 보이게 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
그럼에도 내가 아는 대부분의 군의관들은 군인이기 이전에 의사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환자가 지니고 있는 병의 원인을 찾고 싶고 당연히 자신의 치료로 호전되는 모습에 만족하는 소박한 의사들이 대다수이다.
그렇지만 이러한 의료행위는 군에서는 많은 제약을 받게 되고 군의 복잡한 절차와 또한 지휘관들이 자신의 지휘의도에 맞게 행동하기를 바라는 것들로 인해 올바른 진료를 못하고 좌절하는 경우가 많다.
의사 소견을 무시하고 단순히 부하로 생각하는 지휘관들로 인해 피해를 받는 군의관들이 많아질 때 군 의료는 아무리 전폭적인 투자와 장기군의관이 양성된다고 해도 현재의 수준을 벗어나기 힘들 것이다.
군의관이 자신의 역량을 펼칠수 있도록 신뢰와 존중이 우선돼야 된다고 생각하며 의료기기 부족과 장기군의관 부재 등은 다음 문제가 아닐가 싶다.
[예비역]
▲J 육군 대위(제대 2010년)
민간과 마찬가지로 군 의료도 1-2-3차로 나뉜다. 대대 의무대가 의원 역할이라면 국군수도병원이 상급종합병원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일단 1차 군 의료에서는 인력 자체에는 문제가 없다. 다만 시설이 너무도 열악하다. 시골 무의촌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전문의들이 군의관으로 가서 할 수 있는 일이 없다. 고작 감기약 나눠주고 파스 뿌려주는 수준이다.
"군 병원 재직시 한 번도 컨퍼런스 안했다"
2차 기관 즉, 수도병원을 제외한 군병원들은 준종합병원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경험상 여기는 일단 장비가 없어서 수술을 못하는 경우는 없다. 다만 의료진의 전문성이 문제가 된다. 군병원에 근무하면서 단 한 번도 컨퍼런스를 한 적이 없다. 빠르게 변화하는 의료 환경에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 자연스럽게 민간병원들과 비교해 뒤쳐질 수밖에 없다.
더구나 전문센터 등을 구축하는 민간병원들과 비교하기는 무리가 있다. 근무 기간 중 총상 환자를 본 적이 있는데 군병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항생제 투여하고 환자를 무사히 민간병원에 넘기는 일 밖에 없었다. 결국 이 환자가 생명을 건졌는데 후에 치료를 담당했던 간호장교 등이 군단장 표창을 받을 정도였다.
군 의료 최상급 위치에 있는 수도병원은 2차 병원들보다 사정이 좋지만 민간과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 수도병원 근무를 해보지 않아 구체적으로는 모르겠지만 여기도 의료진 전문성이 크게 떨어진다. 최근 외부 의료진을 영입해 수지접합 등을 자체 해결하려는 의지를 보인 것은 탁월한 선택으로 보인다.
하지만 외부 의료진 영입도 한계가 있다. 영입한 의료진 대부분이 퇴임했거나 나이가 많은 의사들이다. 패기와 열정을 기대하기 힘들고, 몇 명의 외부 의료진을 영입했다고 해서 의료발전을 위해 꼭 필요한 연구·교육·진료가 조화를 이루며 이뤄질리 없다. 군병원들이 항상 제자리걸음을 하는 이유다.
"아프칸서 이집트 군의관들보다 낮은 수준 처치 맡아"
아프가니스탄 파병 당시 미국, 이집트 의료진들과 함께 근무했다. 당시 한국은 1차 의료, 이집트가 2차 의료, 미국이 3차 의료를 담당했다. 수술은 2차 역할을 맡은 이집트가 하고 한국은 감기약 등 상비약을 지급하는 역할만 했다. 해외에서도 한국 군진의학은 이런 대접을 받는다. 군 의료체계를 개선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만약 국방의학원이 설립된다면 철저히 군 특성에 맞는 진료·연구·교육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그렇지 않고 민간을 따라하면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 군에서 필요한 총상, 외상 등을 해결할 수 있는 스페셜리스트를 만들어 전시상황을 생각해야 한다. 암, 당뇨병 치료하자고 국방의학원 설립해야 한다면 포커스가 잘못된 것이다. 군 의료체계 개선이 민간과 동일한 시스템을 만들고자 하는 것이라면 일부의 주장처럼 최종 치료는 민간에 맡기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J 육군대령(제대 2006년)
군 의료체계는 형식상으론 아주 잘 갖춰져 있지만 그 내용으로 들어가 보면 난맥상이 있다. 적재적소에 적정 의료인력 배치되기 어려운 구조적, 정책적 모순점이 있다.
병원급 제대의 문제점은 전문적 진료를 제공하기 위해 전문진료팀이 구성돼 손발을 맞춰야 하는데 군 구조상 숙련된 팀을 구성하는 것이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하다. 예를 들면 전문 수술팀이 구성됐다고 해도 간호사는 타 병원으로 전출되고 군의관은 전역하는 등 1~2년 지나면 모두 뿔뿔이 흩어진다.
특히 응급진료 후송 체계 확립이 중요하지만 이 것이 가능하려면 근본적으로 군에서 바라보는 인간 중심 사상의 확고한 확립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지속적인 관심과 투자 없이 성과를 내겠다는 것은 연목구어(緣木求魚 : 나무 위에서 고기 잡기)다. 매년 2000~3000억을 쓰더라도 군은 현장 응급 상황에 즉흥적 처치 및 안정화 방안에 가용인력을 투입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확정적 진료는 우수한 민간의료 시설에 전수 위탁하는 것이 현재의 군 의료 난맥상을 조기 해결하고 향후 전시 대비를 위해서도 최선이다.
그러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초기대처 응급처치 능력 배양과 트리에이지(환자분류법)을 현장 상황(전시 가상상황 포함)에 맞게 개발하고, 환자를 확정적 진료가 가능한 민간 종합병원급 의료시설에 접근 시킬 수 있도록 응급 후송 전달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한다.
한 방안으로 전문의를 마치고 군에 차출되는 많은 단기 군의관들을 군 체계에 단순 유입시키는 것보다는 유수 3차 종합병원과 연계해 그곳에서 선발된 군 인력을 활용토록 하는 것도 대한민국 전체 의료 발전을 위해서 생각해 볼만하다. 문제될 때 마다 땜질식이 아닌 근본적이고 장기적인 안목이 필요하다.
[위 내용은 데일리메디 오프라인 여름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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