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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첩]아쉬운 군(軍) 의료 발전 세미나
[ 2011년 06월 16일 00시 50분 ]
지난 14일 대전에 위치한 국군의무학교에서는 ‘2011 의무병과 발전 세미나’가 열렸다. 국군의무사령관, 국군의무학교장을 비롯해 육ㆍ해ㆍ공군 의무병과 주요 보직자들이 한 자리에 모여 국방 보건정책 방향에 대한 발표와 토의를 가졌다.
주제발표를 담당한 국방부 관계자는 “군 의료체계, 이제 더 이상 깨질 것도 없다. 언론에서 매일 질타를 받고 있는데 바닥까지 내려온 것은 인정해야 한다. 이제 우리가 잘 할 수 있는 분야를 찾아 당당히 밝히고 맞서보자”고 말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국방 보건정책 방향’이라는 발표가 예정돼 있었다. 최근 군 의료체계 속에서 일어난 불미스런 사건들로 인해 여러 언론매체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었지만 발표는 비공개로 진행됐다. 연이어 진행된 토론 역시 공개되지 않았다.
국방부는 행사 전날인 13일 보도자료를 통해 세미나 개최 사실을 대대적으로 홍보했지만 정작 행사 당일에는 취재를 통제했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기자는 취재 의사를 밝힌 후 세미나 전반부까지 참관했다.
그러나 기자가 세미나장에 들어와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군 관계자들은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고 급기야 행사장 밖으로 나가줄 것을 요구했다. 심지어 배포된 자료집에서 해당 부분을 뜯어가기까지 했다. 군과 관련된 사안이므로 공개가 불가하다는 이유였다.
군 관계자는 또 “군 관련 매체만 취재가 가능하다”는 이해할 수 없는 이유를 들며 기자가 위병소 밖으로 나가는 것까지 철저히 체크했다.
배포된 세미나 자료와 발표를 들으며 군이 열악한 환경 속에서 상당히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 이제 숨길 것도 없으니 바닥에서 다시 시작해 보자는 국방부 관계자의 말을 들을 때까지만 해도 군 의료체계 개선 의지가 분명해 보였다.
하지만 군이 스스로 치부 드러내길 꺼려하는 모습에는 실망감을 감출 수 없었다. 군 내부 문제이니 내부자들만 토의를 해야 한다는 논리도 이해하기 힘들었다.
군 의료체계와 관련한 문제는 군이라는 특수성을 훨씬 뛰어 넘는 인명과 관련된 문제임을 고려해 봤을 때 취재 통제는 더 아쉬움이 남는다. 분명한 것은 개방을 수반하지 않는 혁신은 절대 불가하다는 사실이다. 스스로 문제점을 정확히 파악하고 대안을 마련하는 일은 생각보다 쉬운 일이 아니다. 개인이 아닌 조직의 문제라면 더 어려워진다.
내부 문제점을 고위 관계자들끼리 모여 논의한다고 달라질 것도 없다. 문제가 있다면 공개하고, 지적 받아야 적절한 개선책과 대응 방안이 찾아진다. 또 조직 수뇌부들끼리만 머리를 맞댈 것이 아니라 실제로 야전에서, 군 병원에서 사병들을 돌보는 현장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한다.
지난해까지 군의관으로 근무하다 대위로 전역해 서울소재 국립병원에서 근무하고 있는 한 외과 전문의는 “군의관으로 복무하는 동안 내가 근무했던 병원에서는 단 한 번의 컨퍼런스도 열리지 않았다. 급격히 변화하는 의료환경에 적응 할 방도가 없었지만 그 누구도 나서지 않았다. 제자리걸음뿐”이라고 탄식했다.
이 전문의는 “군이 해외 파병을 한다고 선전하지만 파병지에서도 한국 군의관들은 수술 한건 할 여건이 안된다. 이집트 군의관들이 수술할 때 한국 군의관이 했던 일은 약을 나눠주는 일이었다”고 현실을 꼬집었다.
세미나에 참석했던 군 관계자들은 일선에서 일어나고 있는 이런 일들을 정확히 파악하고 있을까? 치부 감추기에 급급한 군이 과연 스스로의 문제점을 정확히 진단해 난관 타계를 위한 적절한 해법을 제시할 수 있을까?
한 군의관의 지적처럼 의료체계와 관련한 논란도 단순히 그들만의 전쟁에 그친다면 남는 것도 얻는 것도 없이 또 제자리걸음을 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런 측면에서 14일 세미나 내용과 결말이 궁금하지만 현재로선 군의 자가진단 능력을 믿는 수밖에 없다.
최종학기자 haga8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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