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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의원 폐업 늘어 환자 피해도 속출하는데…
[ 2011년 05월 08일 21시 24분 ]
#수원의 ㄱ의원이 돌연 폐업했다. 이 병원에 평소대로 진료를 받으러 온 A씨는 황당한 표정을 감출 수 없었다. 오랜 시간 동안 진행해 온 치료가 중단될 위기에 처했기 때문이다. A씨는 다른 병원 두 군데를 찾아가 문의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의사마다 방식이 달라 못해주겠다는 답변뿐이었다.

#B씨는 ㄴ의원에서 지방분해 목적으로 메조테라피 주사를 맞기로 했다. 10회에 45만원을 결제하고 5회 주사를 맞은 후 개인적인 사정이 생겨 한동안 주사를 맞지 않았다. 8개월 만에 병원을 찾아갔으나 병원은 두 달 전 폐업을 한 상태였다. 그는 답답한 마음에 한국소비자원에 문의했지만, 속 시원한 해결책을 들을 수 없었다.

#C씨는 ㄷ병원에서 주름개선을 위한 지방이식술을 받았다. 의사는 한 번의 시술로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없으니, 지방을 보관해 뒀다가 3개월~6개월 후 2차 시술을 하자고 제안했다. C씨는 의사의 제안에 동의해 2차 시술에 대한 추가금까지 결제했다. 그러나 몇 달 뒤 C씨를 맞이한 것은 낯선 병원 이름과 처음 보는 의료진이었다. C씨는 미리 결제된 2차 수술분에 대한 진료비를 돌려받지 못했다.

병ㆍ의원 생존 경쟁이 심해지면서 폐업하는 의료기관 또한 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한병원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9년 한 해 동안 휴업 또는 폐업한 병원이 2302 곳으로 전체 병원 중 7%에 달한다. 심평원 자료를 살펴보면 지난해 폐업한 일차 의원은 총 1559 곳이다.

이처럼 병·의원 폐업률이 증가하면서 그에 따른 부작용이 나타나고 있다. 갑작스러운 폐업으로 인한 환자 피해가 속출하고 있는 것이다.

의료인이라면 폐업 과정에서 가장 먼저 환자의 치료 상태나 진료비에 대한 사항을 챙겨야 한다. 그러나 일부 병원이 사전 통보 없이 폐업하는 등 무책임한 태도로 일관, 환자들이 어쩔 수 없이 치료를 중단하거나 미리 결제한 진료비를 환불받지 못하는 피해가 생기고 있다.

그러나 환자가 병원 폐업으로 말미암은 금전적ㆍ의료적 손해를 보상받기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피해를 예방하거나 구제할만한 법적 방안이 마련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의료행위 전반에 관한 사항을 다루고 있는 의료법에서조차 병·의원 폐업이나 진료비 선결제와 관련된 사항을 다루지 않고 있다.

이러한 점 때문에 의료기관 폐업에 관한 관리 기준이나 환자 피해 구제 방안을 마련하기 쉽지 않다. 환자의 피해 방지는 병·의원 폐업을 진행하는 의사 개인의 양심에 맡겨져 있는 실정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폐업 절차에 ‘진료비 건이 완료되지 않으면 폐업신고를 받지 않는다’라거나 ‘언제까지 환자들에게 폐업 사실을 알리고, 근처 병원에 연계해라’는 등의 조항을 넣기 어렵다”면서 “피해 예방책 마련의 필요성은 인식하고 있으나, 법률 개정과 같은 현실적인 변화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현재로서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 진료비 선결제는 상인 간 계약 성격이 더 크기 때문에 완전히 금지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고 덧붙였다.

복지부에서는 진료비 선결제에 대해, 의료기관이 진료비를 설정하고 환자가 동의하는 형태의 사적인 계약으로 판단하고 있으며 이를 법적으로 규제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성형외과, 피부과, 치과 등 진료비 선결제가 흔하게 발생하는 진료과에서 의료기관 폐업으로 말미암은 환자들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급여 항목에 해당하는 진료의 경우, 병원에 대한 지급을 중지하는 등의 조치를 통해 제재를 가할 수 있다. 그러나 이들 진료과에서 비급여 치료에 대해 행해진 선결제는 사적인 계약으로 해석돼 이렇다 할 규제방법이 존재하지 않는 실정이다.

현재 환자들이 비급여 진료에 대한 금전적 피해를 보상받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개인적으로 합의하거나 민사소송을 통한 법적 해결뿐이다. 그러나 환자에게 소송은 부담스럽고 이미 폐업을 한 의사와 연락을 취하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한국소비자원에서도 잔여 진료비의 환불을 요구하려면 해당 병원이 소재한 주소지 및 의료진의 인적사항을 파악한 후, 관할지역 보건소 등을 통해 해당 병원장 연락처 등을 확인 후 진료비 환불을 요구해야 한다고 안내하고 있을 뿐이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이병민 보험이사(강남연세성형외과)는 “환자들의 건강을 책임져야 한다는 의무를 잊은 일부 의사들의 행동에 씁쓸함을 느낀다”면서 “피해 환자들이 대한성형외과의사회에 해당 의사의 정보를 요청하면, 의사회 차원에서 신중하게 판단한 뒤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한성형외과의사회 권장덕 기획이사(이데아성형외과)는 “어느 업종에서나 폐업으로 인한 문제가 생기는 것은 마찬가지이겠지만 의료기관은 환자 건강과 직결된 분야이다. 민간차원에서 통제나 관리가 어려우니 정부가 직접 나설 필요가 있다”면서 “올바른 의료기관 문화를 발전시키는데 의사와 환자, 정부가 모두 참여해야 하지 않겠는가”라고 말했다.
조민경기자 jjo@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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