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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과·흉부외과 수가인상 시행 3년 지났으나
[ 2011년 10월 17일 03시 30분 ]
정부는 외과와 흉부외과 전공의 기피현상이 점점 더 심각한 양상을 보이자 지난 2009년 7월부터 수가를 각각 30%, 100% 가산하는 정책을 내놨다. 그러나 시행 3년차에 접어들고 있는 현재, 수가 인상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상당수의 병원들이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침묵하고 있다. 엎친데 덮친 격으로 빅4 집중 현상을 개선하지 않을 경우 전공의 수급 불균형과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오히려 심화될 것이란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모두가 두 손을 놓고 있을 수밖에 없는 안타까운 현실이다.
“월급을 올려준단다. 이 곳 저 곳에서 흉부외과 수가가 인상이 됐다고는 했는데 사실 피부에 와 닿은 건 최근 들어서다.”
서울대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4년차 A씨는 “월급이 올라간다니 당연히 좋았다. 고마운 마음도 들고, 미안하기도 했다. 그런데 그 동안 우리가 고생했던 부분에 대해 못 받았던 보상이라 생각하니 씁쓸한 기분이 교차되더라”며 지나간 시간을 회고했다. 4년차 전공의인 Y씨는 현재 전문의 시험을 앞두고 있다. 멀고도 먼 수련 생활의 마침표를 찍는 시기이기도 하지만 앞으로 더욱더 긴 터널을 지나야 한다.
흉부외과 의사로서 다시 한번 출발선에 서 있지만 그 간 고달팠던 생활과 추억들은 단 한 장면도 놓을 수 없다. A씨는 “부모님은 단 한번도 제가 하고자 하는 일들을 반대하지 않으셨어요. 그만큼 믿어주셨던 거죠. 그런데 흉부외과를 선택했을 때는 걱정이 앞섰던 탓인지 적지 않게 반대하셨습니다”라고 털어놨다.
한양대병원 흉부외과 전공의 2년차 L모씨는 “부모님은 이렇게 힘든 일을 다 마치고도 흉부외과 의사로서 어떻게 진로를 결정할 수 있을 지를 가장 우려했다”고 소개했다. L씨는 “애초에 돈을 벌고 싶었다면 다른 과를 선택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번 수가 인상이 단순히 전공의들의 월급 인상에만 치우칠 게 아니라 사회적인 보상, 즉 흉부외과 의사들의 기(氣)를 살려줄 수 있는 확실한 무엇인가가 전제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어렸을 때부터 꿈꿔오던 의사상으로 가장 가까운 모델이 흉부외과 의사였다는 삼성서울병원 흉부외과 K모씨. 그는 “그래서 망설임이 있을 수 없었다"고 말했다. 간혹 흉부외과 미달 사태가 이어지면서 '덜(?)' 우수한 학생이 선택하는 곳이라는 일각의 목소리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었다. K씨는 “힘들고 위험하지만 소신있게 이 길을 택한 사람이 돈벌이를 걱정하지 않고 진료에만 몰두할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면서 수가 인상의 의미를 부여했다.
사실 이들은 그래도, 국내 내로라하는 유수의 대학병원에서 스탭으로 남고자 하는 목표를 정했지만 지방에서 수련을 받고 있는 전공의들에게는 이마저도 녹록치 않다.
부산대병원 흉부외과 O모씨는 “가끔 전문의 시험에 대해 공유하기 위해 전국의 4년차 동료 전공의들을 만나 얘기를 나눈다. 그런데 소식을 듣다보면 서울은 서로 의식이라도 해서인지 월급이다 뭐다 해서 인상되던데 지방의 경우는 열악하기 그지없다”며 “그나마 내 상황은 다른 지방 병원에 비하면 나은 편”이라고 전했다. 이내 그는 “이번 수가 인상이 앞으로 젊은 흉부외과 의사들의 사기는 돋울 수 있을지 언정, 선택을 뒤엎을 만큼 효과적인지는 잘 모르겠다”고 회의적인 전망을 내놨다.
현재 흉부외과 100% 수가 인상으로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약70억원, 서울대병원의 경우 약40억원의 추가 수입이 발생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서울대병원 Y씨는 “나 역시 운이 좋아 이번에 월급 인상의 혜택을 보게 됐지만 앞으로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각 병원이 대승적인 결단을 내려주길 희망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많은 부분을 흉부외과를 위해 투자함으로써 흉부외과 의사들이 수련을 받은 이후에도 여러 분야로 진출할 수 있도록 정책적 뒷받침이 이어져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직도 흉부외과·외과 외면하는 병원 적지 않아”
지난 2009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흉부외과 201개의 처치 및 수술 의료행위에 대해 소정점수에 100% 가산(소요재정 486억원)한 수가를 적용키로 했고 또 외과는 322개에 대해 30% 가산(소요재정 433억원)한 수가를 올렸다.
복지부는 당초 수가 가산으로 흉부외과와 외과의 전공의 확보율이 늘어나 고도의 의료기술이 요구되는 심장수술과 같은 기본적인 의료서비스 보장이 확보될 것을 기대했었다. 효과 극대화를 위해 수가 인상으로 발생한 수익이 흉부외과 및 외과의 처우개선 등에 활용돼 전공의 확보가 촉진될 수 있도록 병원협회, 의사협회 등에 협조 공문을 발송하는 등 시행 초기에는 의욕적인 모습을 보인 바 있다.
이후 수가 인상과 함께 현재 삼성서울병원은 외과 전공의에는 200만원, 흉부외과 전공의에는 300만원의 월급을 인상해 지급하고 있다. 경북대병원은 전공의 및 임상강사를 대상으로 외과에는 수련 보조금 월 100만원을, 흉부외과에는 150만원을 지급하고 있다. 병원측은 외과, 흉부외과 전공의 의국실 이전 및 시설, 비품류, 컴퓨터 등을 보완 또는 교체했으며 의료분쟁배상 책임보험에도 가입했다.
각 병원은 외과 수술보조, 수술 환자 드레싱 및 코디네이터 등 PA 간호사 4명을 신규 채용하는가 하면 외과 임상강사도 추가로 채용했다. 건국대병원 흉부외과는 기존에는 수술 보조 기사 및 수술 환자 코디네이터, 간호사 등으로 운영돼 왔는데 최근 흉부외과 임상강사 1명을 더 채용했다.
그러나 삼성서울병원, 서울아산병원, 서울대병원 등 서울 지역 유수 병원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수련병원들은 아직까지도 외과와 흉부외과 전공의들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지 않음이 확인됐다.
이는 고스란히 전공의 지원율과 직결됐다. 실제 외과 계열 수가 인상에 대한 영향으로 관심을 모았던 2011년 레지던트 모집에서는 지원책을 결정한 유수 병원들과 결정하지 못한 지방병원들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렸다. 지난 수 년 간 극심한 레지던트 가뭄에 시달렸던 흉부외과의 경우 삼성, 아산, 서울대 등은 충원에 모두 성공한 반면 다른 병원들은 예년과 마찬가지로 ‘0의 행렬’을 이어갔다.
흉부외과 수가인상 약발 ‘빅4 병원’만 먹혀
“심장 수술을 놓고 따져봤을 때 1년에 1600건을 거뜬히 해 내는 ‘잘 나가는 병원’이 있는가 하면, 상당수 병원은 50건도 채 안 된다. 결국 이번 수가 인상으로 양극화가 더욱 심화될 수도 있다. 근본적인 대책이 아니라는 얘기다.”
몸살을 앓아왔던 흉부외과의 활로를 모색하기 위해 오랜 시간 끝에 도출해 낸 방안인 흉부외과 100% 수가 인상. 그런데 3년이 지난 지금, 뚜껑을 열어보니 병원 흉부외과 간 양극화는 극명해졌다는 볼멘소리가 곳곳에서 터져나오고 있다.
실제 젊은 의사들의 시선은 냉담해졌다. 흉부외과 수가 100% 인상과 ‘최대 400만원 월급 인상’이라는 유인책은 큰 변수가 되지 못했다. 전국 각 수련 병원들이 촉각을 곤두세웠던 2011년 레지던트 모집 마감 결과 드러난 양상이다.
과별 명암은 예년에 비해 더욱 극명해졌고 흉부외과 수가 인상이 가져온 주요 대학병원 쏠림 현상은 레지던트 부족 현상으로 고스란히 대물림됐다. 전국의 심장 수술을 비롯해 흉부외과 진료의 70% 가량을 독식하고 있는 이들 병원이 전공의들까지 무섭게 빨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대한흉부외과학회 안혁 이사장은 “전국 흉부외과 레지던트들은 당연히 월급이 더 많고, 더 많은 지원책으로 ‘손짓’하는 병원으로 쏠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면서 “양극화 문제를 최소화하는 것이 선결 과제”라고 말했다.
양산부산대병원 외과 성시찬 교수는 “외과 수가 인상이 장기적인 대책이 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라면서 “대형병원이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전공의를 싹쓸이 한다면 지방 병원들은 아예 수련을 포기하는 상황이 벌어질지도 모른다”고 우려했다.
물론, 수가 인상 이후 각 학회가 뒷짐만 지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올 초 흉부외과학회는 흉부외과 수가 인상분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전방위 조사에 나섰다. 안혁 이사장은 “일부 병원에서는 전공의 월급 뿐만 아니라 스탭을 포함, 전문간호사 등에도 월급을 인상하는 방향으로 조율, 다행스럽게 생각하고 있다”고 전했다.
하지만 녹록치 않다. 안 이사장은 “사실 가이드라인을 정한다 하더라도 학회 차원에서는 강제력이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를 도출한다는 것은 여간 쉬운 일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복지부, 구체적 지침 내리지 않아 후유증 초래”
분명한 것은 병원 간 양극화는 최소화하되 근본적으로 젊은 의사들의 미래를 보장해 줄 수 있는 활로를 열어야 한다는 것이 대전제다. 당장 월급을 얼마 받느냐 보다 흉부외과 전문의를 따고도 미래가 보장되지 않으면 이번 기회가 수포로 돌아갈 수 있다는 학회 차원의 합의가 녹아있는 대목이다.
안혁 이사장은 “복지부가 예산을 지원하면서 구체적인 지침을 함께 전달한 것도 아닌 상황이어서 이번 이사회를 통해 수가 인상분이 지급된 병원이 이를 어떻게 분배하고, 활용했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한 평가 기준을 파악해보고자 했지만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고 안타까워했다.
이렇듯 상황이 갈수록 악화일로로 치달으면서 복지부는 이미 일선 수련병원에 ‘외과 및 흉부외과 전공의 지원책 마련 요청’이란 제하의 공문을 보내고 ‘주의보’를 내렸다. 흉부외과 및 외과 전공의 지원 계획을 제출하고 이들 진료과 전공의 지원에 대한 실적자료도 요구했다.
그러나 복지부 보험급여과 관계자는 “수가 인상분이 지급되기 시작한 이후 일선 병원에서 해당 진료과 전공의에 대한 지원책을 내놓지 않고 있음에도 강제할 수 있는 규정이 있는 것이 아니어서 애로사항이 많다”고 말했다.
본격적인 관리, 감독을 통해 1000억에 달하는 수가 인상분의 적정 활용을 유도해 낸다는 복안이었지만 현재 성적표를 보면 사실상 실패와 다름없어 복지부를 향한 비난 여론은 좀처럼 사그라들지 않고 있는 것이다. 다만, 복지부는 지원계획을 제출하지 않거나 실적이 부진한 병원에 대해서는 2012년도 전공의 정원책정에 패널티를 주겠다고 공언한 바 있어 향후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정숙경기자 jsk6931@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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