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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의학으로 진료 패러다임 개혁 시동"
맞춤의료유전체사업단 김형래 단장 "정보의학 중요" 강조
[ 2012년 03월 02일 06시 18분 ]

소위 ‘처방공식’이라는 말이 있었다. 흔한 질환을 증상별로 A, B, C로 나눠 유형에 따라 동일한 약제를 주는 진료형태를 일컫는다. 당연히 이 처방공식 앞에 환자 개개인의 특성은 무의미했다. 간극은 존재하겠지만 현재도 질환의 종류나 정도에 따라 일률적 치료법을 적용하는 사례가 다반사다. 하지만 최근 유전자 진단 등의 기법이 발달하면서 개인에 따라 다른 치료법을 선택하는 ‘맞춤의료’가 부상 중이다. ‘암(癌)은 항암제’라는 식의 치료법에서 탈피, 암환자 유전자 특성에 따라 약제나 치료법을 달리하려는 시도가 전세계적으로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우리나라 역시 ‘맞춤의료’에 대한 중요성을 인식, 지난해 ‘차세대 맞춤의료유전체사업단’을 발족시키고 진료 패러다임 개혁 대열에 동참했다. 사업단을 이끌고 있는 김형래 단장은 아직은 걸음마 단계이지만 탄탄한 의료 인프라를 기반으로 맞춤의학의 선봉을 자신했다.

 

 

2000년 6월 인류 의학사에 의미심장한 발표가 나왔다. 수 천년 동안 미지의 세계였던 인간의 유전자 지도의 초안이 작성됐다는 소식에 의학계는 동요했다.

 

일명 ‘게놈프로젝트(Genome Project)'. 유전자 지도를 작성하고 배열을 분석한 이 작업은 전세계의 이목을 집중시키기 충분했다.

 

이를 토대로 인류의 영원한 숙제였던 질병을 정복하고 수명을 연장시키는 일이 가능해질 것이란 장밋빛 전망이 쏟아졌다. 인류의 삶에 획기적인 변화를 몰고 올 것이란 기대도 컸다.

 

하지만 유전자의 구조가 규명됐을 뿐 그 기능에 대해서는 극히 일부만 파악된 상태였다. 즉 수 만개의 유전자 기능을 규명해야 하는 과제가 남겨진 것이다.

 

당시 한 사람의 유전자 정보를 분석하는데 걸린 시간은 무려 13년. 비용 역시 1조원이 소요될 정도로 유전자 분석의 길은 더뎠다.

 

그로부터 10여 년이 지난 현재 유전자 분석 시간은 2~3일, 비용은 200만원 정도로 비약적인 기술 발전이 이뤄졌다. 유전자 관련 연구에 가속도가 붙은 것은 당연지사.

 

김형래 단장은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달로 말미암아 ‘맞춤의료’ 시대를 확언했다.

 

“유전자 분석 기술의 발전은 맞춤의료의 가능성을 높이고 있습니다. 현재의 기술이라면 머지않은 시점에 맞춤의료 시대가 도래할 것으로 확신합니다.”

 

가령 같은 암 환자라도 유전자 분석 기술을 이용해 항암제 가용 여부를 판단할 수 있기 때문에 환자에게 최적의 치료를 적용시킬 수 있는 길이 열리는 것이다.

 

특히 일률적 치료에서 탈피, 불필요한 항암제 투여를 피할 수 있어 환자의 고통을 줄임과 동시에 건강보험 재정절감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맞춤의학 초석을 다지다

 

이러한 측면에서 차세대 맞춤의료유전체사업단은 한국형 게놈프로젝트에 가깝다. 즉 우리나라 국민의 유전자 지도를 그려내는게 사업단의 궁극적인 목표다.

 

이로 인해 한국인 개개인에 맞춤의학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복안이다. 무엇보다 맞춤의학에 필요한 유전체 정보를 제공한다는 숙명이 사업단에 주어졌다.

 

사업단의 구성에서도 이러한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사업단은 크게 통합전략센터, 약물유전체센터, 맞춤의료 단백체센터 등 3개 센터 운영과 ‘중개임상 유전체 연구 지원’이라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중개임상 유전체 연구는 의료현장에서 유전체 기술로서 해결가능한 핵심문제를 연구자가 제안, 이를 해결하고자 하는 과제를 의미한다.

 

예를 들면 폐암 환자별 항암제 효과 여부에 대해 구별할 수 있는 유전자군을 발굴, 선택적으로 치료토록 유도하기 위한 연구다.

 

하지만 문턱은 여간 높은게 아니다. 1차 년도 연구과제 선정결과 총 39개 과제가 응모했지만 이중 8개 만이 사

업대상으로 선정됐을 정도다.

 

특히 다른 국책연구와는 달리 과제당 평균 지원액이 5~6억원에 달할 정도로 규모가 큰 만큼 연구자 입장에서는 매력적인 연구이지만 선정은 결코 녹록치 않다.

 

김형래 단장은 “수도권 유수 대학병원들도 줄탈락의 고배를 마셨다”며 “시대의 흐름을 명확히 읽고 접근 가능성이 높은 아이템을 선별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사업단 주도로 시행되고 있는 연구는 중개임상과제 8개와 약물유전체센터, 맞춤의료 단백체센터, 통합전략센터 각각 3개 등 총 17개 과제다.

 

김 단장은 이들 연구를 시작으로 사업단이 운영되는 향후 8년 동안 유전체 정보를 활용한 맞춤의학의 초석을 다질 것으로 확신했다.

 

“사업단은 맞춤의학의 초석을 다진다는 각오로 환자별 유전체 지도 작성에 심혈을 기울일 각오입니다. 8년이면 왠만한 지도는 모두 그려낼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미래의학에 대비하라

 

유전자에 대한 수수께끼가 풀리면서 미래의학은 ‘치료’에서 ‘정보’로 바뀔 것이란게 김 단장의 예단이다.

 

물론 현재도 약물과 시술의 발전으로 다양한 정보를 통해 최적의 치료를 적용하는 선택적 맞춤의학이 시행되

고 있지만 미래는 이 보다 더 진일보된 의학의 시대가 올 것이란 얘기다.

 

실제 사업단이 추진하고 있는 질환별 유전자 지도가 완성된다면 그 정보에 입각해 치료가 이뤄질 공산이 크다. 생사(生死)의 길목에 선 암의 경우 더더욱 그러할 예정이다.

 

이 상황이 되면 유전자 정보 접근성이 높은 의사일수록 명의 반열에 이를 가능성이 커지는 말 그대로 ‘정보의학’ 시대가 될 것이란게 김형래 단장이 전망하는 미래의학이다.

 

하지만 사업단의 노력으로 유전자 정보가 축적됐다고 하더라도 일선 임상현장에서 환자를 치료하는 의사들이 이를 활용하지 않으면 무용지물.

 

때문에 김형래 단장은 유전자 정보에 입각한 ‘맞춤의료’에 의사들의 관심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무리 좋은 정보, 좋은 치료법이 있어도 의사가 환자에게 적용하지 않으면 의미없는 일입니다. 사업단이 맞춤의료에 필요한 정보를 생산한다면 의사들은 그 정보를 소비하는 역할을 해야 합니다”

 

김 단장은 유전자 정보에 의한 맞춤의학이 활성화 될 경우 새로운 직종의 등장도 예고했다.

 

현재 병리과나 진단검사의학과 등과 같이 임상 지원과가 공존하듯 유전자 정보 활용이 활성화 될 경우 이를 분석하는 ‘유전체 전문의’ 등이 생겨날 수 있다는 전망이다.

 

김형래 단장은 “급변하는 의학기술에 순응하기 위해 끊임없이 새로운 정보와 씨름해야 하는 의사들의 숙명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래의학의 패러다임을 읽고 그에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며 “유전자 정보를 활용한 맞춤의학에 주목해야 하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라고 피력했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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