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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약 1만인의 탄식이 울렸던 지난해 11월 장충체육관 |
‘투쟁의 열기’는 4개월 만에 ‘소리없는 아우성’으로 변모했다.
정부의 일괄 약가인하 방침에 대해 거세게 반대 목소리를 외치며, 서울 전 지역에서 궐기대회 장소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하기까지 했던 제약계의 모습은 그저 흘러간 지난 과거가 돼버렸다.
업계는 지난해 11월 서울 중구에 위치한 장충체육관에서 전국 제약사 관계자들이 대거 참여한 가운데, 정부 방침을 질타하기 위한 궐기대회를 개최한 바 있다.
이에 정부를 상대로 한 소송 릴레이가 당연히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지만 결국 총대를 메고 소장을 가장 먼저 제출했던 한국제약협회의 수장 윤석근 이사장(일성신약 대표)이 지난 29일 소 취하 결정을 내리면서 소송 릴레이의 불씨는 꺼진 셈이 됐다.
이를 반영하듯 다림바이오텍도 소송을 포기했다. KMS제약, 에리슨제약, 큐어시스 등 3개 사만이 복지부라는 골리앗과의 싸움에 남게 됐다.
업계에 따르면, 에리슨제약과 큐어시스는 ‘회사 존립’을 위해 끝까지 싸워나갈 모양새이지만 KMS제약의 경우 앞선 두 회사들의 소 취하 결저에 따라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앞으로 대형 제약사들을 포함한 약가인하 소송의 열기는 수그러들 것으로 보인다.
윤 이사장은 왜 이러한 선택을 했을까. 업계에서는 이번 윤 이사장이 대표로 있는 일성신약의 소송 취하와 관련해 ‘의아’하다는 모습이다. 소송 제기 한 달도 채 되지 않아, 노선을 변경한 것에 대해 보건복지부의 압력이라는 설이 나돌고 있는 상황이다.
제약계 고위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월 이번 건과 관련해 복지부 실장급 및 국과장급 인사들이 각 2~3개 제약사들을 맡아 소송을 만류하도록 하는 사건도 제기된 바 있다. 이번 윤 이사장의 결정도 이에 연장선상이라는 것이 무리가 아니라는 인식에서다. 복지부 측은 당시 일과 관련해 ‘사실 무근’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이러한 복지부와의 내부적인 관계를 차치하더라도 윤 이사장의 소송 취하는 상위 제약사들의 소송 불참이 크게 작용했다는 관측이다.
결국 소규모 회사 3 곳만이 소송을 진행하게 된 가운데, 집행정지 결과를 놓고 대형사들을 포함한 나머지 회사들의 소송 릴레이를 기대해볼 수 있지만, 협회 수장의 소송 포기에 일단 넋을 놓을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대형 제약사들이 소송에 참여하지 않아도 이기면 되는 것 아닌가. 막말로 복지부 공무원들은 3년 뒤 자리를 떠난다. 그런데 이미 접수시킨 소장을 굳이 취하할 필요가 있었으냐”고 아쉬움을 피력했다.
그는 이어 “소송 제기 기한이 약 두 달 가량 남았다. 나서지 않은 회사들은 아직도 눈치를 보고 있지만, 협회 이사장의 이번 결정으로 그 파장이 클 것”이라며 “부부싸움은 크게 한번 해야 더 친해질 수 있다. 복지부와 무조건 좋은 관계로만 지속하려는 것은 현명한 방법이 아니”라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 역시 “사실 충격이었다. 물론 아무도 나서지 않아 이에 대해 왈가불가할 자격이 없지만 그래도 협회 이사장마저 소송을 포기한다는 것은 정부에 무릎을 꿇겠다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이제 제약계는 정부의 뜻대로 움직일 수 밖에 없다는 단면을 보여주는 상황”이라고 일침했다.
한편 협회 윤석근 이사장은 지난 29일 오전 이사회 직후 브리핑을 통해 “제약계 현안과 관련한 합의점을 찾기 위해 약가인하 소송 취하를 결정했다”며 “향후 복지부와의 관계를 고려해 내린 결론”이라고 설명한 바 있다.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