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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서 의료서비스를 제공하지만 감히 행위를 한다고 말할 수 없는 병원판 ‘홍길동’인 응급구조사에게는 항상 불법행위를 한다는 불안감이 따라다녔다.
그런 와중에 또 다른 악재가 발생했다. 합법적으로 근무하면서도 시간 외 수당을 제대로 받지 못했던 것이다. 악화될 대로 악화된 응급구조사 지위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오고 있다는 분석이다.
최근 부산 모 대학병원 응급구조사 6명은 병원을 상대로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임금 청구 진정을 냈다. 정규 근무시간 외 추가 근무를 계속하면서도 야간ㆍ휴일ㆍ초과 등 시간외 수당을 제대로 보장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임금 청구 진정에 참여한 응급구조사 A 씨는 “병원 직원들의 모든 수당이 15만원에 포함돼 있다고 했다. 그러나 이는 분명 근로기준법 위반”고 설명했다. 이렇게 받지 못한 임금은 1인당 최대 300만원에 달한다.
또 애초 계약과 다르게 근무기간 2년도 보장받지 못했다. 한 응급구조사는 1년 11개월 15일 앞두고 병원을 나와야 했다. 이는 2년이 지나면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규정을 피하기 위해 ‘꼼수’를 부린 것이란 지적이다.
그뿐 아니다. 임금 청구 진정에 참여한 응급구조사 B씨는 병원 측이 부당한 처우에 대해 항의하는 응급구조사들에 대해 “하기 싫으면 다른 병원에 가라, 들어올 응급구조사는 많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지역 응급의료센터로 지정된 병원에서조차 응급구조사 위치가 땅에 떨어졌다는 반증이다. 그 이유로는 응급구조사가 병원에서 할 적법한 일이 거의 없다는 점과 이로 인해 병원을 공무원이 되기 전 단계로 여기게 된 응급구조사 분위기 문제가 꼽힌다.
그간 응급구조사에게는 주로 법적인 지위가 문제가 돼 왔었다. 할 수 있는 일이 10여 가지에 불과하지만 매년 1300여 명씩 배출되다 보니 간호인력난 등과 맞물리면서 진료보조 업무를 일부 맡게 된 것이다.
지난달 서울 한 종합병원에서 중환자실 등에 근무하던 응급구조사가 신고를 받고 퇴사한 것이나, 지난해 10월 충북 제천 한 병원에서 의사 대신 봉합하던 응급구조사가 고발당한 것 등이 그 예다.
또 이런 상황에서 적발되면 책임을 본인이 져야 하기 때문에 많은 응급구조사들은 회의를 느끼고 병원생활을 119 구급대원 등 공무원 응시에 필요한 2년간의 임상요건을 채우는 것으로 여기기 시작했다.
병원 역시 이런 분위기를 감지하고 단기인력으로 간주,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되는 결과를 낳았다.
최근 응급구조사들이 모임을 갖고 법안 개정 등 처우 개선에 나선 것은 이런 상황을 바꿔보려는 노력의 일환이다. 임상응급구조사회는 구랍 11월 첫 모임을 가진데 이어 지난달에는 전주, 대전, 부산 등에서 모임을 갖고 대책을 논의했다.
5월 2일에도 대구에서 모임을 가질 예정이며 6월 중에는 대국민 포럼을 개최해 국민들에게 현 상황을 알릴 계획이다.
한편 노동부에 진정을 제기한 응급구조사들은 “이 상황을 내버려 두면 우리만 억울한 것에서 그치지 않고 후배들에게 잘못된 선례로 남아 응급구조사 전체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진정을 제기한 이유를 설명했다.
반면 병원 관계자는 “노동부로부터 출석 통지를 받은지 얼마 안 돼 아직 상황파악 중”이라며 “그래도 명색이 대학병원인데 미지급한 돈이 얼마나 된다고 그걸 아끼겠냐”며 반박했다.
양측은 오는 17일 부산지방고용노동청에 출석, 시비를 가릴 예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