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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대학병원 소화기내과 의국. 한 켠에 마련된 테이블 위가 휑하다. 그나마 달달한 맛의 일회용 커피라도 있으면 감사하다. 물을 거의 소진한 정수기 만이 덩그러니 놓여 있다.
컵라면을 비롯해 빵, 과자, 각종 음료수가 즐비하던 예년의 모습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불과 수 년전만 해도 풍족한 다과로 그윽했던 의국에 배고픔이 자리잡기 시작했다.
쌍벌제 시행 이후 확산되고 있는 제약사들의 마케팅 긴축 재정이 대학병원 의국에까지 여파를 미치고 있다.
의국은 인턴 및 레지던트들의 공간으로, 예비고객의 맘을 얻기 위해 대학병원 담당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경쟁적으로 공을 들이던 장소이기도 했다.
실제 영업사원들은 잦은 야간당직과 격무로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이들 인턴, 레지던트를 위해 간식과 음료수를 지원해 왔다.
교수와의 한끼 식사 값이면 십 수명 의국원들의 배고픔을 달래줄 수 있는 만큼 저비용으로 예비고객의 마음을 얻는 의국 마케팅은 대학병원의 중요한 공략법 중 하나였다.
물론 지원하는 컵라면, 과자, 음료수 등에는 담당 제품과 회사명이 기입된 스티커 라벨 작업을 빠뜨리지 않았다. 다분히 각인 효과를 염두한 비책이었다.
하지만 쌍벌제 시행 이후 영업사원들의 의국 출입에 제약이 생기기 시작했고 급기야는 회사에서 의국 마케팅 금지령이 내려졌다. 결국 영업사원들의 예비고객 마케팅에 빨간불이 켜지면서 의국의 간식거리들이 사라지기 시작했다.
간혹 일부 영업사원들이 자비를 들여 간식을 사다 나르기도 하지만 예전의 풍족함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의국 회식은 아예 엄두를 내지도 못한다.
B대학병원 산부인과 레지던트는 “인턴 시절 때만 해도 의국에 빵이나 음료수가 떨어지지 않았는데 요즘은 영업사원 보기도 어렵다”고 말했다.
C대학병원 정형외과 레지던트는 “학술행사에서 음료수 지원도 안된다는 시국에 간식이 웬말이냐”며 “괜한 오해를 받는 것 보다 안 받고 안 먹는게 더 낫다”고 전했다.
영업사원들 역시 작금의 상황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D제약사 영업사원은 “컵라면이나 음료수까지 리베이트 취급 받는 현실이 개탄스럽다”며 “도대체 어떤 마케팅을 해야할지 모르겠다”고 토로했다.
E제약사 영업사원 역시 “전공의들은 잠재적 고객으로, 친분을 쌓아야 하는데 이를 원천봉쇄 시켜 놓은 탓에 지금은 교류를 전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한 숨을 내쉬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