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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려 45년. 강산이 네 번 이상 바뀌는 세월에도 묵묵히 같은 자리에서 지역민의 건강을 보살폈다. 의료 불모지 최초의 대학병원이었던 만큼 상업주의적 외도의 유혹도 적잖았지만 ‘봉사’란 외길을 고집했다. 환자들 역시 무한 신뢰를 보내며 병원을 찾았다. 그렇게 지역민과 함께한 세월이 45년이다. 가톨릭 성직자 빈센트의 정신이 투영된 성빈센트병원. 독일 드뽈 수녀회의 지원으로 1967년 세워진 이 병원은 단순한 선교 차원을 넘어 이제 대한민국 의료의 산역사가 되고 있다. 하지만 급격한 병원환경의 소용돌이는 성빈센트병원도 긴장케 하고 있다. 중차대한 기로에 중책을 맡은 김철민 의무원장의 어깨는 그래서 더욱 무겁다.
지나온 45년 다가올 45년
성빈센트병원이 개원 45주년을 맞아 대대적인 변화를 모색한다. ‘희생과 봉사’라는 가톨릭 정신은 그대로 계승하되 변화무쌍한 환경에 능동적으로 대처한다는 복안이다.
병원 로드맵의 핵심은 ‘경쟁력 확보’다. 환자들에게 상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전문화된 영역을 구축, 다가올 45년을 대비한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병원은 이미 외부 컨설팅 업체에 경영진단을 받고 ‘중장기 발전계획’도 세워놨다. 이제 김철민 의무원장의 진두지휘 하에 로드맵 실행에 착수할 차례다.
병원은 우선 각 진료과를 연계한 특성화 전문진료센터 중심의 시스템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현재 심장혈관센터, 최소침습수술센터, 소화기내시경센터, 폐암클리닉 등이 2개 이상 진료과의 협진체계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센터 외에 향후 폐암센터, 류마티스 관절염센터, 뇌신경센터, 유방·갑상선센터 등으로 전문진료센터 영역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김철민 의무원장은 “이미 의료는 진료과가 아닌 질환 중심으로 패러다임 변화가 시작됐다”며 “철저히 환자중심 진료 시스템으로 경쟁력을 키울 것”이라고 말했다.
성빈센트병원의 로드맵에는 진료의 경쟁력 확보와 함께 가톨릭 정신에 입각한 전인적 치료도 포함돼 있다.
육체적 치료뿐 아니라 영적 돌봄까지 지원하는 전인적 치료가 궁극적인 지향점이다. 이를 위해 병원은 국내 최초로 임상사목교육센터를 설립했고, 호스피스 완화의료병동도 운영중이다.
진료역량 강화 핵(核) ‘연구’
성빈센트병원은 가톨릭의료원 산하 병원 중 유일하게 수녀회에 의해 설립된 기관이다. 뿐만 아니라 수녀회가 운영하는 의료기관 중 유일한 대학병원이기도 하다.
때문에 김철민 의무원장은 대학병원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 의료진 연구 역량 강화에도 각별한 공을 들이고 있다.
사실 일선 의료진은 과중한 진료에 치여 제대로 된 연구실적을 내기 어려웠다. 그렇다고 타 대학병원들의 성과를 감안하면 현실만 탓하고 있을 수 만도 없는 일이다.
김 의무원장은 취임 후 의료진의 연구 역량 강화를 위해 입술을 깨물었다. 향후 5~10년 내에 선두 반열에 올려 놓겠다는 당찬 각오도 다졌다.
이를 위해 임상 및 기초연구를 위한 행정구조를 개편하는 한편 연구시설, 장비 등 연구 인프라 구축에서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실제 기존의 임상의학연구소를 연구부로 승격시켰고, 장기적으로는 노후화 된 교수 연구동 신축 및 확장도 추진할 예정이다.
또 의료진의 해외학회 참석이나 해외연수를 적극 지원한다. 금전적 부담없이 연구에 매진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게 김 의무원장의 바람이다.
물론 연구업적에 따른 인센티브와 패널티도 병행한다. 실적이 좋은 의료진에게는 그에 부합하는 대우를 해주고 부진한 교수에게는 인사고가 등에서 불이익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김철민 의무원장은 “대학병원의 연구력은 곧 경쟁력”이라며 “진료만 잘해서는 좋은 병원이 될 수 없다. 상질의 진료는 충실한 연구에서 비롯된다”고 강조했다.
주변환경 단순 경쟁 아닌 생존의 문제
당장 800병상 규모의 한림대 동탄병원을 시작으로 용인 동백세브란스병원까지 그야말로 전쟁이 임박했다.
더욱이 이들 병원이 들어서는 지역민의 수요가 적잖았던 만큼 성빈센트병원로서는 환자 감소에 따른 경영난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경기도 수원의 ‘터줏대감 병원’이라는 이름값 만으로 주변 여건을 감당하기는 버겁다는 판단이다. 그 만큼 내부적인 우려감도 크다.
김철민 의무원장은 “당장 4년 후에는 생존을 장담할 수 없다”며 “환자가 10% 줄면 의료수입은 40%로 감소한다. 단순한 경쟁이 아닌 생존을 논해야 할 시기”라고 위기감을 전했다.
그렇다고 발만 동동 구를 수도 없는 일이다. 김 의무원장은 치열한 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기 위한 방책으로 파격적인 인센티브 제도를 도입했다.
기존에는 선택진료 성과에 따른 의사 개인별 인센티브 방식이었다면 6월부터 적용되는 제도는 진료를 비롯해 장기재원환자 줄이기 등 다양한 항목에 대해 종합적인 평가로 성과급이 결정된다.
인센티브 제공 대상도 의사 개인은 물론 부서, 진료과, 센터 등으로 다양화 시켰다. 모든 조직원이 위기의식을 갖도록 하자는 취지다.
김철민 의무원장은 “발등의 불이 떨어졌다, 생존의 기로에 서 있는 만큼 의사를 비롯한 모든 조직원이 작금의 상황을 직시하고 함께 대응해 나가야 한다”고 피력했다.
다만 “새로운 인센티브 제도는 의사들에게 환자를 많이 보고 수익을 창출하라는 의미가 아닌 상대적으로 업무량이 적은 의사들의 분발을 당부하는 차원”이라고 조심스런 입장을 견지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