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근 의료계 모습이 연일 어둡다. 대한의사협회의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탈퇴나 대한안과의사회의 백내장 수술 거부, 예비 의사인 대한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 학생협회의 침묵 시위 등 각종 보건의료정책에 대한 범의료계 반발 움직임이 거세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의사들의 "밥그릇 챙기기"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하지만 이런 가운데서도 의료인 본연의 자세를 갖고 묵묵히, 그리고 소명감 있게 환자들을 돌보는 봉사활동을 펼치는 이들도 있다. 지난 10일 상계백병원 소속 의료진 등은 경기도 양주시가 주관하는 ‘제8회 감악문화축제’에 참여, 총 200여명의 주민들을 대상으로 의료봉사를 실시했다. 이날 6시간동안 상계백병원 의료진들의 헌신감 넘치는 진료현장을 지켜봤다.[편집자주]
29도 뙤약볕에서도 환자들에 정성 다하는 의료진
‘감악문화축제’와의 인연은 지난 200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상계백병원은 당시 양주시 남면 주민자치위원회와 자매결연을 맺고 매년 축제에 참여, 무료의료봉사를 펼쳤다.
올해 봉사에 참여한 상계백병원 의료봉사팀은 김홍주 원장을 필두로 최명재 교수(소아청소년과), 안효승 교수(심장내과), 이근섭 실장(방사선종양학과), 류미라 부장(간호부장) 등 총 16명이었으며 오전 10시부터 오후 4시까지 지역주민들의 건강지킴이를 자처했다.
▲혈당 및 혈압 측정 중인 간호사 | 진료 방식은 접수를 받고 혈압·혈당 등을 측정한 후 ‘심혈관내과’ 혹은 ‘정형외과’ 등으로 과목을 나눠 진료를 받는 형식이었다. 진료 이후 약이 요구되면 바로 옆에서 약을 처방해주기도 했다.
오전 8시반, 봉사단 16명은 상계백병원에서 모여 병원 버스를 타고 9시 반경 축제가 열리는 신산리 공원에 도착했다. 올해로만 벌써 8번째 맞는 감악축제의 봉사라 그런지 간이 진료소를 꾸리는 데 10분이면 충분했다.
10시가 되자마자 축제를 즐기러왔던 주민 몇몇이 자연스레 진료를 접수하기 시작했다. 주민 대다수가 어르신이었기 때문에 정형외과보다는 심혈관내과 쪽으로 쏠리는 양상을 보였다
▲환자 진료 중인 안효승 교수과 이범정 전공의, 약 처방 중인 모습(왼쪽부터) | 의료봉사에 첫 출전이라던 이범정 전공의(정형외과)는 심혈관내과를 맡은 안효승 교수 쪽을 바라보며 “처음이라 생소하다”면서 “아무래도 노인이 많아 심혈관내과 진료 수요가 더 많을 것이다. 정형외과는 의료기기 없이 블라인드 진료를 보니 한계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의 걱정은 30분만에 기우가 돼 버렸다. 어깨·허리·손가락 등 통증을 호소하는 환자들이 끊이지 않더니 결국 환자 대기석을 마련키 위해 의자를 공수해올 정도였다. 밀린 환자가 줄어들 때쯤 돼서야 그는 조심스럽게 “화장실 좀 다녀오겠다”며 한숨 돌리기도 했다. 환자들의 혈압 수치 등을 보고 환자들과 꼼꼼히 대화를 나누던 안 교수도 여러차례 의료봉사 경험에도 불구하고 끊이지 않는 환자 덕에 29도의 땡볕 아래 땀을 비오듯 쏟아냈다.
접수부터 약 처방하는 곳까지 약 10m에 달하는 간이 진료소는 점심 시간까지 2시간 반동안 환자 70여 명에 대한 응대로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간단한 점심 식사 이후 다시 시작된 진료에도 환자들은 끊일 줄 몰랐다. 이날 하루만 200여명의 환자를 진료한 의료진들은 힘들다는 말 한마디할 법했지만 오히려 만면에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간호부 문현숙 수간호사는 “주민들이 계속해서 와주시는 게 고맙고 기분이 좋다”며 “봉사팀 모두 스스로 지원해서 온만큼 봉사 자체가 즐겁지 않을 수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의료기관 본분인 '공익·나눔' 실천"
상계백병원 의료봉사는 사실 감악축제에서만 펼쳐지는 것은 아니다. 병원에 따르면 지난해 의료봉사자만 총 241명에 달하는데 북한산을 비롯해 무료급식, 마들사회복지관, 노원구 간호사회, 중랑구 건강한마당 등 다양하게 진행하고 있다.
일부 의료진은 이날까지 16번이나 참석하는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병원의 봉사활동이 단발적이거나 전시행정이 아니라는 것이다. 실제 김홍주 원장도 이 같은 의견에 동감했다.
김 원장은 “병원이 갖고 있는 비전 가운데 가장 좋아하는 것은 ‘Best friend’”라고 전제한 뒤 “병원의 근본이자 본분이 공익성 및 나눔이 아니겠느냐. 결국 의료봉사는 나의 친한 친구, 주변의 이웃에게 나눔을 실천하고자 하는 의지”라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김 원장은 최근 어려움을 호소하는 의사들이 많아지는 의료계 현실에서 이번 의료봉사 등으로 의료계의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그는 “특히 농어촌이나 일부 지방의 경우 노인인구가 늘어나면서 의료혜택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며 “지역 사회의 책임을 가진 병원으로서 서울·경기 동북부 지역에 대한 공익성을 이뤄내고 주민들과 함께 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김 원장은 이어 “최근 의료계 내부적으로 좋지 않은 일이 많은데 의료인의 본질로 돌아가 공익성과 나눔을 행하는 의료봉사가 현 실태에 긍정적 역할을 해줄 수 있을 것 같다”고 평했다.
“고맙고 감사” 주민들 칭찬 일색
상계백병원 의료봉사팀으로부터 진료를 받은 주민들 또한 상당히 긍정적이었다.
진료를 마치고 나온 주민 천성영 씨는 “평소에도 다른 병원 들러서 진료를 받곤 하지만 큰 규모의 병원이 직접 주민 근처로 나와주니 정말 고맙다”며 “병원에 대한 신뢰가 더욱 깊어지고 주민에게 의학적 도움을 주는 자리가 있다는 것 자체가 기분이 좋다”고 평했다.
또 대체적으로 병원·의료진에 대한 접근성을 높여줬다는 점에서 높은 점수를 매겼다. 한 주민은 진료 이후 만족감을 느껴 많은 지인들을 데리고 재차 방문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남연순 씨는 방금 받은 약 처방 봉투를 보여주며 “이렇게 필요한 약을 미리 주고 평소에 아프다고 느꼈던 부분들을 편하게 말할 수 있어서 좋았다”며 “진료는 물론 혈당도 측정해주니 도움이 많이 되는 것 같다”고 밝혔다.
주민 김순덕 씨도 “당연히 좋다는 말밖에 할 수 없다”며 “짧은 시간이지만 지역 주민들에게 많은 도움을 주는 것이다. 1년에 한 번이 아닌, 그 이상으로 찾아와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