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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노인의 성(性)을 다룬 소설과 영화 ‘은교’가 화제다. 소설과 영화 속 70대 노(老) 시인은 젊은 제자를 향해 “너의 젊음이 너의 노력으로 얻은 상이 아니듯 내 늙음도 내 잘못으로 받은 벌이 아니다”라고 말한다. 17세 여고생을 탐했던 노 시인의 말처럼 나이가 들었다는 것 자체가 더 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 시대다.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오늘 태어난 아기의 기대 여명은 80.79년이다. 현재 65세 남성과 여성은 17년과 21년을 더 살 수 있고, 45세 중년 남녀에게는 각각 33년과 40년이라는 시간이 주어진다. 나이가 들었다는 것을 한탄하기엔 남은 생이 너무 길다. 기대여명과 평균수명의 연장은 보다 젊게 살겠다는 노년들의 회춘 의지가 곳곳에서 표출되고, 하루가 다르게 강해지는 배경이다. 졸업한지 수십 년 지나 나간 동창회에서 하지 말아야 할 말 1순위, 듣지 말아야 할 말 1순위가“너 왜 이렇게 나이 들어 보이니?”라는 우스갯소리도 있다. 몇 해 전부터 성형외과와 피부과 등에 노년 환자들이 몰리고 있다는 소식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노년층이 성형과 미용을 위해 병원을 찾는다는 사실은 이제 뉴스거리가 되지 못한다. 하지만 병원을 찾는 패턴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과거에는 ‘효도성형’ 등의 이름으로 자식들 손에 이끌려 병원에 오는 노인들이 대다수였다면 이제는 자발적으로 의사를 찾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노인 문제를 연구하는 학계에서는 ‘내가 주인공이 되는 주체적 삶’을 추구하는 노년층이 늘고 있다는 점을 긍정적으로 보고 있다. 건강한 자기중심성을 회복하는 것이 행복한 노년기를 보내는 중요한 요소이기 때문이다.
단순히 오래 살고, 아프지 않기 위해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활동영역을 넓히기 위한 적극적인 모습이 필요하며 이런 모습은 이제 노인층에게 불가피한 선택이 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노년층이 미용 시술을 받고자 자발적으로 성형외과, 피부과 등을 찾는 것도 이런 관점에서 해석이 가능하다.
‘젊음’이라는 단어가 ‘섹시’, ‘건강’이라는 단어와 뜻을 같이하는데다 경제력을 갖춘 노년층이 증가하는 것도 자발적 노인성형이 늘고 있는 이유 중 하나다.
의료계에서는 아침부터 저녁까지 이어지는 수술, 전신마취를 견딜 수 있을 정도로 노년층의 심장과 폐가 건강하다는 점도 회춘술 증가의 요인으로 꼽고 있다.
노년기를 중년처럼…젊어지는 성형
보톡스·필러를 이용한 간단한 주름개선 시술부터 잡티·반점 등을 제거하거나 피부를 재생시키는 시술, 얼굴 전체의 주름을 펴는 수술법까지 노인성형은 갈수록 다양해지고 있다.
현재 가장 적극적인 노인성형술로 꼽히고 있는 것은 안면거상술. 수술이 성공적으로 이뤄지면 10년 세월을 되돌리는 것도 가능하다고 할 정도로 효과가 탁월한 수술법으로 알려져 있다.
귀 뒤쪽과 두피를 절개해 늘어진 피부와 지방을 제거한 뒤 근막과 분리한 피부를 팽팽하게 당긴다. 수술시간이 길기 때문에 전신마취를 해야 하고 수술 후 입원도 필수적이다. 긴 수술과 마취를 견뎌낼 정도로 건강해야만 받을 수 있는 수술이다.
절개한 수술부위가 정상으로 회복되려면 최소 한 달 이상 시간이 필요해 사회활동을 활발히 하고 있는 노년층에게는 적합하지 않다.
최근에는 수술과 회복시간이 긴 안면거상술의 단점을 보완해 귀 앞쪽 일부만 절개한 상태에서 수술시간을 2시간 정도로 줄인 MACS시술법 등이 주목받고 있다.
나이가 들면서 눈꺼풀이나 눈 밑 지방이 처지는 것을 개선하는 상안검·하안검 수술도 노년층이 많이 받는 성형술로 꼽힌다.
노화가 진행되면서 가장 많이 변하는 곳이 눈 주변이다. 주변 조직과 지방층의 피부탄력도가 감소해 눈꺼풀이 처지고 눈 밑도 불룩해진다.
상안검 수술은 노화로 인해 위 눈꺼풀이 처지는 현상 개선을 목적으로 한다. 눈꺼풀이 처지면 실제 보다 나이가 더 들어 보이고 인상이 나빠지는 것은 물론 눈 주위가 짓무르는 불편함도 따른다.
상안검 수술은 쌍꺼풀 위 부분을 절개해 늘어진 피부와 근육을 제거한다. 지방이 많은 경우 적당량을 제거한다. 필요에 따라 미간 주름을 만드는 근육절제술을 동시에 진행하는 다목적 상안검 수술도 시행되고 있다.
눈 밑이 불룩해져 고민인 노년층은 하안검 수술을 해결책으로 택한다. 눈 밑이 불룩해지는 이유는 지방이 중력을 받아 아래로 처지는데다 지방을 지지하던 근육의 탄력도가 떨어지는 데 있다. 아래로 처진 지방층이 피부를 밀어내 불룩한 주머니를 만드는 것이다.
하안검 수술은 기본적으로 속눈썹 바로 밑 피부를 절개해 지방을 정리하는 방식이다. 아래로 처진 지방을 평평하게 한 뒤 늘어진 피부를 제거한다.
절개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최근에는 눈꺼풀 안쪽 결막을 통해 지방 주머니를 찾아 지방을 위로 밀어 올리는 무절개 하안검 수술도 적용되고 있다.
상안검과 하한검 수술은 모두 부분마취 후 한 시간 내외 진행된다. 수술 시간은 짧지만 자연스러운 모습을 찾기까지 상안검 수술은 최소 3개월, 하안검 수술은 한 달 이상 시간이 필요하다.
암 치료용 초음파, 피부미용에 적용
각종 레이저 기기를 이용한 이른바 ‘미니성형’도 노년층에게 인기다. 침습적 시술이 확실한 효과를 볼 수 있지만 절개로 인해 생긴 피멍과 부기를 없애려면 상당한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왕성한 사회활동을 하고 있는 노년층은 최소침습 또는 비침습적 치료를 선호한다.
성형외과와 피부과가 경쟁적으로 선전하고 있는 각종 레이저 시술도 이에 해당한다. 인상을 개선시키기 위해 잡티, 반점, 점 등을 제거하는 시술이 주를 이룬다. 보급돼 있는 장비와 시술법이 워낙 다양해 선택의 폭도 넓다.
시술용 장비들도 점차 진보하고 있다. 암 치료에 사용되는 고강도집속형초음파(High-Intensity Focused Ultrasound, HIFU)를 피부미용에 적용해 리프팅 효과를 극대화 한 기기도 등장했다.
이 기기는 트랜스듀서에서 발생한 초음파를 피부 표면 아래 3~4.5mm 깊이(SMAS층)까지 전달해 집속점(초점)에서 발생한 열에너지를 이용한다.
즉각적인 피부 당김 효과와 함께 콜라겐을 재생시켜 절개하지 않고도 효과적으로 리프팅이 가능하다고 입소문이 나면서 피부탄력 개선을 원하는 노년층이 몰리고 있다. 집속된 열에너지 효과로 최대 6개월까지 콜라겐과 엘라스틴이 지속적으로 재생된다는 임상 결과도 발표됐다.
몸매교정을 위해 복부, 허벅지 등의 지방을 제거하고 피부를 절제하거나 처진 가슴을 교정, 재건하기 위한 유방하수교정술도 노년들이 많이 관심을 보이는 시술이다. 지방흡입의 경우에는 원하는 부분에만 최소한으로 적용하는 ‘미니 흡입술’이 최근 활성화 되고 있다.
남성들의 경우 침습적 수술 보다는 각종 기기를 활용한 치료를 많이 받는데 가장 대표적인 것으로 레이저를 활용한 검버섯 치료나 리프팅 등 간단한 피부탄력, 주름개선 시술이 꼽힌다. 남성들의 경우 사회활동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 좋은 인상을 줄 수 있는 시술을 선호한다.
이 밖에도 비교적 싼 비용으로 성형효과를 누릴 수 있는 미간이나 이마 주름 개선 보톡스 시술이나 볼륨감을 주기 위한 필러 주입 시술은 세대 구분 없이 찾을 정도로 보편화 된지 오래다.
최근 국내에서는 102세 노인이 암수술을 거뜬히 이겨냈다는 소식이 알려져 의료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고령환자는 동반질환이 많고 전신마취 혹은 수술로부터의 회복이 느리며 합병증 빈도 역시 높다는 점에서 수술을 결정한 의료진과 수술을 결심한 환자에게 박수가 쏟아졌다.
의료계는 고령인구가 미래에 대한 높은 기대치를 유지하며 생활할 수 있는 여건이 만들어졌으며 의료 수준도 이런 기대치를 만족시켜줄만한 수준에 오른 것으로 평가했다. 100세 노인에게 수술을 권유할 수 있는 여건과 분위기가 만들어졌다는 얘기다.
노인성형 역시 마찬가지로 수술 대상의 연령대가 점차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젊은 사람이 쌍꺼풀 수술을 받는 것과 달리 노년층은 수술 후 더 많이 붓고 회복기간도 길다. 상처가 회복되는 속도도 더뎌서 성형 후 자연스러운 모습을 갖추기까지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경우도 있다.
"수술 전 질환 보유여부 의사에 알리고 장기적 관점서 계획 세워야"
성형 전문가들은 이런 점을 감안해 수술 결정을 신중히 하고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다는 광고에 현혹돼서는 안 된다고 충고한다. 미용을 목적으로 하는 성형은 당장 하지 않으면 생명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수술 전 자신의 몸이 마취나 수술을 이겨낼 수 있는 상태인지 꼼꼼히 확인하고 수술 후 장기간에 걸친 치료가 요구될 경우에도 대비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특히 당뇨병을 앓고 있거나 심장질환, 폐질환, 간질환이 있는 경우 이를 충분히 의료진에게 알려야 한다. 당뇨병 환자는 상처가 잘 아물지 않는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아스피린 같은 약물을 복용하고 있는 경우에는 출혈이 계속될 우려가 있다.
질환 때문에 약을 꾸준히 먹어야 한다면 수술 전후 계속 복용해도 되는지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
많은 성형, 피부 전문의들은 “시술을 받으면 노화와 관련한 모든 것이 해결된다고 생각하는 환자가 많은데 노화는 어떤 시술을 받더라도 계속된다”며 “전반적인 생활습관 변화 없이 성형이나 피부치료만으로 동안(童顔) 젊음을 유지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입을 모았다.
전문의들은 또 “성공사례가 많이 알려지고 있지만 효과가 기대보다 짧게 나타날 수 있고 실패한 사례도 많기 때문에 한 번에 무리하게 수술이나 시술을 받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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