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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부터 산부인과와 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등 일부 전문과목이 힘든과로 인식되면서 총체적 위기를 맞고 있다. ‘전공의는 물론 야간 당직, 야간 분만의사가 전멸 위기다. 정부와 병원협회, 학회 등은 이런저런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문제가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고 오히려 더욱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부 병원은 전공의 수급에 차질이 빚어지자 이들의 인력을 대체할 PA(Physician's assistant.의사보조인력)를 양성하고 반대 입장에서는 이들을 고발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지방의 한 대학병원에는 전공의들 업무를 도와주거나 수술 보조를 하는 PA가 25명이나 된다. 이들은 내과(7명)와 산부인과(3명), 신경외과(3명), 외과(4명), 정신건강의학과(1명), 정형외과(2명), 흉부외과(4명), 비뇨기과(1명) 등 총 8개 진료과에서 활동하고 있다.
서울 소재 한 대학병원은 외과에서 2명의 PA가 수술준비와 보조를 담당하고 있다.
지방대학병원 흉부외과 PA는 “전공의가 없어 수술장에 직접 참여해 보조를 하고 있다”면서 “말 그대로 선생님(의사)들 지시에 따라 도와줄 뿐이지 보도된 내용과는 거리가 멀다”고 말했다.
이 PA는 “빅5를 제외한 병원들은 모르긴 몰라도 2명 이상의 PA는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수술하는 진료과는 전공의가 없어 수술장에 투입되는 경우가 많다”고 소개했다.
서울소재 병원 흉부외과에 근무하는 한 PA는 “수술 준비와 환자케어, 드레싱 등을 담당하고 있다”면서 “드레싱의 경우 전공의들이 해야 하지만 인력이 없기 때문에 대체인력이 할 수 밖에 없다”고 전했다.
그는 “우리병원의 경우 흉부외과는 환자 케어와 드레싱 등을 하고 있고, 외과의 경우는 레지던트가 1명밖에 없어 수술준비와 수술 전 환자 피검사 등 기본적인 체크를 하고 있다”면서 “수술장에서의 보조는 예를 들어 복강경 수술의 경우 복강경을 잡아주는 정도”라고 말했다.
비뇨기과 PA는 병동에서 환자를 간호함에 있어 좀 더 전문적인 케어를 제공하고 환자교육과 상담, 배뇨검사 등 기본적인 검사를 대신해 결과지를 의사에게 전달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지방의 한 대학병원장은 “최근 보도된 것과 같은 우려는 하지 않아도 된다”면서 “병원도 의사를 고용하고 싶지만 지원하는 이가 없고 수술장과 병원은 운영을 해야 하니 별 도리가 없다”고 토로했다.
이 병원장은 “병원이 PA를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PA에게 직접적으로 치료를 전담하게 하거나 전공의들에게 지시하는 경우는 없다”고 단언했다.
‘힘든 과’ 전공의 수급 갈수록 태산
그렇다. 산부인과와 외과, 흉부외과, 비뇨기과 등 기피과 전공의 정원 미달 사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지난 10년 동안 흉부외과와 외과는 전공의 정원을 단 한 번도 채우지 못하는 지경에 이르렀고 이는 갈수록 더욱 심화되고 있다.
산부인과 전공의 지원을 살펴보면 2003년 99.6%(236명)에서 2008년 57.5%(106명)까지 떨어졌다가 2012년 64.7%(119명)로 소폭 회복됐다.
외과의 경우는 흉부외과와 같이 수가를 인상(30%) 했음에도 2009년 63.3%, 2010년 57.4%, 2011년 61.2%, 2012년 55.3%로 지원율이 떨어지고 있다.
흉부외과는 2003년 57.1%(40명)에서 2009년 24.7%(21명)로 반토막 났다. 그 후 정부가 흉부외과 수가를 100% 인상한 2010년에는 46.1%(36명)로 일시적으로 증가했다가 2011년 35.5%(28명)로 다시 떨어졌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2012년에는 정원을 60명으로 줄이는 극단의 조치도 취해졌다.
하지만 해결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어느 누가 수가는 낮고 위험 부담률이 높은 ‘힘든 과’를 선택한단 말인가. 함부로 돌을 던질 수 없는 상황이다.
정부, 일부 수가 인상으로 해결책 모색
정부도 전공의 지원 기피과 문제의 심각성 인지하고 지난 2009년 이례적으로 흉부외과와 외과 수가를 각각 100%(201개 의료행위), 30%(322개 의료행위)씩 인상했다.
정부는 흉부외과와 외과 수가 인상에 연간 919억 원을, 산부인과는 자연분만 수가를 인상해 연간 570억 원의 건강보험재정을 투입했다.
하지만 기피과 학회들은 전공의들을 잡기 위해서는 좀 더 큰 폭으로 수가가 인상돼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대한외과학회 이은숙 총무이사는 “정부가 올려준 외과 수가가 30%다. 아직 형편없이 낮은 수준”이라면서 “외과 수가 자체가 저평가 돼 있기 때문에 현실화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은숙 총무이사는 “외과 전문의 자격을 따고도 제대로 밥벌이를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때문에 전공의들이 싫어하는 것이 당연할 수도 있다”고 말한다.
대한산부인과학회 김선행 이사장은 “고생은 고생대로 하고 그만큼의 수익은 낼 수 없다는 인식과 분만, 수술 중 발생될 수 있는 위험률 등이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이라면서 “분만 및 제왕절개수술 수가뿐 아니라 산전 진료 수가도 올려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병원 운영 위해 PA양성→PA운영병원 고발사태 촉발
상황이 이렇게 되자 전공의 수급이 어려운 일부병원에서 PA로 의사 인력을 대체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이에 대한전공의협의회(이하 대전협)는 PA불법 의료행위에 대해 해당병원을 고발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대전협은 올해 초 B병원 병원장과 비뇨기과, 흉부외과, 산부인과에서 근무하는 PA를 의료법 위반으로 경찰에 고발했다.
대전협측은 “PA가 비뇨기과 당직을 서고 있으며, 응급실과 입원환자 업무를 하면서 의사의 감독 없이 독자적으로 오더와 처치를 행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간호사들이 PA로 이용되고 있지만 심지어 간호조무사나 의료기사 등 비의료인까지 PA로 활동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재 인제대 상계백병원은 흉부외과 전공의가 한명도 없고, 산부인과는 1년차 1명, 3년차 1명만 근무하고 있다.
대전협은 상계병원에 이어 최근 H병원도 확실한 증거를 확보해 검찰에 고소했다.
대전협 김일호 회장은 “H병원 PA들은 의사와 같은 외관을 갖춘 채 환자 상처 봉합과 스플린트 시술, 환자 진단 및 처방 등의 의료행위를 하고 있었다”고 고발 취지를 밝했다.
김일호 회장은 그러면서 “간호사는 그 면허에 따라 할 수 있는 의료행위로 간호, 진료보조, 보건활동 등에 한정돼 있고 의료인이라 하더라도 면허된 것 이외의 의료행위는 할 수 없기 때문에 PA가 전공의를 대체해 당직근무를 서는 것은 무면허 의료행위”라고 지적했다.
갖가지 대책 내놔도 풀리지 않는 숙제
이런 일련의 사태에 대해, 대한병원협회는 PA제도 관련 TF회의를 개최하고 원인으로 지목된 외과 계열 전공의 수급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수련제도를 개편해 외과 계열 전문 과목에 학부형 수련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다. 이는 흉부외과, 일반외과, 성형외과 등 외과 계열 전문과목 수련을 받기 전 외과 수련과정을 1∼2년 의무적인 과정을 거치도록 하면서 현재 PA에 의해 이뤄지고 있는 의료행위를 의사인력 선에서 소화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즉, 인턴제 폐지 후 도입되는 NR1을 외과계 인턴으로 정원을 선발하는 개념으로 인턴제 폐지를 전제로 1~2년간 외과에서 공통적인 수련을 받은 뒤 세부전문 과목을 선택하도록 하는 수련제도다.
이를 통해 현재 PA가 하고 있는 업무 및 외과 전공의 수급을 보다 용이하게 하고 외과의사로 나아갈 방향을 좀 더 넓혀보자는 취지이다. 하지만 1년차 전공의 정원책정 문제 등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얽힌 외과 계열 학회들 간 합의가 전제돼야 하기 때문에 이것 또한 녹록해 보이지는 않는다.
이와 관련, 보건복지부는 의료기관에서 PA에 대한 수요와 인력을 요구하고 있어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뚜렷한 방향은 제시하지 않고 일단 관련 단체들을 중심으로 의견 수렴에 나섰다.
당초 복지부는 PA 제도를 부분적으로 도입하겠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지만 의협과 전공의협의회 등 관련단체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서자 이를 의식해 이해 당사자들과 논의하는 자리를 마련한 것으로 풀이된다.
의료자원정책과 남후희 사무관은 “현장에서 PA인력에 대한 필요성을 주장하고 있다”면서 “복지부도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지만 새로운 별도의 면허를 신설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남후희 사문관은 “반대하는 입장도 있어 충분한 논의가 필요할 것으로 판단되며 이는 하반기에 구체적인 방향설정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복지부는 PA라는 직역을 신설하기 위해 무리하게 법을 개정하거나 강행할 의도가 없는 점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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