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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으로 관심이 쏠린 ‘낙태 시술’에 대한 처벌이 합헌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이 나왔다. 하지만 아직도 낙태 시술을 두고 의견이 분분해 논란의 불씨는 쉽게 꺼지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3일 헌재는 조산원 운영자 송 모씨가 낙태 시술한 조산사에 대해 2년 이하의 징역을 처하도록 규정한 형법을 두고 헌법소원 심판을 제기하자 최종 합헌 결정을 내렸다.
총 8명의 재판관 중 4명은 합헌, 4명은 위헌으로 동수를 이뤄 합헌 결정이 났지만 양측 의견은 서로 대립될만큼 낙태 시술에 대한 엇갈린 시각이 확인됐다.
헌재는 결정문을 통해 태아에게도 생명권이 인정돼야 한다며 낙태를 처벌치 않거나 형벌보다 가벼운 제재를 가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훨씬 더 낙태가 만연하게 되고, 자기낙태죄 조항은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입장을 밝혔다.
또 낙태는 태아의 생명을 박탈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이 높고, 대부분 의료업무종사자를 통해 이뤄지며, 태아의 생명을 보호해야하는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태아 생명을 박탈하는 시술을 한다는 점에서 비난 가능성도 크다며 최종 합헌을 결정했다.
하지만 이강국, 이동흡, 목영준, 송두환 재판관 등은 현대의학 수준에서는 임신 24주에 이르기까지는 태아가 자존적 생존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보므로 임신 초기 낙태는 허용할 필요성이 있다며 반대 의견을 냈다.
이들은 “자기낙태죄 조항은 침해의 최소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전제한 뒤 “형법상 낙태죄 규정이 거의 사문화돼 낙태 근절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하고 있으므로 자기낙태죄 조항으로 달성하려는 태아생명 보호라는 공익은 더이상 달성되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불어 “자기낙태죄 조항은 임신 초기의 낙태까지 전면·일률적으로 금지·처벌하고 있다는 점에서 임부의 자기 결정권을 침해해 헌법에 위반된다”고 주장했다.
특히 이동흡 재판관은 이 같은 반대 의견에 대한 보충의견으로 “임신 초기의 낙태를 허용해도 임부가 낙태에 대해 충분히 숙고한 뒤 결정할 수 있도록 함과 동시에 의학적으로 안전한 낙태시술이 이뤄질 수 있도록 입법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나아가 의학적으로 안전한 낙태 시술이 이뤄질 수 있도록 병원이나 의사 등에 대한 일정 요건을 마련해 임부의 생명과 건강을 보호키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의료계 "법의 억제기능 따라야" vs 여성단체 등 "자기결정권·건강권 등 침해"
헌재 결정을 두고도 엇갈린 주장이 첨예한 대립을 보이고 있다.
먼저 ‘진정으로 산부인과를 걱정하는 의사들 모임’ 최안나 대변인은 “이미 낙태 시술에 대한 처벌 관련 법 조항은 존재해왔음에도 현실에선 조산사까지 어기고 있는 실정이었다는 것을 단면으로 보여준 행태”였다며 무엇보다 헌재 판결을 환영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최 대변인은 “그동안 낙태 시술을 너무 쉽게 생각해왔던 현실적인 풍토와 진료실 안의 의사들의 책임으로 떠밀어왔던 게 문제라고 본다”며 “자칫 의사면허취소 및 징역 등의 처벌이 뒤따라올 수 있다는 것을 재차 인지하고 법을 잘 지키고 따라야하지 않겠냐”고 반문했다.
그는 “태아의 생명권을 존중·보호하고자 하는 법률적 대의에 대해 십분 공감한다”며 “사실 의학적으로 안전한 낙태는 찾기 힘들다. 가장 안전한 것은 ‘피임’일 뿐이기 때문이다. 쉽게 낙태 시술로 내몰리지 않고 출산·임신에 대한 환경과 인식을 바꿔야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여성시민단체 등은 헌법재판소 결정에 대해 반발하는 상황이다. 한국여성민우회 정슬아 활동가는 “여성의 몸이 국가의 통제 대상으로 여기는 법관들의 인식을 그대로 보여준 것”이라며 “임부의 자기 결정권은 국가가 관리하고 태아의 생명권은 공익의 측면에서 보는 아이러니한 양상”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낙태를 합법화하고 있는 해외 사례에 따르면 오히려 낙태율이 낮기 때문에 생명 경시 풍조가 만연할 것이라는 판단 근거는 잘못됐다”며 “낙태 시술을 단순히 형벌이라는 처벌로만 다루려는 태도는 이해가지 않는다”고 토로했다.
이어 “이번 헌재 결정은 여성의 자기결정권·평등권·건강권·행복추구권 등을 모두 심각하게 침해하는 것”이라며 “여성민우회는 이번 결정에 대해 지속적으로 문제를 제기하고 위헌임을 주장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