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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시간 여 동안 수차례에 걸쳐 간호사가 연락했는데도 당직의와 주치의 모두 연락이 되지 않아 환자가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했다. 법원은 이 같은 상황을 그대로 옆에서 지켜봐야했던 유가족에 대한 병원의 배상 책임을 물었다.
16일 서울고등법원 제9민사부는 '악성 림프종' 환자 한 모씨의 가족들이 고려대학교 안암병원을 상대로 제기한 재판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렸다.
앞서 지난 2008년 한 씨는 인근 개원의로부터 악성 림프종으로 진단 받은 후, 치료를 위해 항암화학요법 및 방사선 치료가 필요하다는 개원의 권유에 따라 10월 말 안암병원으로 전원됐다.
안암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오던 한 씨는 11월15일 저녁 7시 경 가슴 및 어깨 통증을 호소했고, 병원 의료진은 CT 검사 등을 통해 다음날 새벽 맥스핌을 투여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씨는 상태가 악화돼 폐출혈로 사망했다.
이에 유가족 측은 "병원이 한 씨의 감염을 예방키 위한 조치를 취하지 않고, 한 씨가 가슴 통증을 호소한 지 수 시간 뒤에야 비로소 CT검사를 실시하는 등 치료를 지연했다"며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하지만 1심 재판을 담당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병원 의료진에게 감염 예방 조치를 소홀히 한 과실이 있다고 인정하기 어렵기 때문에 환자 측 주장은 이유 없다"며 기각했다.
이후 유가족 측은 "사건 당시 병원 측 주치의 및 당직의 모두 수 시간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아 환자는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방치됐었다"며 추가 판단사항을 제출, 항소심을 제기했다.
추가 판단사항에 따르면 한 씨가 계속 가슴 아래쪽의 통증을 호소하자 의료진은 11월16일 새벽 1시경, 레빈튜브 삽입을 통증에 대한 처방으로 결정하고 한 씨에게 설명했다.
이에 간호사는 레빈튜브 삽입을 위해 당직의에게 연락했으나 나타나지 않았고 같은 날 새벽 2시반 경 다시 당직의에게 연락했지만 연락이 되지 않았고 주치의 또한 마찬가지였다.
이후 한 씨가 수차례 통증을 호소하자 간호사는 당직의와 전문의를 계속 호출했지만 5시간 여 동안 두 사람은 연락이 되지 않았다. 결국 수 시간 여만에 비로소 나타난 당직의가 즉시 한 씨를 처치실로 옮기고 레빈튜브 삽입을 했지만 한 씨는 사망했다.
이에 유가족 측은 "당직의와 주치의가 연락이 안돼 한 씨가 사망에 이르렀고, 병원 의료진이 한 씨에게 불성실한 진료를 한 것"이라며 항소심에 나섰다.
재판부는 정황상 당직의나 주치의가 간호사 연락을 받아 곧바로 레빈튜브를 삽입하고 진찰했더라도 추가 치료할 사안은 없었다며 연락부재와 환자 사망 간의 인과관계는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재판부는 당직의와 주치의 모두 수 시간에 걸쳐 연락이 되지 않아 유가족 측이 환자의 고통을 지켜봐야 했던 부분에 대해선 일침을 가했다.
재판부는 "고대안암병원은 종합전문요양기관으로 지정돼 높은 요양급여비용을 수령하는 의료기관으로서, 5시간 가까이 당직의와 주치의가 간호사 호출에 응하지 않는 일은 흔히 발생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고 판시했다.
또 "실제 당직의가 한 씨를 처치실로 옮기고 레빈튜브 삽입까지 5분도 걸리지 않은 것처럼 어렵지 않은 시술을 계획하고도 5시간 가까이 이를 시행하지 않았고, 5시간 동안 간호사 연락에 응답치 않은 것은 일반인 처지에서는 상상하기도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당시 당직의와 주치의의 주의의무 위반 정도는 수인 한도를 넘어설 만큼 현저하게 불성실한 진료를 행한 것"이라며 "이로 말미암아 한 씨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자녀에게 100만원의 손해 배상을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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