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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의 임상적인 경험만을 과신한 채 환자에게 오진을 내리고 수술을 감행한 의사가 법원의 철퇴를 맞았다.
18일 의정부지방법원 제12민사부는 "간 기능에 심각한 문제가 있는 어린 아이에게 무리하게 충수돌기절제술을 시행한 의사 A씨의 의료과실을 인정하고 유가족에게 8334만여원의 손해배상액을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지난 2007년 5월 두통·발열·복통·구토 등의 증상을 보였던 B양은 Y병원 응급실에 내원했다. Y병원 소속 의사 A씨는 이학적 검사 등을 실시한 결과 ‘급성 충수돌기염’이 있는 것으로 판단하고 아이 부모에게 충수돌기 절제술을 시행할 수 있음을 알렸다.
당시 B양 부모는 “대형병원에서 수술을 받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취지로 말했으나 A씨는 “자신에게 맡겨도 이상이 없다”고 답변했고 결국 부모는 충수돌기 제거술을 받기 위해 아이를 Y병원에 입원시켰다.
반면 수술에 앞서 검사 의뢰한 B양의 혈액검사 결과를 통해 의사 A씨는 아이의 간 기능에 장애가 있음을 인지했다. 이에 A씨는 부모에게 “B양에게 주사를 놓은 관계로 간 수치가 좋지는 않으나 수술을 해도 될 정도”라며 “수술하면 떨어질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국 며칠 뒤 A씨는 B양에 대해 충수돌기절제술을 시행했다. 단 수술 당시 아이의 충수에 염증이 발생한 상태는 아니었으며 충수에 대변이 들어 찬 대변매복증을 보이고 있었다.
수술 이후 B양은 의식이 돌아오지 않았고 부모가 문의하자 A씨는 “조금 있으면 깨어날 것”이라며 “신경안정제 등을 많이 맞아서 못 깨어나는 것 같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다음날 B양은 상태가 더욱 악화돼 결국 다른 병원으로 전원됐지만 사망했다.
이를 두고 유가족 측은 “간 기능 이상이었던 B양 상태에 대해 수술이 시급한 급성충수염에 의한 것으로 오진한 다음 수술을 시행하고, 수술 이후 장시간 아이의 의식이 돌아오는 것만을 기다리고 있었다”며 의료과실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재판부도 이 같은 주장을 인정, 유가족 측의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A씨는 B양의 간 기능 이상 사실을 인식할 수 있었으므로 추가적인 간 기능 검사를 실시해 아이의 상태를 정확히 판단하고 소화기내과 간 전문의에게 진료를 의뢰, 집중적인 치료나 상급 의료기관으로의 전원조치를 했어야 했지만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 “막연히 투여한 약물로 인해 간 수치가 상승한 것으로 판단하고 무리하게 수술을 시행한 과실이 있다”며 “간 기능 이상의 원인을 규명하기 위한 최소한의 노력도 기울이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임상적인 경험만을 과신한 채 수술을 감행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법원은 다만 B양이 Y병원에 내원했을 당시 간 기능이 이미 상당히 악화됐던 점, 급성간부전은 예견하기 힘들고 치사율이 높은 급성 질병 중 하나인 점 등을 고려해 손해배상 책임 범위를 30%로 제한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