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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의료수준이 세계적 반열에 올랐다는 얘기는 결코 자평(自評)이 아니었다. 적어도 대표적 희귀질환인 혈우병에 관해서는 말이다. 세계보건기구(WHO), 세계혈우연맹, 스웨덴 국립보건복지국의 혈우병 치료 자문위원이자 혈우병 교과서 공동 저자인 스웨덴 룬드대학교 에릭 번탑 교수는 한국 혈우병 치료현황에 연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학계를 통해 한국의 상황을 어느정도 짐작하고 있었지만 직접 확인해 보니 기대 이상이라는 평을 내놨다. 한국 혈우병 치료현황 파악을 위해 최근 내한한 에릭 번탑 교수를 국내 혈우병 치료의 메카인 한국혈우재단에서 만났다.
-한국을 방문하게 된 계기는? 평소 한국 혈우병 치료에 대해 관심이 많았다. 한국의 혈우병 치료 수준은 세계적으로 잘 알려져 있고, 학회 참여도 활발하다. 짧은 역사에도 불구하고 비약적 성장을 보이고 있는 한국의 혈우병 치료현황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었다.
-한국 혈우병 치료현황에 대한 평가는? 혈우병 환자에게 제공하는 치료혜택 및 환자와 가족의 복지를 위해 다양한 프로그램이 진행되고 있는 점이 인상 깊었다. 특히 한국혈우재단의 경우 외래 환자를 위한 의원과 연구소를 함께 갖추고 있는 점에 관심이 갔다. 이 시스템은 스웨덴 룬드대학교 말뫼 혈전증 지혈연구센터와 유사하다. 세계적으로 이런 조직이 흔치 않다. 우수한 물리치료 시설은 부러울 정도였다.
-한국 혈우병 치료와 관련해 접한 소식은? 올해 들어 연령에 상관없이 유전자재조합 제제 보험급여가 적용됐다는 소식을 들었다. 특히 혈우병 A 환자 중 보험급여상 나이제한으로 유전자재조합 제제를 사용하지 못했던 환자들이 자유롭게 치료제를 선택할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 매우 좋은 소식이라고 생각한다.
-개선이 필요한 부분은 없나? 혈우병 환자의 삶의 질 향상과 출혈감소 및 합병증 예방을 위해서는 ‘유지요법’이 가장 중요하다. 하지만 한국에서는 보험적용이 제한적이라고 들었다. 소아에서는 비교적 높은 비율로 유지요법을 사용하는 반면 청소년기와 성인기를 거치면서 시행률이 떨어지고 있다는 사실은 안타깝다. 환자들의 치료환경 개선을 위해서는 유지요법이 꾸준히 유지될 수 있어야 한다.
-치료 시스템에 대한 조언은? 결국 경제성과 응고인자 확보여부가 관건이다. 이 점을 감안할 때 전국 단위의 등록 시스템이 도입돼야 한다. 이는 우수한 치료와 사후관리의 토대가 될 수 있다. 아직 이 시스템을 구축한 나라는 많지 않다. 한국의 경우 우수한 조직과 지식기반을 토대로 충분히 가능하다고 본다.
-역으로 해외 상황이 궁금하다. 혈우병과 관련해 세계적으로 두 가지 문제가 있다. 첫째는 많은 환자들이 아직 진단을 받지 않았다는 점이고 둘째는 대다수 환자들이 인프라와 응고인자 부족으로 적절한 치료를 받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응고인자와 유전자치료의 발달로 혈우병 치료에 큰 진전이 있음에도 당분간은 소수 환자들만이 이러한 혜택을 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혈우병 치료의 세계적 트랜드는? 반감기가 긴 제제로 장기적 보충요법 및 치료 순응도를 개선할 수 있을 것이다. 혈우병 B의 유전자 치료에는 진전이 있었으나 치료현장에서 사용되기 위해서는 몇 년이 더 걸릴 것이다. 항체 및 항체치료에 대한 이해도 진전을 이루고 있다.
-향후 혈우병 치료에 거는 기대는? 응고인자 투여 일정의 최적화를 통한 유지요법을 확산, 저소득 국가에서도 사용이 가능해지기를 바란다. 항체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하다. 가까운 미래에 항체 발생 예측을 개선하고 항체 형성을 예방하는 가이드라인이 제정되길 기대한다.
-국내 의료진과 혈우병 환자에게 전하고 싶은 말은? 한국은 혈우병 치료에서 큰 진전을 이뤘다. 환우조직, 전문가, 등록기관, 대외협력 등을 통해 이러한 진전이 계속 이어지길 바란다. 우수한 개발을 이룬 만큼 의료진과 환자들이 미래에 자신감을 가질만 하다.
한편 에릭 번탑 교수는 스웨덴 룬드대학교 말뫼 혈전증 지혈 연구센터에 재직중이며 주요 연구분야는 혈우병과 폰 빌레브란트병의 예방적 치료, 억제제 개발에서 유전적 측면 등 광범위하다.
현재까지 혈우병 억제제와 관련해 유명 학회지에 200여 편의 논문을 발표했다. 이러한 연구업적에 힘입어 여러 혈우병 관련 연구저널의 심사위원을 맡고 있고, 세계혈우연맹과 유럽혈액학회 임원으로도 활동중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