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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뜻함에 반해 달려온 가톨릭의료원 32년
서울성모병원 박명수 前 총무부장, ‘후학 양성’ 인생 2막 설계
[ 2013년 03월 04일 20시 00분 ]

신자도 아니었다. 주변의 권유도 아니었다. 그저 냉혹한 현실에 지쳐있던 탓이었을까? 1981년 그가 접한 그 곳의 첫 느낌은 ‘따뜻함’이었다. 입가에 머금은 온화한 미소, 환자를 어루만지는 손길, 낮선 이에게 서슴없이 건네는 인사. 모든게 신기했고, 무엇보다 따뜻했다. 입사 하루 만에 터진 그의 독백은 ‘이 곳이라면 뼈를 묻어도 되겠다’였다. 그 후로 32년. 그는 따뜻함에 반한 그 곳에서 정년을 맞았다. 서울성모병원 박명수 총무부장은 “따뜻한 느낌이 좋아 연을 맺고, 뜨거운 열정으로 업무에 몰입했고, 훈훈한 마음으로 정리한다”며 가톨릭 인생 32년을 반추했다.

 

인생 바꿔 준 명동성당 게시판


1978년 금융권에 몸 담고 있던 그에게 가장 큰 고민은 ‘인생과 돈’이었다. 당시 월급이 15만원. ‘이 돈으로 폼나는 인생은 요원하다’는 생각이 늘 그를 괴롭혔다.

 

천착을 거듭한 끝에 시작한 봉제업. 무경험으로 뛰어든 사업이었지만 출발은 나쁘지 않았다. 호텔 직원들 유니폼 제작일을 수주받아 수 천만원을 만지기도 했다.

 

하지만 무경험의 한계는 머지않아 드러났다. 일거리가 줄어들면서 경영난에 직면했고, 직원들 월급까지 밀리는 상황에 이르러 사업을 접어야 했다.

 

인생의 쓰디 쓴 맛을 경험하고 방황하던 중 접한 명동성당 게시판. 서울성모병원 경리과 채용공고를 보고 접수한 원서가 가톨릭의료원과의 연(緣)의 시작이었다.

 

가톨릭 특유의 따뜻함은 호된 현실에 녹초된 그의 심신을 치유하기 충분했다. 안정을 되찾으니 경사도 잇따랐다.

 

입사 2년 만에 평생 반려자를 만나 가정을 꾸렸고, 자녀도 낳았다. ‘아무리 자녀가 많아도 교육 걱정을 시켜서는 안된다’는 조직 이념의 수혜도 받았다. 실제 그는 자녀 수와 상관없이 대학 학자금까지 100% 지원되는 가톨릭의료원 복지혜택을 아들과 딸 모두 받았다.

 

‘32년’이란 근속연수 만큼이나 경리, 구매, 총무 등 다양한 업무를 섭렵했다. 그 기간 동안 진료지원 업무 담당자로의 애로가 있을 법도 하지만 그는 오히려 예찬론을 늘어놨다.

 

‘병원행정’이라는 업무의 전문성 개념조차 없던 시절에도 가톨릭의료원 만큼은 소신껏 일할 수 있는 문화가 조성돼 있었기 때문이란 설명도 곁들였다.

 

관리과장 당시 약품구매, 의료장비 구입, 각종 공사계약 등의 책임을 맡으며 적잖은 청탁과 외유가 있었지만 소신대로 업무를 진행했던 기억을 대표적 사례로 꼽았다.

 

인생 2막 무대는 병원 아닌 학교


사람이 좋고, 일이 좋고, 조직이 좋아 쉼 없이 달린 그였지만 늘 마음 한 켠에는 배움에 대한 허전함이 자리하고 있었다.

 

당시 고향 인근에서 잘 나갔던 상업고등학교를 나왔지만 넒은 세상은 자랑스런 졸업장까지 위축시켰다. 그런 자신이 싫어 방송통신대학에 진학, 수 년만에 학사 학위를 받았다.

 

한 번 불붙은 배움에 대한 열의는 대학원 진학으로 이어졌다. 단순한 자아실현이 아닌 업무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학을 고민했고,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을 선택했다.

 

석사 후에는 병원행정의 끝을 보겠다는 심정으로 박사에 도전, 만학도의 꿈을 이뤄냈다.

 

업무와 학업을 병행하는 고된 여정을 마치고 나니 정년이 성큼 다가와 있었다. 인생 2막에 대한 고민할 틈이 없었기에 마음이 급해졌다.

 

병원밥을 30년 넘게 먹었지만 선택의 폭은 넓지 않았다. 중소병원 행정원장으로 옮기면 그나마 나은 편이었다. 그도 아니면 시골에 내려가 텃밭이나 일궈야겠다는 생각도 했다.

 

인생 2막에 대한 고민을 거듭하고 있을 즈음 한 지인의 결혼식에서 우연히 만난 대학원 스승이 퇴임 후 후학양성을 제안했다.

 

생각해보니 병원 실무 30년 경험을 미래 병원인들에게 전수해 주는 것도 적잖은 의미가 있어 보였다. 스승의 제안을 받아들였고, 새학기부터 그의 강의가 개설됐다.

 

인생 2막의 첫 무대는 모교인 중앙대학교 행정대학원과 병원인력 육성의 요람인 동남보건대학이다. 지난 4일은 후학인 미래 병원인들과의 첫 만남이었다.

 

‘부장님’에서 ‘교수님’으로 바뀐 호칭에 멋쩍어 하는 그이지만 빼곡이 적힌 강의계획서와 자료에는 30년 내공의 실무 교수님 포스가 넘쳐났다.

박대진기자 djpark@dailymed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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