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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대기업도 아닌 국내 바이오 중견기업의 이름이 일본 전역에 알려졌다. ‘불법 줄기세포 시술’ 문제점을 제기하는 어두운 내용이 일본 대표 신문 ‘마이니치’로부터 대서특필된 것이다. 석간, 조간 다시 석간 등 연일 터진 이 기사는 우리나라까지 막강한 파급력을 끼쳤다. 국내 언론사들도 일제히 마이니치 기사를 인용했다. 당시 내용은 일본 내 한 병원이 알앤엘바이오로부터 한국 환자들을 소개받아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는 줄기세포 시술을 한다는 것이었다. 아직 국내에서 품목허가를 받지 않은 제품이기에 국내에서도 좋지 않은 시선을 보내기는 쉬웠다. 하지만 그 직후 회사는 이를 반박했다. 현재로선 국내 배양이 약사법상 문제될 수 있기 때문에 일본 현지 배양 센터를 구축했다는 것이다. 국내와 달리 일본의 경우 의사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줄기세포 시술을 할 수 있다는 점도 회사측 입장을 뒷받침한다는 설명이다. 이러한 고발성 기사가 터졌지만 지금도 해당 병원에서의 줄기세포 시술이 이뤄지고 있다는 점을 미뤄봤을 때 일본 내 치료에 대한 문제점은 없어 보인다. 마이니치는 왜 알앤엘바이오를 집중 조명했을까. 이를 구체적으로 살펴보고 앞으로 이 회사가 헤쳐 나가야 할 부분을 짚어봤다.
일본에서 마이니치 신문 보도가 나간 직후 국내 언론사들도 이번 사안에 대한 관심을 높이기 시작했다.
알앤엘바이오는 마이니치에 정정 보도 요청문을 전달했다. 마이니치측으로부터는 “알앤엘바이오 줄기세포의 ‘안전성’에 대해 기고한 기사가 아니다. 일본에 관리 규정이 필요하다는 현황에 대해 서술한 것”이라는 답변이 왔다.
알앤엘바이오는 이를 놓고 앞으로 소송을 포함해 어떠한 방향으로 대응할지 검토 중이다. 외신이 국내 기업을 집중 조명하는 일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번 기사 보도가 ‘일본의 한국 기업 공격’으로까지 비쳐지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바이오산업 중심 ‘줄기세포’ 관련, 알앤엘바이오 집중 보도 일본
일본의 ‘자존심’ 문제로도 보일 수 있는 부분은 자국의 상황을 통해 엿볼 수 있다. 일본은 역분화줄기세포(iPS) 연구로 노벨 생리의학상까지 수상한 바 있다.
실제 일본 교토대학교 야마나카 신야 교수팀은 성인 피부세포로 배아줄기처럼 전능성을 가진 줄기세포를 만드는데 성공, 작년에 노벨상을 수상했다. 일본에서 시술되고 있는 알앤엘바이오의 줄기세포는 ‘자가’로 자신의 몸에서 분리하게 되는 성체줄기세포여서 그것과 다르다.
업계에 따르면 아직까지 줄기세포 시술은 일본 내에서 활발하지 않은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자국내 병원을 통해 관련 시술을 하고 있는 상황은 노벨상까지 받은 일본으로서 눈엣가시가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또 그 동안 일본을 먹여 살려온 ‘전자산업’이 현재 하향세를 치닫고 있는 가운데 뜨는 ‘바이오산업’ 분야에서 한국 기업이 들어와 있다는 것만으로도 미래 먹거리 문제가 대두되지 않을 수 없다는 점 역시 일본을 자극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알앤엘바이오에 따르면 현재 일본의 경우 특별한 품목허가 절차를 거치지 않고도 의사 판단 아래 배양된 줄기세포치료제 시술이 가능하다. 하지만 마이니치는 최근 ‘안전성’, ‘관리 규정’ 등을 들며 후생성을 자극하는 기사를 연속 보도했다.
이처럼 알앤엘바이오가 일본 신문사에 발목을 잡힌 것은 우리나라에서부터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아직 품목허가를 받은 제품이 단 한 개도 없기 때문에 외국 시술이 불법이 아니더라도 국내 시각에선 ‘갸우뚱’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앞으로 알앤엘바이오가 해결해 나가야 할 가장 큰 과제이기도 하다.
마이니치의 공격을 받은 알앤엘바이오는 국내 한 중앙일간지에 ‘호소문’까지 냈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약사법 위반’이었다. 호소문 내용에 품목허가가 이뤄지지 않은 제품이 언급됐다는 이유에서다. 역시 ‘서자’로서의 한계점에 부딪히게 된 것이다.
회사는 호소문을 통해 “최근 일본 마이니치 신문에서 안전성이 검증되지 않은 한국 줄기세포 기술로 일본 병원에서 한 달에 500명 정도의 한국 환자들을 치료한다는 보도와 이에 대한 사실 확인을 거치지 않고 마녀사냥 식으로 확대 보도한 국내 일부 언론으로 인해 회사는 막대한 고통을 받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러한 사태에 직면해 자랑스러운 대한민국 줄기세포 기술로 세계 난치병 환자들을 치료하겠다는 사명을 계속 해나가야 할지 회의와 걱정을 하게 된다. 알앤엘바이오가 식약청 승인을 받아 실시해 보고한 안전성 자료와 지난 5년간 2만8000회 적용 사례들을 통해 저희 줄기세포 기술의 안전성을 믿으실 수 있을 것”이라고 피력했다.
● 임상 3상시험 필요성 논란
그렇다면 알엔엘바이오의 줄기세포치료 기술에 대한 안전성과 유효성이 이처럼 문제되고 있는 이유는 뭘까.
쟁점은 임상시험으로 귀결된다. 국내 줄기세포치료제는 약사법 테두리 안에 있다. 의약품이기 때문에 여타 화학 약제들과 마찬가지로 임상 3상 시험까지 마친 뒤 승인 절차를 거쳐 품목허가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알앤엘바이오가 식품의약품안전청(現 식약처)로부터 허가받은 사항은 임상2상까지가 전부다. 아직 품목허가도 이뤄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를 해결하기 위해 임상3상을 거치면 되는 것 아니냐는 주장이 제기된다.
회사 입장은 ▲안전성과 유효성이 이미 임상 1, 2상에서 확인됐다는 점 ▲3상을 이끌어 가기엔 줄기세포 치료제들 대부분이 희귀, 난치병 치료제인 만큼 대규모 표본(임상시험자)을 모으기 힘들다는 것 ▲‘자가 줄기세포 치료제’인 만큼 자신의 세포로 임상 1, 2상에서 확인한 안전성, 유효성을 다시 임상 3상을 통해 대규모로 확인하는 것은 비효율적이라는 주장이다.
한 마디로 일반 화학 의약품의 임상 1·2·3상 허가 절차를 자가 줄기세포치료제에 그대로 적용시킨다는 것은 이러한 문제점들이 있기 때문에 새로운 줄기세포법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실제 알앤엘바이오의 제품들 중 가장 먼저 품목허가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던 퇴행성관절염 치료제 ‘조인트스템’의 경우 임상 2상까지 완료한 제품이다. 현재 식약청 품목허가 신청이 돼있지만 아직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이렇다 보니 품목허가에 난항을 겪는 상황을 줄이기 위해서 임상 3상 계획을 세운 제품도 있다. 회사는 ‘아스트로스템(뇌성마비 치료)’에 대해 임상 2, 3상을 함께 진행할 수 있도록 지난 3월 식약청 신청해 놓은 상태다. 2, 3상을 함께 진행할 경우 임상자 수를 대폭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임상은 먼저 동물을 상대로 하는 전임상을 거쳐 임상 1, 2, 3상을 진행하게 된다. 전임상과 임상 1, 2상에서 안전성과 유효성은 확인이 된다. 특히 자가 줄기세포치료제의 경우 어차피 자신의 세포 아닌가. 자신의 것을 통해 또 3상을 해야 할 필요성이 있는가에 의문이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우리나라는 현재 배양을 하지 않고 각 병원에서 환자 개개인마다 줄기세포를 뽑아 시술하는 것은 허용이 되고 있다. 다만 배양을 했다는 이유만으로 반드시 허가를 받아야 한다는 것은 모순 아닌가. 각 기업마다 배양에 따른 안전시스템을 모두 갖춰놓고 있다. 그럼에도 배양을 위한 줄기세포에 대해 임상 2상까지 진행하면서 안전성, 유효성을 모두 확인했다. 단지 품목 허가 유무만으로 안전성이 없다고 규정할 수는 없는 것”이라고 피력했다.
하지만 식약청측은 배양에 대한 다른 관점을 제시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물론 자신의 세포이지만 배양할 경우 증식 환경에 따라 결과가 다르게 나올 수 있다”며 임상 절차가 필요다는 점을 강조했다.
다른 관계자는 “조인트스템은 조건부 3상을 할 수 있는 희귀의약품이나 항암제가 아니다. 때문에 임상 3상이 필요한 제품”이라고 설명했다.
알앤엘바이오 관계자는 “우리는 물론 규정대로 할 것이다. 식약청 판단에 따라 이번 조인트스템에 대한 검토 결과 임상3상을 그대로 진행하라면 할 것이다. 3상을 무조건 면제해 달라는 것은 아니다. 2상 완료 후 3상을 조건부로 하든, 줄기세포 치료제의 경우 일반 화학제와는 다른 절차가 필요하지 않겠는가 라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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